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n Snow (Paperback, Reprint)
Shreve, Anita / Back Bay Books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을 만끽하고 싶어서 읽은 책. 뉴햄프셔가 배경인데 나같은 사람은 못 살 것 같다. 하긴 솔제니친은 러시아를 그리워하며,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며, 러시아를 잊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러시아와 기후가 비슷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살았다지. 암튼 덕분에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오싹해졌다.

애니타 슈레브 이 작가 처음엔 문장이 참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묘사가 참으로 섬세하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진부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묘사가 섬세해서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맨해튼에서 잘 나가던 건축가가 졸지에 아내와 어린 둘째딸을 교통 사고로 잃고 큰 딸(Nicky)과 단 둘이 남게 된다. 그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정리해서 시골로 시골로 향하다가 아주 외진 뉴햄프셔 지방에 정착해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가구를 만들어 팔며 근근히 살아간다. 그러다가 한겨울 숲속에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게 되어 아기를 구해주게 되는데 그 아기 엄마가 찾아오고 눈 때문에 발길이 묶인 아기 엄마를 며칠 재워주면서 딸은 오랜만에 엄마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아버지에게 그동안 못 했던 말도 하게 된다. 아기를 구해주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일들로 니키와 니키 아빠는 자신들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고 치유해 나갈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딸은 상징적으로 첫 생리를 시작하고 구해준 아기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걸로 작품은 끝난다.

줄거리를 요약하니 참으로 싱거운데 열 살에 엄마와 사랑하는 어린 여동생을 갑자기 잃어서 힘든, 하지만 힘겨워하는 아빠를 위해 내색하지 못하는, 낯선 환경에 놓여진 채 희망없이 살아가는 열 두살 여자 아이의 심정이 너무나 잘 나타나있다. 아기를 버린 엄마가 니키 머리를 땋아줄 때 느끼는 감정(살살 잠이 오는 포근함), 아빠에게 아빠만 아내와 딸을 잃은 게 아니라 나도 엄마와 동생을 잃었다고 항변하는 모습, 아빠와 딸은 아빠와 딸일 뿐이지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언급 등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가 화자인 소설은 따분해지기 쉬운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