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출간 1년 전에 출간된 책 피로사회 를 읽다가 두고 우연히 이 책을 먼저 다 읽게 되었다. 한병철의 저작들을 이리저리 따라 읽다보니 그의 생각의 흐름이 느껴진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62쪽 이 책의 핵심은 향기 나는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일 테지만 내 마음에 드는 구절은 위와 같은 자유에 대한 구절이었다. 받침대없이는 자유도 없다, 묶여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이건 시다. 산문이 아니다. 철학은 시다. 절창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 P62
우리에게도 이런 소설이 있디는 것이 다행이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의 나라들은 우리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분단국가라는 우리의 특이한 현실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국제 정세에 관심을 덜 갖는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우리의 현실이 급하기에 또한 연말 우리나라의 정치현실도 매우 갑갑하기에. 하지만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 전쟁은 계속 되고 있고 아이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 이익과는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여러 관계들이 나오지만 권은작가와 승준의 관계가 가징 아름답게 느껴졌다. 연대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이대지 않고도 용감하게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며 연말에 읽기 좋은 책을 운좋게 읽게 되어 감사하다.
유발 하라리가 ‘넥서스‘에서 말하는 내용과 통한다. 트럼프에 대한 직설이 특히나 강렬하다. 그는 진실을 반대로 말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진실을 무시하는 아니 진실은 상관없어 하는 사람이다. 무시무시하다. 신문에서는 연일 인공지능이 우리의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우리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외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정보의 동굴에 갇힌 상황, 진실이 요구되지 않는상황이라고 한다. 올더스 헉슬리가 두려워한 ‘멋진 신세계‘의 도래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민주주의의 기본 자세인 ‘경청‘의 자세가 없어지고 모두 다 소통이라 착각하며 되울리는 자기 목소리만 듣고 살고 있다. 어마어마하다.
너도나도 유투버가 되고 싶어하는 세상에서 강연을 영상자료로 배포하는 것에 반대하고 책으로 그것도 시리즈물로 출간한다는 발상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책. 백페이지 분량에 강연을 듣는 것 같은 편안함으로 하지만 생각은 계속 하면서 읽게 되는 책. 그랜드피아노 두 대와 꽃으로 가득한 그의 방에 방문해 보고 싶다. 특이한 분. 특히나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자본주의를 꿰뚫어보는 그의 통찰에 감탄할 뿐이다. 자기 실현을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자신을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착취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