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586세대를 부모로 둔 딸의 목소리로 내용이 전개된다. 90년대생일까. 00년대생일까.여성들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분재‘였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이 정말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고 70대 할머니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달까. 젊은 사람이 노인의 감성에 여기까지 다가갈 수 있다니 놀라웠다. 물론 작가나 나나 70대의 삶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둘다 예상치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할머니와 엄마와 손녀로 이어지는 그 미토콘드리아적 관계가 아름다웠다. 이래서 힘들어도 자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한국소설 중에 장르소설 말고는 읽을 소설이 드문데 이렇게 정통(?) 소설을 만나면 난 정말 반갑게 전자책으로 구매해 직진해서 다 읽어버리고 만다. 읽고나면 요즘 젊은이들 정말 살아남기 힘들겠다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 와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잘 찾아서 잘 살아남는다 싶기도 하고. 매우 미진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는 사회의 일면들이 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 든다. 그래도 변화된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이런 트렌디한 소설 마음에 든다. 또 한국소설 찾으러 고고.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전자책으로 읽다가 완독.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종이책으로 사서 매일 밑줄을 치며 습관으로 만들어야할 것 같다.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제일 많이 반복되는 이야기. 걱정은 그냥 잘못된 습관일 뿐이라고. 오랜 시간차가 있음에도 여전히 매우 의미있는 책.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이랄까.
드디어 한병철의 가장 유명한 저작을 읽다. 피로 사회와 우울 사회 두 챕터로 되어 있는데 피로 사회의 개념이 워낙 알려져서인지 우울 사회 내용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라는 그의 일갈은 얼마나 적확한 것인가. 또한 과거에 우리가 강요받았던(하지만 요즘은 치매 원인의 하나로 여겨지는) 멀티태스킹이 실은 수렵자유구역의 동물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습성이라는 것, 성공 개론서들이 말하는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경영자입니다‘라는 논리는 ‘당신은 당신 자신의 자본가이며 착취자‘라는 해석 등이 가장 인상깊었다. 전복적인 그러나 현 시대를 적확하게 읽는(물론 21세기는 박테리아적이지도 않고 바이러스적이지도 않다는 언급은 2010년대를 가만하고 읽어야 하는 것이지만) 십여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현재에도 들어맞는 현안이 담긴 책이다.
피로사회 출간 1년 전에 출간된 책 피로사회 를 읽다가 두고 우연히 이 책을 먼저 다 읽게 되었다. 한병철의 저작들을 이리저리 따라 읽다보니 그의 생각의 흐름이 느껴진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62쪽 이 책의 핵심은 향기 나는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일 테지만 내 마음에 드는 구절은 위와 같은 자유에 대한 구절이었다. 받침대없이는 자유도 없다, 묶여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이건 시다. 산문이 아니다. 철학은 시다. 절창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 P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