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をすませば (德間アニメ繪本) (大型本)
히이라기 아오이 / 德間書店 / 199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의 난 꿈이 참 많았다. 아니 꿈만 많았다. 난 크면 뭐가 되고 뭐가 하고 싶고 등등등. 하지만 그 꿈을 위해 무언가를 해본다거나 내 재능을 시험해 볼거야 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질 않았다. 중고교 시절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자꾸자꾸 미루기만 했다. 조금더 기다려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길거야, 라면서. 그러다 결국 하고 싶던 일을 20대 중반에서야 찾긴 했다. 하지만 난 다시 방황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뭔가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선뜻 앞으로 나설 생각을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런 내게 이 작품은 찌르르한 감동과 따끔따끔한 아픔을 느끼게 해줬다. 뭘, 아직도 주저하는 거야, 라면서.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츠키야마 시즈쿠는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로 어느날 도서관 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한다. 이 이름은 시즈쿠가 빌린 책 모두에 적혀 있었다. 즉 시즈쿠보다 먼저 책을 읽었단 뜻으로 시즈쿠는 이 아마사와 세이지란 사람이 누굴까 하면서 혼자 두근거린다.

그러던 어느날, 시즈쿠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하러 도서관에 가는 길에 전차를 탄 고양이를 만난다. 동화속 이야기처럼 신기한 고양이를 쫓아 올라간 언덕길엔 자그마한 골동품 가게가 있었다. 시즈쿠는 신기한 시계, 아름다운 고양이 인형 등 자신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것들로 가득한 가게에 정신이 팔려 도시락을 가게에 두고 오지만, 그 도시락을 수수께끼의 소년이 전해준다. 그 소년은 전에 학교에서 만나 시즈쿠의 책을 읽고 있었던 소년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만남으로 시작된 시즈쿠와 소년의 인연이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 부분 - 결국 한 줄기지만 - 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사랑이고, 또다른 하나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다. 일단 사랑이란 것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아직은 어린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괘종시계 속의 주인공인 엘프의 왕녀와 드워프의 왕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고양이 인형인 바론 남작과 얽힌 할아버지의 이루어지지 못한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또한 시즈쿠의 친구 유코의 짝사랑과 시즈쿠를 짝사랑하는 남자 아이도 나오는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심이 되는 건 역시 시즈쿠와 수수께끼의 소년 - 아마사와 세이지- 의 이야기로 순수하고 풋풋하며 따스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세이지가 책에 얽힌 사연을 말해주는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고백을 하는 부분은 어찌나 귀엽던지... 둘은 그 약속을 꼭 이루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또다른 하나인 꿈을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푹 퍼질러져 주저앉아 있는 나를 따끔하게 야단치는 듯 했다. 바이올린 장인이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연수를 가는 세이지나, 그런 세이지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시험하기 위해 기간을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시즈쿠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대견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난 저 나이에 뭘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을 해보긴 했을까, 재능을 시험해 보기 위한 일을 해보긴 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동품 가게 할아버지의 말대로 이들은 아직 미숙하고 미완성이다. 시즈쿠와 세이지는 이제 겨우 한 발을 내딛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을 갈고 닦아가는 동안 숨겨진 원석은 아름다운 보석으로 거듭나겠지. 더불어 서로를 격려하며 꿈을 향해 가는 동안 둘의 사랑도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세이지와 시즈쿠가 언덕 위에서 함께 봤던 떠오르는 아침해처럼.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귀를 기울이면』은 올리비아 뉴튼존이 부른 - 원곡은 존 덴버가 불렀다 - Take Me Home, Country Roads로 시작해 주인공 츠키야마 시즈쿠가 번안한 カントリㅡㆍロㅡド(컨트리 로드)로 끝난다. 이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는 대비를 주는데, 이는 가사의 내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Take Me Home, Country Roads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지만, カントリㅡㆍロㅡド에서 고향은 정답고 그리운 곳이지만 이미 떠나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가사가 나온다. 그건 때론 힘들고 좌절감이 밀려와도 자신의 꿈을 향해 꿋꿋하게 전진하겠다는 내용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노랫말까지도 애니메이션 내용에 맞춰 바꿔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한 번 전해준다.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는 지브리의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고양이의 보은』에 등장하는 바론 남작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보은』에서도 그렇지만,『귀를 기울이면』의 시즈쿠의 이야기 속에도 등장하는 바론은 주인공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귀를 기울이면』의 무뚝뚝한 고양이 문은 『고양이의 보은』에 등장하는 무타를 연상시킨다. (문은 말을 못하지만, 돼지라 불리는 건 똑같다. 뮤타와 부타) 이처럼 지브리의 작품은 그 자체의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나 설정이 겹쳐나오기도 하는 데 그런 걸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