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외전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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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로 기억되는 박민정 작가의 최신작. 뒤늦게 출간 소식을 접하고 게다가 ‘외전‘에 솔깃해서 보게 되었다. 늘 바깥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은가.

‘백년해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이고 너무나 어마어마한 약속(그러므로 필연코 후회를 낳는) 인데다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여성의 큰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고. (물론 남성도. 결국 결혼제도는 서로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관계?) 이런 생각들이 제목을 보고 끌렸던 이유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된 인물은 다 여자들이다. 나 엄마 큰 고모 작은 고모 사촌언니 사촌동생 입양간 고모 등등

인텔리지만 국제결혼을 해 외국인 며느리가 된 바닷가 사촌 새언니, 프랑스로 입양보냈던 큰아버지의 딸 야엘, 어찌저찌 알게된 프랑스에 사는 알제리 계열의 부모에게 입양된 한국 입양인 아지가 제일 독특한 인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 사촌 동생이나 언니, 직장동료, 고모들이나 아버지들, 할머니, 엄마 등은 익히 우리가 봐왔던 옛날 그 시절의 캐릭터이고.

나의 직장 이야기와 소설 이야기 집안 이야기가 엮여 돌아가서 그런지 의식의 흐름처럼 이 이야기가 나오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내용을 따라잡으려면 정신을 차리고 읽어야했다. 내용도 유쾌하기는 커녕 매우 무거운 주제들이었고.

박민정 작가의 작품은 보통 내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었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 박민정 작가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여러 상황들을 제시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을 주로 쓰는 것 같다.

한국인 아버지와 동남아로 추정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카 수아에게 엄마가 했다는 말- 이 외모로 영어도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영어유치원에 보냈다는 말, 아지가 알제리 양부모 아래에서 자랐지만 한국인의 외모라 불법체류자로 여겨져 자주 검문을 당한다는 점 등은 너무 날카롭다 못해 뼈아픈 내용들이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아내들의 학교‘를 읽어보려고 한다. 막 재미있거나 나와 코드가 딱 맞는 건 아니지만 찾아읽으려는 마음이 늘 드는 이유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작품을 써서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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