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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산 도로랑 ㅣ 힘찬문고 52
임정자 지음, 홍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와 전설이 특히 우리나라처럼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한민족이라는 마음속 뿌리깊게 자리하게 하는경우는 나라는 없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주변 여러나라의 침략의 대상이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지도 모르지만 이야기 하면 전래동화가 문득 떠오르게 하는 걸보면 더 그렇다.
매번 뻔한 거짓말처럼 결말을 정해져 있던 구전동화의 특성과 달리, 『흰산 도로랑』(2008.12 우리교육)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린 동화라는 생각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도로랑이 이야기의 시작이 아니다. 왜 아버지가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느냐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인 점이 이 책의 다른책과 다른 점이라 들 수있다. 아무 이유없이 돌아가신 게 아니라 흰산의 법을 따르지 않은 것 때문에 죽게 되었음을 읽어 나가면서 도로랑의 어머니, 그리고 흰산의 어머니 백호의 말로 나타난다.
도로랑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도로랑을 말리지만 결국 흰산으로 가게 되자 그에게 한 말은 가슴의 한으로 풀고 오라는 말역시 왠지 비장한 각오를 하고 떠나는 아들에게 하는 말치고는 우리민족이 가진 정서인 한을 강조하고 있어 읽는 동안 맞아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저지하는 어머니의 말도 뒤로하고 도로랑은 백호를 찾아 흰산으로 떠나지만 산여자 호령아(예전의 사람에게 어머니를 잃은 호랑이) 를 만나게 되고, 백호라 잘못 알고 쏜 화살이 멧돼지임에 실망을 하지만 호되게 산여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또 반대로 사냥꾼이 쏜 총을 맞은 호령아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서로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산너머 산에서 호령아의 신랑감을 구해온 백호, 산어머니에게 도로랑을 두둔한던 호령아때문에 어둠왕을 깨워 흰산에 달이 두개 뜨는 큰일이 벌어지게 된다. 오직 흰산을 구할 이는 도로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호령아와 오두막에서 만난 노인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어둠왕을 무찌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노인의 회상이야기에서 여우의 복수는 인간이 얼마나 자연의 이치에 무지한지, 사람만이 만물의 영장이 아님을 알고 노인이 산에 살게된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어둑서니(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는 도로랑이 갈등할 때마다 끊임없이 등장한다. 꼭 마음속의 악마처럼 나약한 인간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극복해나가는 도로랑의 용기역시 감탄할 만하다.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 보다 우리나라 정서의 한 몫을 하는 백두산 호랑이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지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리스신화보다 더 멋지고 재밌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