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아이의 사진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었다. 저자의 아이 사진이 아닐까 했었는데 오은 시인은 미혼인 것 같았고 책을 읽고 보니 표지의 이 아이는 오은 시인 같았다. 


이 책은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다독여 주는 산문집이다. 최근들어 산문집만 주로 읽다보니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로 보이는 지경까지 가게 됐는데 이 산문집은 그렇지 않았다. 포근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책이다.


+ 옥의 티: p. 245 '힙입다'라고 소리내어 발음해본다. 무엇보다 힘을 옷처럼 입을 수 있다니...'힘입다'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한 글이었는데 이 글 속에 이런 오타가 있어서 참으로 아쉬웠다.  


++ 허수경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나도 이 책에 소개된 그의 유고집을 읽으려고 가지고 있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 책을 읽으면 밀려오는 슬픔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두렵다. 


+++ 저자가 인용한 비스와바 쉼보르카의 시 '두 번은 없다' 가 마음에 남는다. "..두 번은 없다. 그러나 다음이 있다. 다음은 있다. 그리고 분명, 다음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음이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두 번은 없다. 그러나 다음이 있다. 다음은 있다. 그리고 분명, 다음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음이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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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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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책. 작가들은 공저자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이런 재능기부는 늘 옳다. 우리도 반려동물의 권리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낯선이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많이 경험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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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뚜의 책은 내가 기존에 읽은 책들의 조합 같았다. 


젊은 여성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꾸고 강아지를 키우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각종 음료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 


에세이에 파묻혀 이것저것 보다보니 교보문고가 정한 작년 한 해의 출판계 키워드는 '에세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각종 독립출판사들이 차려지고 그에 따른 독립출판물이 다양하게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더이상 유명인의 에세이가 아닌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거기에 브런치 등등의 채널도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되었고.슛뚜는 반대로 유튜브에 올린 브이로그가 대박이 났기 때문에 책을 낸 사례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이지만 영화처럼 만들어진 그의 영상들에 사람들이 열광을 했고 결국 영화처럼 영상찍는 방법도 책으로 나왔다. 그랬더니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유튜브 소식도 책으로나 알게 되는 구시대인인 내가 뒤늦게 검색을 해 보니, 세계 각지로 여행다닌 것도 브이로그로 만들어 올리고. 강아지랑 노는 모습, 음료 만드는 모습, 그냥 하루를 집순이로 잘 지내는 모습, 일주일 동안의 프리랜서의 일상 등등을 담은 영상들이 검색이 되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영상을 보지 않았다. 그냥 영상 리스트만 봤다. 참고로 나는 유투브 영상 링크를 톡으로 보내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보내줘도 거의 열어보지 않는다.) 더불어 슛뚜 하고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슛뚜 제네시스 검색어도 떴다. 20대가 성공해 마련한 첫차라나..그래서 아이들의 장래희망 일순위가 유튜버겠지. 


내용은 이러저러한 책의 조합 같은데 제네시스로 보여지는 차이를 만들어낸 이유는 바로 영상 때문이었다. 자고로 너투브의 세상이라 그런 것. 격세지감이다. 독립서점은 망해가고 독립출판도 쉽지 않고 출판의 기회를 얻거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출판이 되어도 주목받기는 더 어렵고 인세는 고작 10퍼센트이고 그나마도 선인세를 받고 2쇄나 들어가야 인세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고..출판계의 상황은 쉽지 않은데 영상의 세계만은 승승장구한다. 물론 컨텐츠가 트렌디하고 시류를 잘 파악했고 영상기술도 좋았기 때문이겠지만 왠지 씁쓸한 이 느낌은 무엇때문일까. 그저 내가 구세대이기 때문일까. 출판계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그냥 알라딘에서처럼 책소개하는 알라디너 티비 정도로 시류에 맞춰가면 되는 것일까. 정말 한치앞도 못 내다보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 책들의 출간연도를 고려하니 슛뚜의 브이로그가 '최소취향~' 보다 더 먼저였겠다. 하지만 '최소취향~' 부류의 책은 그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잘 모르겠다. 혹시 그럼 슛뚜가 소재를 선점한 것이 성공비결이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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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신간이 나오면 반갑게 클릭을 해서 미리보기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의 의미를 좀더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반려병'이라니..이게 무슨 뜻일까. 나는 요즘 하도 반려동물 이야기가 많으니 '반려동물에 대한 병적인 애정' 뭐 이런 것일까 싶어 친구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니 친구는 오히려 '반려자 때문에 생기는 병' 이야기가 아닌가 했단다. (반려자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니..50,60년대도 아니고 그냥 이혼해 버리거나 스릴러 소설에서처럼 총으로 쏴버리면 되지 흥 화병이라니 말만 들어도 혈압이 올라왔다. 그런 내용이면 절대 안 본다. 이 책.)


하지만 제목의 뜻은  '늘 나를 따라다니는 병' 이라고나 할까. 늘 어딘가가 아프고 일이년에 한 번씩 중병을 진단받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이것은 역시나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 와중에도 대형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웬만하면 안 가고 싶은데도 말이다.) 내 이야기구나 싶어 얼른 클릭해 구매해서 읽은 것은 아니고, 얼른 구립도서관에 희망도서신청을 했다. (그랬더니 2주 정도 걸리니 책이 준비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세상에나 도서관이 나를 위해 책도 구매해주어 새 책을 읽는 기쁨까지 만끽하게 해주다니. 거기다가 예약까지 할 수 있어서 따끈한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아무도 보지 않은 새 책을 희망도서 신청 사유 한 문장 정도 써서 제출하면 구매해 준다. 그런데 올해는 이제 예산집행이 완료되어서 나를 위한 올해의 마지막 희망도서가 되었다. 내년에 예산이 책정되면 또 신청해야지.) 


기쁘게 받아본 이 책은 정말 술술 읽혔다. 가독성이 뛰어나 한 시간 정도면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 비교하니 늘 어디가 아팠던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아플 수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중병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인 것인가 싶지만 당사자는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거기다 친언니도 그렇다니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얼마나 걱정하실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치료와 약물 복용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이 책을 읽으며 뭔가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하지 않을까. 과로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 주어진 체력에 비해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이렇게 늘 병을 달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가도 뭔가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면 자신의 생활습관 특히나 식습관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남들이 보기에 튈 만한 것들을 먹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나 그 가족들은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나 면역체계의 교란이 원인인 자가면역 질환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더더군다나 먹거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저자와 연락할 길은 없고 괜한 노파심에 혼자 심각하게 우리의 몸이란 무엇이고, 병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문체는 내용과 달리 시종일관 발랄해서 재미있게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과 대비되는 문체가 비는 오지만 발랄한 노란 스웨터를 입고 노란 우산을 쓰고 있는 표지의 소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골골거리는 내용과는 다르게 귀여운 책인 것 같다. 표지처럼. 


+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상호 신뢰 관계가 생기면 그것을 라포르(lapport)라고 부른다는데,' 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의사와 환자,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를 말하는 라포르, 라포는 Lapport가 아니라 Rapport이다. 


++ '아무튼, 스웨터'에서도 이상한 표기를 봤었다. 분명히 영문으로는 swing sweater라고 되어 있는데 한글로는 '스윌 스웨터'라고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반복 기재되어 있었다. 그것도 약간 폰트가 다르게 말이다. 스웨터의 종류별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지만 해당 스웨터에 대한 사진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구글에서 스웨터 별로 찾아가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구글링해 보면 스윙 스웨터는 있었지만 스윌 스웨터는 어디에도 없었다. 왜 이런 일 이 생기는 걸까. 


+++요즘 들어서는 읽은 책에서 비문찾기, 오타찾기, 맞춤법 오류 찾기 섹션을 따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교, 이교, 삼교, 크로스교를 한다는데 이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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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교수와 김현진 사이에 오갔던 편지를 책으로 엮어내었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거기에 나이 차이도 엄청나게 나는 두 사람이 편지로 어떠한 대화를 펼쳐나갈지 궁금했다.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100이 있다고 하면 보통은 80 정도를 표현하는데 김현진은 120을 표현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의 당돌함, 날카로움, 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그 느낌이 항상 그를 지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다소 모가 난 사람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고야 마는 김현진의 독설을 노교수가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했다. 초반부에는 서로 예의를 지키며 조금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대화를 주고 받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서간 토론이 정말 볼만 했다. 극과 극의 사람이 만나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렇게 우아하게, 이렇게 감정을 다치지 않고 토론을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토론 문화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 나라에서 이런 대화가 있었고, 이런 책이 출간되었었다는 사실에 새삼 기뻤다. 


보편적 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낸다고 여겨지는 김현진은 소위 헬조선의 논리를 펼친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만 유독) 이렇잖아요. 이런 문제가 있잖아요. 하고 독설을 날린다. 그러면 역시나 연륜과 세계 각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라교수답게 드넓은 시야로 그것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그런 문제는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어디에든 있다고 말한다. 나도 동감한다. 왜 한국을 벗어나 살아 보지 않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상향은 다른 곳에 있고 왜 한국에만 유독 문제가 가득하다고 여기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거칠게 예를 들어보자면 서울대생의 자살확률이 높은가? 서울대생이라면 선택받은 부류이고 요즘은 서울대생도 취업이 어렵다지만 아직은 여지가 있다. 누구나 안다. 서울대만 나오면 그 자부심으로 평생을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다고. 그래서 너도나도 서울대에 들어가려 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서의 학생 자살률은 끔찍할 정도로 높고 그 이유로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들도 의외로 많다. 자녀가 성적이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십여년전 미국인 친구에게 한국사람들 중에 한국이 너무 경쟁적이라고 생각해서 미국을 이상적인 곳으로 생각하고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더니 놀라워하면서 미국이 더 경쟁적이라고, 미국의 젊은이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해서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있다. 모두 자신들의 문제가 가장 큰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이기 때문에 내 우물만의 문제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우물에만 심각한 문제가 엄청나게 많다고 여기는 것이다. 소위 청년실업 문제는 이 시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가장 큰 화두이자 어려움이다. 그런데 이 거친 논리에 라교수는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다소 가혹하게 김현진의 비논리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일갈한다. 의외의 면이었다. 보통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주장을 펼치지는 못하는데 그 점에 있어서 두 저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 하며 서로 봐주는 것 없이 정면승부를 펼치는 느낌이었다. 


'누구 좋으라고 애를 낳아?'' 하는 김현진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자녀 넷을 낳아 키운 경험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라교수. '고래는 자기 아픔만 생각하고 상처와 싸우려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밧줄을 쥐고 고래가 지쳐 죽기만 기다리면 되었다'는 '모비딕'의 내용을 예로 들면서 서른이 넘도록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를 줄곧 넋두리하는 현진에게 라교수는 '영리하다는 사람들도 자기 상처만을 끌어안고 그 상처와의 싸움에 빠져 결국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적이고 예민한 그리고 자기에게 집착이 강한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면서' 말이다. 다소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적이지만 읽는 이로서는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모두들 성장과정에 나름의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자신만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 되었다는 그의 논리는 읽는 나도 좀 과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인데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못 한다고 하다니. 도대체 그 평범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역시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말해버리면 어떻게 뒷수습을 하지 하는 주저없이 돌파하는 것이다. 역시 김현진 스타일. 


한화그룹인가? 김승연 회장의 딸이 되어 자신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게 모조리 되갚아 주고 싶다는 현진에게 라교수는 '어떤 경우이건 사람과 사귀다 상처를 입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도록 허용한 본인의 잘못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답한다. 보통은 김현진의 독설과 궤변에 대화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 텐데 라교수는 이성을 잃지 않고 이렇게 지적해 주는 것이다. 실로 대단한 지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한판 정면승부가 아름다웠다. 간만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책을 읽는 경험을 했다. 


+ '~한 채로'와 '잘난체하다' 는 분명 다른데 이 '채'와 '체가 그냥 이 책에서는 몽땅 '채'로 되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거의 모든 책에서 발견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자동수정기능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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