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백 - 飛白
오탁번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돌아가신 오탁번 시인의 시집을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바로 읽었다.

80세에 돌아가셨지만 왜 이리 일찍 돌아가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학번이 깡패이던 시절에 수업 때 하시던 다른 말씀은 기억이 안나고 ‘너 몇 학번이야?‘ ‘나 오탁번이야‘하시던 말씀만 기억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쉬운 듯 깊고 아이같은 듯 할아버지같은 그의 시는 상당히 옛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 그 올드함이 고색창연하지 않고 멋스럽다.

제목 ‘비백‘은 획마다 흰 자국이 나도록 쓰는 서체라고 한다. 이 시집에서 노년의 삶을 노래한 시들이 그 흰 자국에 해당하는 것일까.

시집 전체에서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조상과 후손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집필을 계속 하셨던 것 같은데 절판이 많다. 전집 같은 건 안 내시나. 그동안 놓친 선생님의 여러 글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 이어령 선생님과 주고받으신 이메일 이야기가 사무쳤다. 두 분 다 고인이 되셨기에. 이렇게 문단을 주름잡던 분들이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지시는구나 싶어 마음 아프다. 그것이 인생일까. 서글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