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재밌다. 얽히고 섥힌 사건들을 따라가다보면 힘겨운 일상도 잊혀지게 마련. 라스베가스 배경이 좀 나와서 재밌었다. 이 소설의 주 배경인 뉴저지에 있는 아틀랜틱 시티는 무시하면서 라스베가스는 다들 가고 싶어하더군. 이 시리즈를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자동차 이름이 실명으로 나온다는 것. Civic, Explorer, Sentra, Hyundai, Ferrai, Mazda..등등 차에 대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느껴져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약방의 감초같은 룰라의 정신없는 대사들도 재밌고. 뚱뚱한 흑인 여자를 보면 혹 룰라가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근데 항상 멋지게 나오는 모렐리나 레인저는 절대 상상이 안 된다. 왤까.
겨울을 만끽하고 싶어서 읽은 책. 뉴햄프셔가 배경인데 나같은 사람은 못 살 것 같다. 하긴 솔제니친은 러시아를 그리워하며,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며, 러시아를 잊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러시아와 기후가 비슷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살았다지. 암튼 덕분에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오싹해졌다. 애니타 슈레브 이 작가 처음엔 문장이 참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묘사가 참으로 섬세하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진부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묘사가 섬세해서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맨해튼에서 잘 나가던 건축가가 졸지에 아내와 어린 둘째딸을 교통 사고로 잃고 큰 딸(Nicky)과 단 둘이 남게 된다. 그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정리해서 시골로 시골로 향하다가 아주 외진 뉴햄프셔 지방에 정착해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가구를 만들어 팔며 근근히 살아간다. 그러다가 한겨울 숲속에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게 되어 아기를 구해주게 되는데 그 아기 엄마가 찾아오고 눈 때문에 발길이 묶인 아기 엄마를 며칠 재워주면서 딸은 오랜만에 엄마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아버지에게 그동안 못 했던 말도 하게 된다. 아기를 구해주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일들로 니키와 니키 아빠는 자신들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고 치유해 나갈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딸은 상징적으로 첫 생리를 시작하고 구해준 아기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걸로 작품은 끝난다. 줄거리를 요약하니 참으로 싱거운데 열 살에 엄마와 사랑하는 어린 여동생을 갑자기 잃어서 힘든, 하지만 힘겨워하는 아빠를 위해 내색하지 못하는, 낯선 환경에 놓여진 채 희망없이 살아가는 열 두살 여자 아이의 심정이 너무나 잘 나타나있다. 아기를 버린 엄마가 니키 머리를 땋아줄 때 느끼는 감정(살살 잠이 오는 포근함), 아빠에게 아빠만 아내와 딸을 잃은 게 아니라 나도 엄마와 동생을 잃었다고 항변하는 모습, 아빠와 딸은 아빠와 딸일 뿐이지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언급 등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가 화자인 소설은 따분해지기 쉬운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앤 타일러의 작품을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짧은 것을 골랐더니 작품이 기대 이하였다. 무슨 청소년 홍보 소설도 아니고 왜 이 작품을 썼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계몽소설인가?
철부지 10대들이 즉흥적으로 이마에 이름을 새기고, 결혼을 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홀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별 생각이 없고, 임신을 하고. 10대 막장 인생을 보여주려는 것인가.주제는 '10대여 막 살면 이렇게 된다'인 것 같다. 앤 타일러는 특유의 문체는 없는 것 같다. 심리묘사가 너무 없고 상황이 객관적으로만 나와서 이입도 잘 안 된다.
앤 타일러 책읽기의 일환으로 읽은 책. 결론은 더이상 그녀의 책은 읽고 싶지 않다는 것. 멋진 문체도, 내용도, 주제도, 문장도 어느 것 하나 찾을 수 없었다.
30세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도 공감이 간다거나 멋진 구석이 있다거나 하지도 않고, 10대 범죄경력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행동들도 그저 그렇고 어느 것 하나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없었다.(그냥 싸이코 같기만 했다. 물론 냉정한 엄마때문에 상처받는 건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그래서 몰입도 어렵고 이래저래 읽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다.
제목이 로맨틱한데 여기서의 티파니는 보석가게를 말한다;; 이야기는 왠지 동화같고 유치한데 순간순간 그 유치함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어렸을 때 함께 해주었던 상상속의 친구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
처음에는 '키다리 아저씨'같기도 하고 나중에는 일부러 해피엔딩으로 만들려는 듯한 억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항상 바쁜 홀어머니 뿐인 제인을 위로해 주었던 상상친구, 9살이 되면 사라져버리는 친구이고 기억에서 없어져 버리는 친구이지만 주인공 제인은 서른이 넘도록 그 친구의 존재를 기억하고 다시 만나기를 꿈꾼다. 제인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건 상상친구 마이클도 마찬가지. 결국 꿈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인가. 참으로 유치한 내용이지만 인간의 소망은 항상 얼마나 사소하고 유치했던가..
제임스 패터슨은 스릴러작가라는데 스릴러를 계속 쓰는게 더 나을 듯 하다. 그래도 역시 장르문학 하는 사람들 문장이 쉽다. 간만에 참 단순한 책을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