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 한국 소설이 지금 여기 우리의 실생활을 그리는데 소홀했었다. 그래서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들이 소설집을 낼 때마다 찾아 읽게 된다. 모처럼 맞은 휴가에 급히 읽고 싶던 차에 전자책도 발간이 되어서 전자책으로 구매해 휘리릭 다 읽었다. 작품 간 격차가 적어 모두 재미있게 읽혔다. 직장인의 애환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겠지만 디테일은 전부 다 다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로 가 똑같은 일을 똑같은 사람들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공통된 애환이기에 그로 인한 넋두리에 공감하면서도 그것마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조차 무한 반복이잖아. 구체적인 디테일로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당장 내 옆의 아니 나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많이 나와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구나 싶고. 월급사실주의 동인이 큰 일을 냈다 싶다. 전작도 읽었던 것 같은데 리뷰가 없는 걸 보니 마무리를 하지 못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특히나 남궁인 작가가 응급의학이 아닌 전혀 다른 소재로 소설을 쓰다니 놀라웠다. 또 제목이 기가 막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니 정작 작품은 내가 제목을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제목의 임팩트가 정말 강했다. 다들 인성이 좋아야 일이 잘 풀린다고들 하는데 내 인성이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노력으로 인성이 하루 아침에 좋아질 것 같지는 않고 그래도 나도 좀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그 점을 잘 짚어낸 것 같다. 사실주의가 이렇게 재미있다면 아주 좋아요. 내년에도 후년에도 출간해주세요. 이 작품집들이 계속 쌓이면 이 시대를 기록한 역사 자료로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역사자료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삶이 가치 있는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쓰고 있고 그래서 내 삶은 가치가 있다고. - P9
시인 이소연의 산문집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으로 착각했으나 이내 한국경제신문에서 칼럼을 쓰는 이소연 시인의 작품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원래 정했던 제목이 ‘시인이 되어서 정말 즐겁다‘였다니 정말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다 담긴 제목인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신나게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시를 쓰는 씩씩한 이소연 시인을 만날 수 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유사하다는 평에 주저없이 구매해 읽다. ‘가재~‘는 몇 번 원서로 읽기를 시도하다 포기하고 영화로 봤는데 ‘흐르는 강물처럼‘은 번역본으로 바로 보아서인지 휘리릭 읽기 성공. 빅토리아의 일생에 눈물지으며 읽었다. 콜로라도 복숭아 농가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장엄한 대서사시를 이렇게 한 마디로 줄일 수는 없다. 빅토리아의 외로운 삶이 참으로 사무치게 묘사돼 ‘가재~‘의 주인공과도 비슷해 보였다. 어릴 때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을 만나는 장면으로 소설은 막을 내리는데 정말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도 ‘가재~‘처럼 영화화될 수도. 부디 빅토리아가 윌슨을 꼭 닮은 루커스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소설.
오랜만에 김사과 작품집을 읽었다. 예전에는 김사과 작품에서 나타나는 위악성과 탕진되는 젊음에 뭔가 통쾌함을 느꼈었다. 오랜만에 읽은 김사과의 작품들은 여전했고 주인공들이 더 나이가 들었다. 위악성이 덜 해졌고 대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단적인 특성을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두 정원 이야기‘가 가장 리얼했다. 두 작품 다 비슷한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계급고착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사과의 소설들은 낯선 듯 친숙하다. 특이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