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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질려 4 - 완결
유메지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때론 무심한척 시크하지만 알고 보면 순어리광쟁이인 고양이 로즈, 호기심 많고 때때로 요상한 것에 홀릭하며 낯선 인간의 등장에는 투명 고양이 증후군을 가진 스우쉬, 기분 좋으면 자체로 태풍을 만들지만 겁 먹으면 그대로 쉬야를 해버리는 시바견 와라비. 그리고 이들과 동거중인 중년의 만화가 유메지 센세의 따스하고 소박한 일상을 그린 이야기, 그 네번째이자 마지막.
『고양이는 안 질려』네번째 이야기는 약간의 특별한 일과 대부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을 묘사하고 있다.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 범위는 집안에만 한정되니 손에 꼽을 정도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이 만화에 질렸을까? 글쎄, 그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은 늘 똑같은 것 같아도 똑같은 날은 없다. 고양이 로즈, 스우쉬, 견공 와라비, 그리고 유메지 센세의 나날도 그렇기 때문에 비슷비슷해도 똑같지는 않아 질리지 않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새로운 식구 와라비와 함께 보내는 일상은 조금씩 더 친밀해졌다. 아침 인사를 거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와라비에게 새침하게 구는 로즈, 와라비에게 털을 뜯기면서도 맨날 당해주는 스우쉬의 모습은 늘 똑같아 보여도 보는 사람에겐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다. 겨울이면 사람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나누는 모습도, 매일 밤 자기 전의 의식도, 아침 인사도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손님이 찾아 왔을 때 손님을 대접하는 모습도 세 마리 모두 다르다. 로즈는 인간 아이를 잘 참아주고, 스우쉬는 전엔 무조건 내뺐지만 지금은 밥 먹을 때 정도는 얼굴을 비춘다. 와라비는 여전히 태풍을 만들면서 사람을 반기는 등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다.
물론 새끼 참새 키우기와 모이터 마련, 벼룩 잡기 행사 등 특별한 일을 그린 에피소드도 있지만 대개는 일상에서 느끼는 평온함과 따스함, 그리고 동물들이 주는 의외의 즐거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만화는 소박하고 따스하다. 작화면에서도 고양이 그림을 아무리 뜯어 봐도 미묘라 할 수 없는 그림체지만 - 어찌 보면 실물보다 귀여운 면도 많다 - 자꾸 보다 보면 정이 간다. 특히 눈물 글썽하는 로즈의 모습이나 때론 도도하면서 때론 주체할 수 없는 어리광쟁이 모습을 보이는 로즈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땡그란 눈이 매력적인 스우쉬나 보통 시바견보다 많이 작은 와라비의 다양한 모습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일상이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 특별한 것을 바라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이 즐겁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똑같은 일상 속에서 다른 점을 발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팔불출이라 여겨질 정도로 자기의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다른 점을 발견한다. 그러니 평범한 일상을 그린 만화라도 질리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3권에서는 약간 주춤해서 좀 질리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4권을 보면서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어 무척 아쉽기만 하다.
로즈, 스우쉬, 와라비, 건강하게 잘 지내렴.
유메지 센세, 욘석들과 언제까지나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