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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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대리 맞선 서바이벌‘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처음에는 너무 올드한데 괜히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진전이 느렸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졌다.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한 발 빠른 일본에 부모가 나서서 자녀의 배우자감 후보를 고르는 맞선 자리에 나가는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이들이 많아지는 반면 외동도 많은 젊은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편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어느 한쪽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평등지수 면에서 꼴찌가 일본이고 그 바로 위가 한국이라는 통계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소설에 나타난 일본 남자나 남자 부모들의 보수성은 우리의 그것보다 비슷하거나 더 한 듯 했다.

57세의 주인공이 부모 맞선에 일년 정도 열심히 참여한 끝에 딸이 원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기로 하는 결론으로 끝을 맺지만 오랫동안 노력해도 결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듯 하다.

변화된 세태를 빠르게 분석하면서도 자신의 속물적이거나 감추고 싶은 속마음을 솔직하게 터놓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대표작이라는 ‘70세 사망 법안, 가결‘이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다.

+가키야 미우 작가를 검색해 보니 웬걸 내가 이미 읽은 책이 두 권이나 되었다.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와 ‘이제 이혼합니다‘를 읽었었다. 그러고 보니 문체가 낯익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도 읽어봐야지. 꼬고무 독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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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외전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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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로 기억되는 박민정 작가의 최신작. 뒤늦게 출간 소식을 접하고 게다가 ‘외전‘에 솔깃해서 보게 되었다. 늘 바깥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은가.

‘백년해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이고 너무나 어마어마한 약속(그러므로 필연코 후회를 낳는) 인데다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여성의 큰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고. (물론 남성도. 결국 결혼제도는 서로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관계?) 이런 생각들이 제목을 보고 끌렸던 이유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된 인물은 다 여자들이다. 나 엄마 큰 고모 작은 고모 사촌언니 사촌동생 입양간 고모 등등

인텔리지만 국제결혼을 해 외국인 며느리가 된 바닷가 사촌 새언니, 프랑스로 입양보냈던 큰아버지의 딸 야엘, 어찌저찌 알게된 프랑스에 사는 알제리 계열의 부모에게 입양된 한국 입양인 아지가 제일 독특한 인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 사촌 동생이나 언니, 직장동료, 고모들이나 아버지들, 할머니, 엄마 등은 익히 우리가 봐왔던 옛날 그 시절의 캐릭터이고.

나의 직장 이야기와 소설 이야기 집안 이야기가 엮여 돌아가서 그런지 의식의 흐름처럼 이 이야기가 나오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내용을 따라잡으려면 정신을 차리고 읽어야했다. 내용도 유쾌하기는 커녕 매우 무거운 주제들이었고.

박민정 작가의 작품은 보통 내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었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 박민정 작가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여러 상황들을 제시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을 주로 쓰는 것 같다.

한국인 아버지와 동남아로 추정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카 수아에게 엄마가 했다는 말- 이 외모로 영어도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영어유치원에 보냈다는 말, 아지가 알제리 양부모 아래에서 자랐지만 한국인의 외모라 불법체류자로 여겨져 자주 검문을 당한다는 점 등은 너무 날카롭다 못해 뼈아픈 내용들이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아내들의 학교‘를 읽어보려고 한다. 막 재미있거나 나와 코드가 딱 맞는 건 아니지만 찾아읽으려는 마음이 늘 드는 이유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작품을 써서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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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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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전국을 돌며 양돈장, 양계장, 꽃게잡이배 등에서의 노동 기록으로 유명한 한승태 작가가 이번엔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직업들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쓰기 위해 일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데 엄연히 그는 살기 위해 노동하고 그것을 기록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방이 아닌 도시라서 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로 읽혔다.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라질 확률이 높은 직업들을 골라 경험했던 것 같다.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 쓰다 순으로 되어 있어서 콜센터, 물류센터, 부페주방, 빌딩에서 일한 경험을 기록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선택한 것 같은데 20 여년 후에 이런 동사와 이런 직업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최상층과 최하층의 직업만 남는다고 하는 말과 상통하는 것이긴 한데 챗지피티 이후 변화의 속도가 일취월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이년 후도 예상하기 힘드니 이십 년 후를 어떻게 예상하겠는가.

콜센터는 내용이 너무 우울해 읽다가 물류센터로 넘어가 읽다가 그것도 우울해 부페 주방으로 넘어가니 아무래도 요리라는 주제가 흥미로워 읽는 데 속도감이 붙었다. 절대 웃어넘길 일이 아닌데도 한승태 작가의 입담에 피식피식 웃어가며 읽었다. 극한직업 체험도 아니고 정말 이렇게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이라니 경악스러우면서도 앞으로 부페는 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다.(위생상태나 조리방법, 원재료 등의 고발도 이어져 입맛이 절로 떨어졌다.) 이어서 빌딩 청소를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콜센터, 물류센터를 섭렵하고 마지막 ‘쓰다‘챕터로 넘어가서 독서의 대장정을 마쳤다. 빽빽하게 400페이지가 넘으니 대장정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입담은 이런 식이다. 보통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에 가면 개인적인 질문을 ‘여자친구 있어요, 결혼했어요‘ 이런 정도로 물어보는데 60대 이상이 주로 일하는 빌딩 청소 일을 했을 때는 이러한 개인적인 질문을 어떻게 할까요 와 같은 퀴즈가 있고 답은 한 20페이지 너머에 있다. 이런 심각한 르포에 퀴즈 정답을 확인하기 위해 20페이지 너머를 들추는 웃픈 상황에서(그러나 궁금해서 답을 먼저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답을 확인하고 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정답은 ‘양친은 살아계신가?‘였다. 너무나도 상상이 되는 질문이어서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으로는 작가가 말하는 은퇴를 받아들이는 5단계(무슨 매슬로우의 5단계도 아니고)로 그것은 ‘퇴직-절망-재구직-냉대-청소‘라고 하니 정말 이 말이 맞아 무릎을 치게 되면서도 그 지적이 너무나 날카롭고도 정확해 뒷맛이 매우 씁쓸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작은 예시에 지나지 않고 이 이외에도 빵빵 터지는 그의 입담은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다.

누구나 이런 직업을 경험할 수는 있어도 이렇게 세세하고도 위트있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승태 작가 뿐일 것 같다. 남다른 경험, 세세함, 위트, 통찰력, 시대를 읽는 능력 등이 매우 탁월하다.

이제는 한승태 작가도 십여년 전의 첫 책을 냈을 때와 달리 가정도 꾸린 것 같은데 언제까지 극한 노동을 해가면서 작가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언제까지 젊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하다. 이런 르포 더 많이 나와서 이 사회가 한층 인간을 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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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백 - 飛白
오탁번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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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돌아가신 오탁번 시인의 시집을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바로 읽었다.

80세에 돌아가셨지만 왜 이리 일찍 돌아가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학번이 깡패이던 시절에 수업 때 하시던 다른 말씀은 기억이 안나고 ‘너 몇 학번이야?‘ ‘나 오탁번이야‘하시던 말씀만 기억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쉬운 듯 깊고 아이같은 듯 할아버지같은 그의 시는 상당히 옛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 그 올드함이 고색창연하지 않고 멋스럽다.

제목 ‘비백‘은 획마다 흰 자국이 나도록 쓰는 서체라고 한다. 이 시집에서 노년의 삶을 노래한 시들이 그 흰 자국에 해당하는 것일까.

시집 전체에서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조상과 후손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집필을 계속 하셨던 것 같은데 절판이 많다. 전집 같은 건 안 내시나. 그동안 놓친 선생님의 여러 글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 이어령 선생님과 주고받으신 이메일 이야기가 사무쳤다. 두 분 다 고인이 되셨기에. 이렇게 문단을 주름잡던 분들이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지시는구나 싶어 마음 아프다. 그것이 인생일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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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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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주저없이 읽었으나 그 올드함에 놀랐다.

7년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작품이라는데 주로 60대 고등교사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후일담‘으로 읽히게 되는 것 같다.

작가가 초등교사여서 그런가 실제로 묘사되는 고등학교 교실이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가 내년 1학년부터이지만 이미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진행되고 있어 원교실에 머물러 학급학생 전부가 모여서 수업을 하는 시간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담임반 학생들을 위해 초등교사처럼 학급에 머무는 담임샘이라니 놀라운 해결책이었다. 세특 사항을 외부 컨설팅 받아온 자료로 입력해달라는 내용 말고는 현실반영이 거의 안 된 것 같았다.

아무튼 주된 내용은 60세 정윤옥 교사의 대학 시절과 졸업 이후 교직 일을 시작하던 시기이니 그 시절 이야기로 생각해서 읽어야 한다. 60세 교사의 현실담은 외부 액자 이야기밖에 안 되니.

60세가 주인공이라 오히려 새로웠다. 늙음이 죄처럼 느껴지는 요즘 한국에서 60세 주인공을 내세운 것은 큰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60세가 주인공이니 내용이 올드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지켜야 할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빠르게 변한다는 말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휙휙 바뀌는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 지켜야할 것은 무엇인가가 의문으로 남는다. 그것이 과연 있긴 한 걸까.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김기태) ‘보편교양‘과 얼마나 비슷하며 얼마나 또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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