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지 않은 날에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 P19
본격 노키즈 분석서. 사카이 준코 책 중에서 가장 본격적으로 노키즈에 대해 논의한 책이 아닌가 싶다. 지역적,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바라보고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자식은 부모의 죽음을 처리해 주는 존재라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조카에게 사촌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저자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조카에게 자신의 죽음을 처리해 줄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가 아니라 이렇게 무자녀 부부가 늘어나고 출생률이 낮아지는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나 남자들이 오히려 더 결혼출산육아에 관심이 없다고 여러번 지적하기도 한다. 2017년작이라 일본 대신 한국을 넣어도 모두 말이 된다. 일본 한국도 어서어서 프랑스 처럼 결혼과 상관없이 낳은 아이들이 많아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사카이 준코는 범주화에 능한 작가인 듯하다. 그리고 남들이 차마 못하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러니 ‘마케이누‘라는 말을 해서 떴을 것이다. 근간을 읽다가 2003년 작을 읽으니 시간을 거슬러 온 느낌이다. 처음부터 비혼녀와 품절녀(기혼녀)로 모든 사항을 구분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중간에는 비혼녀는 할 일이 없어서 쩔쩔 매고 품절녀는 할 일이 없어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말까지 주저없이 말한다. 마지막에는 결혼을 선택한 사람을 위한 10가지 수칙, 비혼을 선택한 사람을 위한 10가지 수칙을 이야기하는데 이 언급은 곧이곧대로 믿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비꼬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읽다보면 뒤늦게 느끼게 된다. 중간 부분에 ‘독신남‘의 특성을 나열한 부분이 있는데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비혼과 출생률 저하의 문제를 여자들이 힘든 것을 기피해서라고 몰아가지만 남자들도 절반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진정 옳다. 이래저래 후련하고도 재미난 책인데 확실히 역주행을 하다보니 젊었을 때 더 서슴없었구나 싶다.
의사 부부의 상담이야기. 결혼, 부부관계, 자녀 양육과 관련된 대부분의 갈등 상황이 언급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내용이 담겨 있다. 주제가 폭넓으니만큼 깊이에 대해서는 실망할 수 있으나 빠지는 내용없이 간단하게라도 기본을 짚어주는 책. 주제를 좁혀 더 구체적이고 깊이있는 책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저자의 언급처럼 우리는 남녀가 서로 좋아서 함께 살기 위해서 결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본다. 결혼은 그보다는 훨씬 심각하게 많은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다. 해놓고 그제서야 깨닫게 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으므로.
60이라는 숫자와 스페니쉬 두 단어에 꽂혀 읽게 되었다. 미국 살 때 멕시코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봐서 결국 가보지 못했는데 60살에 스페니쉬를 배우러 멕시코에 간 60살 할아버지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외국어와 멕시코는 나에게 늘 너무나 먼 당신이었기에 이 둘 다를 60이라는 나이에 도전한다니 대단히 멋져 보였다. 노년에 배움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경쟁이나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과연 그렇다. 슬렁슬렁 문화도 익히고 언어도 익히도 여행도 하고 그러다보면 외국어가 늘고(혹은 늘거나 말거나) 그들은 그렇게 즐겁게 낯선 언어와 환경을 즐긴다. 젊은이들은 늘 목표가 있고 경쟁이 있고 달성해야 할 과제가 있고 돈은 부족하다. 노인은 그 반대겠지. 언제까지 레벨 몇으로 가야한다거나 이걸 배워서 직업을 바꿔야 한다거나 일에 도움이 되어야한다거나 하는 구체적 과업이 없는데 시간과 돈은 많고. 게다가 그들은 그들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순간을 즐기는 데 능숙하다. 스페니쉬의 스도 모르는 나도 읽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하고 멕시코 문화와 관광지 등을 과도하지 않게 알려주고 미국문학 번역가로서 좋아하는 미국문학 작품 이야기도 나오고 덕분에 위험천만하다는 그 멕시코를 함께 슬렁슬렁 여행한 기분이다. 의외로 재미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