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펼쳐 낼 수도 있구나 싶었다. 플롯을 골머리를 써서 짜내지 않고 이렇게 '경진'이 산책하듯이 여행하듯이 나다닐 때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이 '경진'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마지막 김혼비의 추천의 글의 서두와 말미에 '산책이 책이라면 은모든의 소설 같을 것'이다라는 언급과 '꿈결 같은 산책'이었다는 언급이 내 마음과 같았다. 덕분에 전주 여행을 다녀온 것 같기도 하다. 엄마와 '경진'의 대화가 특히 '경진'이 엄마에게 하는 말투가 전혀 모녀 지간 같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책의 책장을 덮으며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을 떠올렸는데 정세랑 작가가 추천의 글을 써서 신기했다. 김혼비, 정세랑 작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기에 추천이 더 빛났다. 


그러고 보면 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나본데 오랜만에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대체 이 소설에는 몇 명의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행복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려 하지 않게 된 이 시대에, 특히나 대면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린 이 시대에 '모두 너와 (너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어 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붙잡혀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런 소망 때문에 요즘 클럽하우스가 인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역시나 대화는 대면으로 하는 것이 제 맛이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여행도, 대면 대화(대화라는 것이 대면을 포함하는 것인데 어쩌다 우리는 대면 대화라는 말을 써야하는 무서운 세상에 살게 되었단 말인가!) 도 불가능해져 버린 이 시점에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었다. 참으로 '꿈결 같은 산책'이었다. 굿굿굿. 더 말이 필요없다. 


+ 요즘 일이 벅차서 사적으로 읽는 글의 글자 자체가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나는야 문자중독자) 은모든 작가 덕분에 잡념없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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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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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임경선 작가가 일인출판으로 냈던 책도 평이 좋지 않았는데 이 책도 같은 평을 들을 듯하다. 두세페이지에 해당하는 50꼭지 정도의 분량. 내용도 특별할 것이 없고.
임경선 수필을 좋아해서 바로 읽고 싶었으나 먼저 입고되는 독립서점까지 찾아갈 시간은 없어서 대형서점에서 예약주문해서 보았다. 초판 오천부가 다 나가서 재판에 들어갔다고 하던데. 결혼 20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날 출간되도록 하고 모든 수익금은 남편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정말 이 사실들만으로도 구매욕구 자극이다. 솔직히 마케팅이 다 했다.
남편이 이 책을 읽고도 이혼하자는 말을 안 한게 신기하다고도 했지만 이 책을 처음 읽은 남편의 소감은 바로 이런 책을 사 볼 사람이 있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다 읽고 나니 남편분의 소감이 가장 정확하고 솔직한 평이 아니었나 싶다. 주례사비평은 아니더라도 책 만들기에 공이 많이 들어가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아마 저자 남편분은 이해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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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의 마니아라면 이번 신간이 반가울 것이다. 특히 '우아하고 호쾌한 축구'를 정말 재미나게 본 나로서는 김혼비의 신간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부랴부랴 구매해 읽어 보았다. 


읽어보니 과연 김혼비 마니아라면 예상했을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비판적 시각, 그러면서도 따뜻한 마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도 애둘러 이야기하는 자세 등등..거기에 박태하까지 가세했으니 그들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며 혹독한 재교삼교 그 이상의 퇴고를 거쳤다니 원고의 질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다만 잡지의 한 꼭지로 연재되었을 때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왠지 비스무레한 K 축제가 비스무레한 논조로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느낌이라 집중이 잘 안 되는 면이 있었고(이건 순전히 K 축제 탓일 수도.)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전개도 있었다. 마지막에는 훈훈한 마무리로 급마무리한 느낌도 조금 들었다. 박연준은 그들을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아직은 나에게는 빌 브라이슨에 대적할 만한 한국 작가는 없다. 하지만 그의 유머, 시니컬함 등등을 떠올려 볼 때 박연준이 왜 그 말을 했는지는 십분 이해했다. 더이상 축제를 열 수 없게 되어버린 하지만 간신히 축제를 만들며 버티던 중소도시 관계자들의 안부를 저자들과 함께 걱정하면서도, 코로나 시국에도 팔도 유람을 톡톡히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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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는 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책방을 열고 운영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쓴 책인 줄 알았는데 우리 나라에 많은 영감을 준 일본 서점들 이야기가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라 안 읽었으면 아쉬울 뻔 했고 그 다양해 보였던 우리 나라 동네 서점들의 연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했다. 뭔가 의문이 풀리는 느낌. 읽으면서 왠지 '탐방서점' 이 떠올랐다. 김소영의 책도 전반부는 일본 서점 탐방기였기 때문인가 보다. 물론 '탐방서점'은 독립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지만 그 인터뷰를 읽으면서 각각의 독립서점들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후반부는 실제 서점을 열고 나서의 이야기가 나온다. 책방을 열고 나서 다시 일본 서점들을 방문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서 이런 책들('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자기(만)의 책방')이 떠올랐나 보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은 다른 듯 다들 비슷하기도 하다. 김소영 씨는 유명인이어서 다른 책방 주인들과 차별성이 있겠지만 책방이 방문하기 좋은 곳이 아닌 일터가 되어버린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겠다.

유명인이 운영하는 책방 이야기라 '오늘도, 무사'랑 비슷한 면이 있을까.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이야기는 서점이 더이상 로망의 공간이 아니라 강도가 높은 육체 노동을 요구하는 일터가 되어버린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하다. 책은 마진이 높지 않아 월세가 부담스럽다는 점, 책방을 유지하도록 수익을 창출하려고 (다른 일을 부업으로 하거나 각종 이벤트 등등을 고안하는 등)노력하고 있다는 점, 그런데 출판의 미래는 아주 어둡다는 것, 서점이 속속 생겨나기도 하지만 문을 닫는 서점도 많다 등등. 그런 면에서 좀 더 다양한 일본 서점 이야기로 책 전부를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다'는 책을 읽으면서 요즘 세상에(물론 출간된지 좀 된 책이었지만 그때도 이미 역시나 출판의 미래는 어두웠으니) 그래도 되나 싶었는데 그 뒤에는 역시나 거대한 출판 문화와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대국 일본이 있었던 것이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두서없는 내 책읽기가 뭔가 하나로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 참 신비롭다. 


이래저래 드는 생각은 그 멋진 도쿄의 서점들은 다들 잘 지내는지(서점은 왠지 인격이 있는 것 같다. 뭔가 스스럼 없이 대하기는 좀 어렵지만 멋진 친구), 무사한지 궁금하다. 얼른 가보고 싶다. 랜선책방여행 대신 제대로 첨단의 도쿄 서점들을 순례한 느낌이다. 요즘은 참으로 책 소개가 난무범람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조용히 앉아 내가 두서없이 고른 책을 읽으며, 이책저책을 떠올리며, 연결지으며 혼자 웃음짓는 나만의 독서 시간이 좋다. 책 소개는 책 소개이고 책 읽기는 책 읽기라 엄연히 다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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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의 로망인 오키나와에 또 하나의 로망인 헌책방이라니. 시장 한 켠에서 사람들과 헌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이야기. 오키나와의 슬픈 역사나 아름다운 풍광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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