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동물 이야기라고 흘려 읽기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소설. 변화된 요즘 새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보다는 동물과 더 교감하며 살게된 요즘 사람들 이야기. ‘정상가족‘의 개념이 무너진지 오래지만 반려동물과 인간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근미래의 ‘정상가족‘이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지도.
내 과거를 찾아야만, 내 친부모를 찾아야만 내가 완전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단지 내 망상에 불과했어.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 P139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은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견디는 과정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점차 깨달아갔다. - P238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 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 P225
이기호가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쓰던 작가였던가. 이기호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 책. ‘짧은 소설‘인 만큼 이기호답게 가볍고 재미있게 시작하는 것 같더니만 갈수록 진지해졌고 마지막에는 매우 슬퍼졌다. ‘눈감지 마라‘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 ‘눈을 감지 말고‘ 늘 깨어있으라는 경구로도, 그럼에도 영원히 ‘눈감지 말고‘ 살아남으라는 말로도 들린다. 작가라는 직업은 정말 대단한 직업이다. 이런 내용을 이런 형식으로 말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