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의 마니아라면 이번 신간이 반가울 것이다. 특히 '우아하고 호쾌한 축구'를 정말 재미나게 본 나로서는 김혼비의 신간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부랴부랴 구매해 읽어 보았다.
읽어보니 과연 김혼비 마니아라면 예상했을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비판적 시각, 그러면서도 따뜻한 마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도 애둘러 이야기하는 자세 등등..거기에 박태하까지 가세했으니 그들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며 혹독한 재교삼교 그 이상의 퇴고를 거쳤다니 원고의 질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다만 잡지의 한 꼭지로 연재되었을 때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왠지 비스무레한 K 축제가 비스무레한 논조로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느낌이라 집중이 잘 안 되는 면이 있었고(이건 순전히 K 축제 탓일 수도.)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전개도 있었다. 마지막에는 훈훈한 마무리로 급마무리한 느낌도 조금 들었다. 박연준은 그들을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아직은 나에게는 빌 브라이슨에 대적할 만한 한국 작가는 없다. 하지만 그의 유머, 시니컬함 등등을 떠올려 볼 때 박연준이 왜 그 말을 했는지는 십분 이해했다. 더이상 축제를 열 수 없게 되어버린 하지만 간신히 축제를 만들며 버티던 중소도시 관계자들의 안부를 저자들과 함께 걱정하면서도, 코로나 시국에도 팔도 유람을 톡톡히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