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구체적 디테일이 궁금했는데 가키야 미우가 이런 작품을 써서 의외였다. 재난이 많은 나라이고 남녀차별은 매우 심하고 그 와중에 여자들끼리 합심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에 목표와 정답이 있는 듯.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피난소. 지금쯤 그들은 얼마나 재난을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오십대 여성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다니. 자녀결혼, 정리해고, 시아버지장례식, 연금수령을 위한 노인대행 등 시부모님을 건사하고 자녀 취업과 결혼, 본인들의 제2의 취업까지 좌충우돌 오십대 후반인 아줌마의 인생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노후자금으로 일억이천을 모아두었었지만 큰 딸 결혼식과 사어버지 장례식으로 다 쓰게 되고 공교롭게 부부 모두 정리해고가 되어 빈털털이 신세가 되어 구직도 안 되는 과정에서 딸이 안정적 결혼 생활을 하는지까지 걱정을 해야하고. 늘 송금하던 돈을 더이상 보낼 수 없게 되어 고급요양병원에 거주하던 시어머니까지 집으로 모시게 되고 절박한 마음에 시어머니가 이웃노인을 가장해서 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결국은 깨달음도 얻고 모두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우리의 오십대들의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미있고 생생한 오십대 주부 이야기. 제로 장례식 등 일본 문화의 면면도 엿볼 수 있다.
‘70세 사망법안‘처럼 ‘추천맞선결혼법‘이 제정되면 일본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해서 그려낸 소설. 사망법안도 사람들의 의식 변화와 기부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결되지 않은 것처럼 추천맞선결혼법도 마찬가지로 각종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내고 없어지는 결말인데 정말 집단주의적 발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결정할 수 없는 큰 일을 앞두고 누군가 결정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을 포착한 발상일까. 다양한 일본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드라마화되었다는 것 같았는데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제목은 육아 졸업이지만 이 책의 대부분은 육아 이야기다. 마지막에 가서야 육아 졸업 선언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 부모는 평생 부모이므로. 50년대 후반생 세 여자들이 같은 대학교를 다녔던 인연으로 그들의 우정을 쭉 지속하는 이야기. 진학 취업 결혼 사직 출산 육아 등으로 점철된, 다사다난한 그들의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들의 시대에 비해 지금 우리 시대가 얼마나 살기 좋아졌나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여자의 일생은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의 일생이 그렇기도 하고. 육아에 정답은 없듯이 세 여자들의 삶도 그 자녀들의 삶도 정답이 없다. 늘 후회는 남고. 그래도 그들의 우정이 자녀대에 이르기까지 잘 이어져오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지가 달라지고 입장이 바뀌어 미묘하게 관계 변화가 생길 법도 한데 그럼에도 지속될 수 있었던 그들의 우정이 부럽고 대단하다 싶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컸지만 부모는 그래도 아직 비교적 젊은 오십대가 가장 좋다는 (앞으로 힘 빠질 일만 남았으므로 ㅠㅠ) 말이 있던데 여기서도 오십대에 들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금이 좋아. 하지만 이것도 그들이 결혼과 출산을 빨리 해서 그런 것이다. 뒷세대들은 육십대가 제일 좋다고 할 수도 ㅠㅠ
밀라논나가 있기 이전의 책을 뒤져보다. 이탈리아 문외한으로서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유명해지기 전 책도 재미있고 알찼다. 해외유학 1세대신가. 그 시대에 칸쵸네를 듣고 유학의 꿈을 키웠다니 딴 세상.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의 중간 어디 쯤에 있는 것 같다. 밀리논나 시즌 2의 복장이 70대 할머니 복장이라니 놀라울 뿐. 40-50대 정도로 보일 수도. 이탈리아 할머니라고 하면 딱 맞을 듯. 정말 우리네 할머니들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르다. 세련됨의 극치. 역시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렇게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대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