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미로
아니야 유이지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디서 봤더라.. 하여튼 누군가가 그랬다. 사랑이란 뇌속의 화학작용이라던가 뭐라던가..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 사랑이란 건 일단은 로맨틱한 감정이잖아.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싫은 이유 하나 더. 곰곰히 생각해 보자. 사랑이 끝나 이별을 맞이했을 때 등을 생각해 보면 머리가 아픈게 아니라 가슴이 아팠다. 정확히 말하자면 심장이 있는 쪽이. 그런데도 뇌속의 무슨무슨 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 반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 이런 것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참 많다. 하고 많은 사람 중에 꼭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까. 좀더 멋지고 조건 좋은 사람이 있는데도 그쪽이 아니라 다른 쪽에 끌리는 이유,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니 사랑이 복잡미묘한 것이고 신비로운 것이겠지. 좀 나쁘게 말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이는 정도가 아니라 눈이 뒤집히는 일도 생기는 것이겠지.

아니야 유이지의『남자미로』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하게 사랑을 찾고 사랑을 얻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 성격도 다르고 취향이나 취미도 다른 사람들. 그들 중 어느 하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 만큼이나 사랑의 모습도 다양한 것이라 그렇겠지.

사랑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싶은 요코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코다마는 자신을 짝사랑 하던 신과의 특별한 시간을 통해 우정이 사랑으로 변할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인기많은 스타일리스트와 엔조이한 관계를 즐기던 바텐더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자신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밤과 낮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대학 행정직원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 저지른 일에 휘말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른의 여유를 부리며 자신의 연하 연인을 애태우던 학원 강사는 오히려 자신이 연하의 연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등 여기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하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중 자신이 사랑에 있어 강자라 여기던 바텐더, 대학 행정직원, 학원 강사 등이 자신 역시 사랑을 함에 있어서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경위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사실 사랑에 있어 강자가 어디 있고, 약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혹자는 상대방보다 자신이 상대를 더 사랑하면 약자라고 하던데, 그건 절대적인 게 아니다. 어른의 여유를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발발 떨고 있을지 누가 알쏘냐.

또한 남의 사랑에 있어서는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도 정작 자기가 하는 사랑 앞에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참 많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는 관계가 되면 더 바랄 게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할 경우는 참 난감하다. 빼앗고 싶다고 빼앗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발만 동동 구르자니 가슴이 미어지고. 사랑이란 건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미로인지도 모르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복잡한 곳이라도 함께 헤쳐나가겠지만, 혼자 갇히면 빼도 박도 못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곳.

그래도 언젠가는 모두 제 짝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지금은 이들도 복잡한 미로를 함께 헤쳐나갈 자신의 반려를 만난 것이겠지? 비록 처음엔 내 짝인지, 남의 짝인지 분간도 안갔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