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과일도 아닌 ‘제철 행복‘으로 돌아온 김신지 작가. 24절기를 챙겨가며 한 해를 만끽하며 즐기자는 취지의 에세이. 자칫 따분해질수도 있는 소재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잊혀 가는 절기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그러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인상깊었다. 고서를 꽤나 많이 탐독해서 쓴 것처럼 보이는데 제시된 참고도서 목록에는 책 말미에 직접 인용된 책 몇 권만 제시되어 있어 어떤 고서를 참고로 썼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한 달에 두번씩 들어있는 24절기를 꼬박꼬박 챙겨 알뜰살뜰 한 해를 보낸다면 정말 알찬 행복을 쟁취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은 횟수라니까 말이다. 고풍스러운? 김신지 작가가 소재를 제대로 고른 것 같다.
시인들의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와 신작시 한 편으로 구성된 문학동네시인선 200기념 티저시집이다. 특히나 시란 무엇인가를 제목으로 한 시들이 너무나 멋지고 세로쓰기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멋지다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매혹적인 티저시집. 기획력 정말 좋구나!!!
집이라는 것이반드시 물리적인 공간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 그것이 반드시 장소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것, 고향은 복수의 공간일 수 있으며, 때로는 타인이 나의 고향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 고향은 상황이거나 사건의 형태를 띌 수 있으며,당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타국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는사실이요. - P278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 최초 출간 삼십년 후 문보영의 아이오와 일기가 출간되았다. 성향상 양극단에 놓여있는 두 시인의 일기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문보영은 특유의 개성으로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며 아이오와 생활을 잘 해나가 아이오와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고 다시 가고 싶어한다. 지루함의 대명사인 아이오와를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재주가 그에게 있는 듯 하다. 제목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반대편에 있는, 끝없은 옥수수 들판으로 알려진 아이오와를 가리키는 것이겠지만, ‘반대편‘이라는 의미는 모든 사고체계를 뒤집는 반대편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타향 살이가 우리에게 낯섦을 선사하는 것이겠지. 문보영의 개성이 뿜뿜하는 재미난 이국 생활 일기!!
대한민국 성인 중 당근마켓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지 않나? 그런데 그 중 일인이 바로 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당근마켓에 대한 궁금증과 아무튼 시리즈에 대한 팬심, 이슬아 작가 남편 이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무튼 시리즈는 방심을 잠깐만 하면 신간이 우수수 나와 있는 경향이 있다. 기다릴 때는 더디게 나오더니만) 당근마켓에 대해서 여기저기 듣기도 하고 당근거래 중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보고 당근당근 울려대는 휴대폰알림소리도 들었으나 이용하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맥시멀리스트이거나 물건에 대한 욕심이 있거나 물건구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없고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 잘못 샀다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된 물건은 대부분 쓰레기통이나 의류수거함, 대형폐기물로 처리해 버. 린. 다. 귀찮은 것이다. 물건과 관련된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도대체 왜 당근(마켓)을 그렇게들 애용하는 걸까 궁금해하며 이훤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랬더니 당근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계가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당근 이용자가 되었다가나 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물론 없었지만 뭔가 다른 세상을 엿본 느낌이다. 하지만 당근은 계속 사용하지 않을 듯 하다. 물건과 관련된 일체의 일을 대신해주는 뭔가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이훤의 글은 잘 읽혔고 당근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야기들-영어이름 이야기 등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