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펼쳐 낼 수도 있구나 싶었다. 플롯을 골머리를 써서 짜내지 않고 이렇게 '경진'이 산책하듯이 여행하듯이 나다닐 때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이 '경진'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마지막 김혼비의 추천의 글의 서두와 말미에 '산책이 책이라면 은모든의 소설 같을 것'이다라는 언급과 '꿈결 같은 산책'이었다는 언급이 내 마음과 같았다. 덕분에 전주 여행을 다녀온 것 같기도 하다. 엄마와 '경진'의 대화가 특히 '경진'이 엄마에게 하는 말투가 전혀 모녀 지간 같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책의 책장을 덮으며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을 떠올렸는데 정세랑 작가가 추천의 글을 써서 신기했다. 김혼비, 정세랑 작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기에 추천이 더 빛났다. 


그러고 보면 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나본데 오랜만에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대체 이 소설에는 몇 명의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행복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려 하지 않게 된 이 시대에, 특히나 대면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린 이 시대에 '모두 너와 (너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어 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부럽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붙잡혀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런 소망 때문에 요즘 클럽하우스가 인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역시나 대화는 대면으로 하는 것이 제 맛이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여행도, 대면 대화(대화라는 것이 대면을 포함하는 것인데 어쩌다 우리는 대면 대화라는 말을 써야하는 무서운 세상에 살게 되었단 말인가!) 도 불가능해져 버린 이 시점에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었다. 참으로 '꿈결 같은 산책'이었다. 굿굿굿. 더 말이 필요없다. 


+ 요즘 일이 벅차서 사적으로 읽는 글의 글자 자체가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나는야 문자중독자) 은모든 작가 덕분에 잡념없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어서 기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