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시리즈 읽기 세번째. 그런데 이 책이 다소 시리즈 1권이었네. 2,3,1권의 순서로 읽었다. 세 권 중 가장 나와 코드가 맞았다. 조해진의 소설은 자주 어둡고 사무치지만 그래서 계속 읽게 되는 힘이 있다. 인간의 사와 멸을 계속 생각하게 하는 책.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저력이 멋지고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일일이책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다소 시리즈. 다음 책을 찾아 나서야겠지만 왠지 계속 조해진 소설 속에 머물며 와인 한 잔 기울여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와인 안 마신지가 십년은 된 것 같은데 말이다.
구병모의 초기작 중심으로 구병모 찾아읽기를 한 적이 있었다. 늘 피가 튀기는 것 같았지만 신선해서 그랬던 것 같다. 파과 이후 잘 안 읽게 되었는데 그의 최신작을 구하게 되어 오랜만에 구병모를 읽었다. 여전히 피가 튀겼지만(이 작품도 영화화될 것 같다. 아닌가 벌써 나온건가. 베스트셀러 랭킹이 매우 상위에 있었던 듯한데. 이런 소식에 어둡다.) 문학적 철학적 깊이는 더 깊어진 것 같다. 청소년 문학부터 시작하지 않았던가? 위저드 베이커리. 장족의 발전이다. 처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리뷰를 언뜻 본 듯도 한데 엇갈린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건 아닌 것도 같고. 셰익스피어의 각종 희곡을 인용한 부분들이 좋았다.
무용하면 무용한 대로 다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읽기 아닐까요. - P205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수학적 시간이 아닌 나의 조바심이다. - P59
전교생이 학교의 전체 학생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전교생은 전학생의 일본식 명칭이었다. 그리고 내용도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은퇴한 일본 아이돌 이야기라니? 연이은 단편 다섯개가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작품들은 연결되지 않았다. 연작이 아닌 마지막 세 작품이 그래도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더 읽기 수월했다. 작가는 은퇴한 여자 아이돌 이야기가 자신의 오랜 화두였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기에 의미깊다는 식의 말을 작가의 말에서 한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으나 전적으로 동의하고 응원하기는 어려웠다. 두 덩어리의 다른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여있는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은퇴한 여자 아이돌, 포르노 활동 등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에서 익히 봐왔던 박민정 작가의 저널리즘적 특성이 그를 믿고보는 작가로 만들어주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가 뭔가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멀리 가버린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웠다.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이 작품을 쓰도록 이끌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면 작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같은 느낌으로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 예상을 깨는 전개가 계속 이어진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상상을 하면서 읽게 되고. 쌍둥이 중 한 명이 죽고 나머지 한 명이 죽은 쌍둥이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으나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소셜 네트워크 생태계에 대한 혜안이 가장 돋보인다. 인플루언서의 삶과 그들의 미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 벽돌책에 가까워 연휴에 읽기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