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전자책으로 읽다가 완독.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종이책으로 사서 매일 밑줄을 치며 습관으로 만들어야할 것 같다.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제일 많이 반복되는 이야기. 걱정은 그냥 잘못된 습관일 뿐이라고. 오랜 시간차가 있음에도 여전히 매우 의미있는 책.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이랄까.
드디어 한병철의 가장 유명한 저작을 읽다. 피로 사회와 우울 사회 두 챕터로 되어 있는데 피로 사회의 개념이 워낙 알려져서인지 우울 사회 내용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라는 그의 일갈은 얼마나 적확한 것인가. 또한 과거에 우리가 강요받았던(하지만 요즘은 치매 원인의 하나로 여겨지는) 멀티태스킹이 실은 수렵자유구역의 동물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습성이라는 것, 성공 개론서들이 말하는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경영자입니다‘라는 논리는 ‘당신은 당신 자신의 자본가이며 착취자‘라는 해석 등이 가장 인상깊었다. 전복적인 그러나 현 시대를 적확하게 읽는(물론 21세기는 박테리아적이지도 않고 바이러스적이지도 않다는 언급은 2010년대를 가만하고 읽어야 하는 것이지만) 십여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현재에도 들어맞는 현안이 담긴 책이다.
피로사회 출간 1년 전에 출간된 책 피로사회 를 읽다가 두고 우연히 이 책을 먼저 다 읽게 되었다. 한병철의 저작들을 이리저리 따라 읽다보니 그의 생각의 흐름이 느껴진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62쪽 이 책의 핵심은 향기 나는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일 테지만 내 마음에 드는 구절은 위와 같은 자유에 대한 구절이었다. 받침대없이는 자유도 없다, 묶여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이건 시다. 산문이 아니다. 철학은 시다. 절창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 P62
우리에게도 이런 소설이 있디는 것이 다행이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의 나라들은 우리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분단국가라는 우리의 특이한 현실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국제 정세에 관심을 덜 갖는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우리의 현실이 급하기에 또한 연말 우리나라의 정치현실도 매우 갑갑하기에. 하지만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 전쟁은 계속 되고 있고 아이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 이익과는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여러 관계들이 나오지만 권은작가와 승준의 관계가 가징 아름답게 느껴졌다. 연대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이대지 않고도 용감하게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며 연말에 읽기 좋은 책을 운좋게 읽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