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요로즈당의 고양이신 2
FLIPFLOPs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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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미술상 야오요로즈당에 가면 어린 나이에 그곳을 직접 경영하고 있는 유즈란 소녀와 식객 고양이신 마유가 있다. 마유와 마유의 친구들 덕분에 늘 떠들썩한 야오요로즈당에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첫번째 에피소드 <꽃놀이 고스트 버스터즈>는 오래된 벚나무 귀신 이야기이다. 오랜 기간동안 한자리에 서있는 나무는 겉보기엔 그냥 나무같아도 어쩌면 무언가가 깃들어진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무를 함부로 베고자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일로 귀신 퇴치 의뢰를 받는 마유 일행은 꽃놀이 준비를 해서 그 나무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벌어진 일은? 이것 참 황당하다.. 역시 미소녀 만화로구나. 하지만 유즈가 그 나무를 기억해주고 그 나무가 잊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해주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레이니 레이니>는 유즈와 마유의 첫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즈네 집에 얹혀 살면서도 뻔뻔한 마유는 천계에서도 말썽꾸러기였군. 그러니 쫓겨날 만도 하지.. 천계에서 쫓겨 한 신사에 떨어진 마유는 그곳에서 한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고양이는 마유에게 신사를 내주는 조건으로 한가지 소원을 말하게 되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든 에피소드이자 가장 슬픈 에피소드였다. 때가 되어 떠나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는 남겨진 이를 더 걱정하는 그 고양이를 보닌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

<구풍신 오버런>은 태풍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구풍이 뭔가 했더니 태풍이었소. 이 구풍신 역시 마유의 친구인데, 정말 독특한 캐릭터인듯. 자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다가 걸리면 어쩌려는지... 게다가 여우신령 곤타는 어린 녀석이 어찌나 밝히는지.. 쩝.

<달구경 어벤져>는 야오요로즈당에 들어온 수상한 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검에는 살인귀의 혼이 깃들어 있었던 것.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복수심에 불타는 소중한 것마저 잃어버린 영혼을 보면서 인간은 때로 너무 쓸데없는 것에 집착해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작품에서 두번째로 마음에 든 에피소드.

<새해맞이 머니 크라이시스>에는 1권에 등장했던 가난신이 재등장한다. 근데 재미있는 건 퇴마사에게 쫓긴다는 거지. 미국가서 큰 건을 한 건 터뜨렸다나... 그래서 시스터 세실리아에 쫓기게 된 가난신. 근데 역시 이런 시스터가 등장해 오버하는 건 불편하단 말이지.. 뭐 그래도 새해맞이 메밀국수(해넘이 국수)에 그런 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일종의 득템이랄까.

<루나틱 발렌타인데이>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달의 신 츠쿠요미가 바로 그 인물인데, 이 사람 꽤 수상쩍다. 알고보니 마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방법이... 정직하지 못하달까. 앞으로 마유, 고생 좀 하겠군.

마지막 에피소드인 <추억의 앤티쿼티>는 유즈와 고미술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즈의 능력이 확실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을 보게 된달까. 유즈의 스승인 겐조는 어린 유즈가 고미술상을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겐조 할아버지의 경우 유즈가 손녀같으니 좀더 나은 일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유즈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리고 그걸 증명했지. 유즈는 야오요로즈당을 이을 훌륭한 재원이란 걸.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여 여자인 내가 보기에 쬐끔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해서 역시 미소녀 만화는 내취향이 아니야란 생각을 하다가도 재치있는 유머코드에 감동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스스르 풀어지곤 한다. 단순히 미소녀들의 행진이었다면 더이상 안보겠지만, 고미술상 이야기에 다양한 신령들 이야기에, 그리고 마유의 성장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더 읽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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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로 Zelo
전유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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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우리나라 BL계를 보면 작가층이 조금씩 두터워져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자면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난 무엇보다 즐겁다. 일본작가들의 작품도 좋긴 하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펴낸 작품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젤로』는 황태자와 그의 호위기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뭐, 그런건 그냥 넘어가자. 짐작할 수 있는 건 왕족과 귀족, 그리고 평민이라는 계급이 있었던 시대이란 것 뿐.
백작가의 장남 릭트 제네지오는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황립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릭트가 수석입학을 했든 어쨌든 관심도 없다. 릭트의 아버지인 제네지오 백작의 관심은 황태자 아델라윈을 자기 사위로 삼는 것에 있다. 즉, 외척이 되고 싶단 이야기지. 여튼 제네지오 백작은 비약을 릭트에게 건네고 그걸 황태자가 마시도록 할 것을 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약이라 해도 꺼림직한 건 사실, 게다가 직접 만난 아델라윈은 너무나도 멋진 남자여서 릭트는 황태자에게 감히 비약따위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이 어찌 꼬일 셈인지, 아델라인은 릭트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비약을 일단 심장약이라 둘러대긴 했지만 그것때문에 이래저래 릭트의 수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델라윈의 총애를 받아 그의 호위기사가 된 릭트는 아델라윈 곁에서 행복을 느끼면서도 늘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아델라윈을 노리는 자가 또 하나 있었으니...

이 작품은 황태자와 호위기사의 로맨스와 더불어 황궁에서 일어나는 음모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수많은 나라가 그랬듯 역시 이곳도 치열한 왕권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암살자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아델라윈과 그런 그를 보면서 종종거리는 릭트를 보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검을 들었을 때는 누구보다 강한 사나이건만, 아델라윈 앞에만 서면 그야말로 귀염둥이로 변신한달까. 아델라윈은 워낙 어린시절부터 이래저래 시달려서 그런지 유들유들한 면도 있지만 그의 숨겨진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순간, 아 정말 이 사람은 황태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릭트와 릭트의 여동생 로젤리아를 보며 불안증으로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냄새 풀풀 나는 황태자이기도 하다.

그외 아델라윈과 함께 다니는 제이콥은 현재도 그렇지만 장차 그의 주치의가 될 사람이고, 노스힐은 평민출신이지만 뛰어난 머리로 황립학교에 입학한 황태자의 참모랄까. 후에 황태자를 음해할 음모를 박살내는 인물인데,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과격한 면도 있는 사람이다. 릭트와 쌍으로 과격해지려 했던 걸 생각하니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이렇듯 꽃미남 군단에 왕가의 암투, 그리고 로맨스까지.『젤로』는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작품이다. 또한 미려한 그림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들은 데생실력이 정말 좋단 말이지.. 이 작가의 두번째 작품도 나왔던데 그건 어떤 내용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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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별전 - 나마나리 아가씨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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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를 보다가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한 남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애인의 집으로 찾아가 폭탄으로 자살했다는 이야기였다. 동반자살이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혼자 죽으려 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남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기에 그 사랑이 결국 자기파괴적인 사랑으로 끝났을까. 어리석은 사람이다라고만도, 안타까운 사람이다라고만은 할 수 없었던 그 남자의 사연.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 누군가를 엄청나게 미워했던 적이 있다. 믿었고 사랑했던 사람인데 나에게 그런 배신감을 주다니. 많이 사랑했던 만큼 많이 증오했었다. 사랑이란 감정이 1g도 남지 않았을 때, 난 해괴한 생각을 했었다. 그것 역시 한 TV프로그램을 통한 것이었다. 일본에 가면 저주를 대신 실행해주는 신사가 있단다. 축시참배를 비롯해 다양한 저주를 보내는 곳으로 누군가에게 저주를 걸면 그것이 되돌아오기 때문에 그 저주를 대신 받아준다고 했다. 옳거니, 그래 저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면서 그 신사가 어딘지 찾아본 적이 있었다.

당시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신 아버지께선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자신을 다치게 하는 거라며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셨다. 처음엔 그 말이 썩 와닿진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법 하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미워하든 저주를 걸고 싶어하든 상대는 아무것도 모를 것 아닌가. 결국 그것은 혼자 빈방에 들어 앉아 나쁜 마음을 먹고 나쁜 말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닌가. 결국 미움도 욕도 나에게만 머무르는 게 아닌가. 그 사람을 용서는 하지 않는다. 대신 그런 사람을 사랑했던 자신을 미워했던 마음을 용서하기로 했다. 사랑의 아픔을 넘어 증오만 남게 되었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게 아니다. 먼저 자신을 용서하고 다독이는 게 먼저란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지금은 그때의 날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마 그때 내 모습은 귀축에 가깝지 않았을까. 증오로 똘똘 뭉쳐있는...

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과 꽤 많이 상관이 있단 생각이 들어서이다.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나마나리 아가씨'가 어쩌면 그때의 나와 비슷한 마음을 먹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친구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는 12년 전 어느 밤 피리를 불다 한 여인을 만난다. 그의 피리 소리를 좋아하던 그 여인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고, 히로마사는 그 아가씨에 대한 그리움을 오랜기간 간직해 왔다. 그렇게 12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헤이안경은 이상한 일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기부네 신사에서 못박힌 인형이 발견되고, 얼굴에 주사를 바르고 머리에 쇠고랑을 쓴 귀신같은 여인이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건 인간인가, 귀신인가.

세이메이와 히로마사는 이 일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귀신처럼 돌아다니는 그 여인이 히로마사가 여전히 연심을 품고 있는 12년 전의 그 아가씨란 것을. 그녀는 도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축시참배를 다니는 것인가. 조사가 진행될수록 그 아가씨에 대한 안타까운 속사정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랑이 도대체 뭐길래. 정말로 사랑이 도대체 뭐길래. 사람을 그토록 변화시키는 것일까. 깊이 사랑하고,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크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대와 그녀가 당한 모든 수모와 아픔을 생각하면 그녀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도를 넘어 그 여인은 귀신도 사람도 아닌 그 중간 존재인 나마나리가 되었다. 원망과 원념이 마음을 모두 집어삼켰던 것이겠지.

세이메이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귀신이 산다고 한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원망할 때 그 귀신이 움직인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면 그 귀신을 잘 다스려 스스로 귀신이 되지는 않는다. 이 아가씨는 그 귀신을 다스리지 못해 완전히 마음이 먹혀 나마나리가 된 것이다. 얼마나 원통하면, 얼마나 슬펐으면 그랬을꼬.

그 아가씨가 그런 남자만 만나지 않았어도 좋았을지 모른다. 히로마사같은 남자와 맺어졌다면 행복해질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가씨가 선택한 것은 다른 남자였고, 그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사랑이란 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렇게 보자면 이 아가씨의 사랑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단 생각도 든다. 그러나 결국 그 남자를 선택한 것도, 원망과 원념에 마음을 내주고 스스로 귀신이 되어간 것은 역시 아가씨 자신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이다.

헤이안 시대는 귀족들의 시대였고, 남자들의 시대였다. 그래서 귀족 남자라면 자신의 신분보다 높지 않은 여자라면 누구라도 취하고 버릴 수 있는 시대였다. <겐지 모노가타리>를 읽어 봐도 그런 여인들이 차고 넘친다. 크게 보자면 이 아가씨 역시 그 시대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음양사 별전 - 나마나리 아가씨』는 세이메이에 관한 이야기, 히로마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스모 경기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순서대로 나오지만 결국 모든 것은 나마나리 아가씨 이야기로 귀결된다. 어찌 보면 각각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이며, 앞서 나온 이야기는 복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내가 나마나리 아가씨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이다. 이제까지 나온 음양사 이야기에도 이런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많았다. 그들 역시 이 시대에 희생당한 여인들이었고, 그 정점을 나마나리 아가씨가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결말부를 보면 자기파괴적인 사랑으로 자신을 파멸시켜간 아가씨가 히로마사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것같은, 약간은 식상한 결말을 보이지만, 그래도 난 구원받지 못한 것보다 구원받는 쪽의 결말이 좋았다.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그리 보자면 최고의 음양사라 일컬어지는 세이메이의 역할이 별로 없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 수 있다. 대개 구원은 세이메이의 역할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일 역시 히로마사 혼자 힘으로는 힘들었을 것이다. 세이메이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겠지. 세이메이는 귀신을 퇴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원념을 풀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아가씨를 해하려 했던 음양사를 떠올리면 세이메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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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6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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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 경이로운 일상음식 이야기 오무라이스 잼잼 1
조경규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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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일단 먼저 떠오르는 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겠지. 그다음으로는 스스로 맛있게 만들어 먹는 것이거나, 누군가가 맛있게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닐까. 그 음식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비싼 풀코스 음식이 아니어도 좋다.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라도, 비교적 저렴한 재료로 만든 것이라 해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라 할 지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라고 생각한다)

조경규 작가의『오무라이스 잼잼』에는 거창한 음식따윈 나오지 않는다. (물론 불도장이 있긴 했지만, 그건 예외)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종류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 뿐만 아니라 간식이나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예외로 활명수는 요리에도, 간식에도, 디저트에도 속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음식에 관한 이야기만 있다는 건 아니다. 음식 자체에 대한 이야기, 그 음식이 태어난 배경 등과 더불어 그 음식과 관련된 추억담이라든지, 아이를 키워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등 일상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일상을 더욱 빛내주는 음식 이야기라고 하면 되려나?

이렇듯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연달아 줄지어 나오니 군침이 스윽 도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저자의 연령대와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나 역시 여기에 소개되는 음식들에 관한 추억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제 추억담을 좀 풀어볼까요. 거창한 건 없지만요.(笑)
난 지금도 샌드위치를 좋아하지만 이건 어린 시절부터 자주 먹어서 그런 것이지 싶다. 속재료나 빵만 바꿔도 맛이 달라지는 샌드위치들. 요즘은 고구마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데, 역시 오리지널은 달걀 샌드위치가 아닐까 싶다. 쉽게 뚝딱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밖에서 사먹으면 편리하긴 하지만 역시 집에서 만든 홈메이드 샌드위치맛은 따라잡을 수 없다.

카스테라의 경우, 어린 시절 엄마가 자주 구워주셨다. 작은 오븐이 있었는데, 요즘 것과는 다른 동그란 오븐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 촌시럽게 생겼지만 그 안에서 구워지는 카스테라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난 지금도 카스테라만 보면 어린 시절 엄마가 구워주시던 카스테라의 맛과 무심코 비교하고 마는데 그게 바로 추억의 힘일지도 모르지.

시골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꼬들꼬들 무말랭이(내가 사는 곳에선 곤지라 부른다. 왜인지는 물어보셔도 잘 모릅니다)는 겨울 반찬으로 최고였다. 할머니의 깻잎 장아찌도 일품이었고. 벌써 돌아가신지 몇년되었지만 여전히 난 할머니의 장아찌가 그립다.

뼈다귀 해장국, 요즘같은 계절엔 그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첨엔 뭐 저런 걸 먹나 싶었는데 먹어 보니 의외로 무척 맛있었달까. 그래서 이와 비슷한 감자탕도 즐겨 먹는다.

돈까스하면 요즘은 두툼한 일식 돈까스를 주로 먹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땐 경양식집에서 먹는 돈까스가 참 맛있었다. 수프도 주고, 접시에 깔린 얇은 밥에 데미글라스 소스를 듬뿍 올린 얄팍한 돈까스.그러고 보니 그렇게 나오는 돈까스를 먹어 본지 참 오래되었구나.

소세지편에 나오는 소세지 중엔 단연코 으뜸은 분홍소세지가 아닐까. 도시락반찬으로 훌륭한 역할을 했던 분홍소세지. 예전엔 엄청난 굵기와 길이를 자랑했거만 요즘은 그 반정도 사이즈로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맛에는 변함이 없는 분홍소세지. 예전의 맛이 그리우면 한번씩 사서 계란옷 입혀 부쳐 먹는데, 김치랑 요것만 있으면 밥 한그릇 뚝딱!

음식과 관련한 기억은 비교적 오래가는 모양이다. 다른 건 기억을 잘 못해도 음식맛은 꽤나 기억을 잘 한단 말이지. 이건 머릿속으로 집어 넣은 기억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문득문득 옛추억이 떠오르나 보다. 특히 좋은 사람과 맛있게 먹은 음식은 그 기억이 더욱 오래가니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맛있게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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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러브하는건 유라구!
자류 도쿠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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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겉모습만 봐서는 절대 모른다. 딱 보기엔 무척 온화하고 인상좋은 사람인데 알고 보니 무지 까칠한 사람일 수도 있고, 무지 무섭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되게 야들야들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란 존재가 재미있는 것 아닐까.

겉보기엔 1등급 날라리 소년 타케우치, 겉보기엔 엄하고 까칠해 보이는 선도부 오노.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니까. 타케우치가 불량소년처럼 보이는 건 겉모습뿐이고, 실제로는 엄청 귀여운 구석이 많다. 순진무구 그 자체랄까. 그건 선도부 오노도 마찬가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 를 충실히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평소에는 엄한 선도부원이지만 좋아하는 애앞에만 서면 어쩔줄 몰라하는 게 영락없이 그 또래 소년의 모습이니까.

참 안어울릴 것 같은 두 녀석의 인연은 소꿉친구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오노의 소꿉친구이자 같은 선도부원인 츠바키는 처음엔 타케우치만 보면 꼼짝 못하는 오노와 타케우치를 맞대면시켜서 정신차리게 할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의외로 그 순간 오노가 타케우치에게 고백을 해버리게 된다. 의외의 득템!?

어쨌거나 정신연령은 여자애들이 더 높으니 사랑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오노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건 여자애들 몫이다. 타케우치도 그런 쪽으론 아무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지만, 그런 타케우치보다 오노쪽 공략이 더 쉬워보였겠지.

원래 아기들이 걸음마를 시작할 때도 첫걸음을 떼기가 힘들다. 그 첫걸음을 잘 떼면 그다음은 일사천리! 사랑도 그렇다. 사랑을 고백하고, 그 고백을 상대가 받아줄 때까지의 과정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을 유지하려면 각별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순진무구한 소년들의 첫사랑을 그린 <아이가 러브하는 건 너라구!>는 정말 풋풋하다. 그래서 때론 그런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저런 사랑, 참 순수하지 싶어서.

뒷편에 수록된 <사립학교 농땡이부>와 <전일담 첫만남>은 뭐랄까, 미묘하게 심심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괜찮았다. 좀 이상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이 작가의 캐릭터들은 조금 유별난 구석이 있나? (笑)

이 작가의 작품은 <야호선>과 이 작품 딱 두가지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야호선>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이건 아무래도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고교생의 이야기라 조금은 가볍게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보면 명랑 코미디 쪽에 가까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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