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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 인문학 카페에서 읽는 16통의 편지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지난 2년간 분기별로 약 6주에 걸친 인문학 강좌를 들었다. 작가와 만나는 인문학도 있었고 각 문화영역에서 한창이신 분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2시간동안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잠시 일상을 잊고 쉽게 알수 없는 고전, 문학,미술, 음악, 철학, 영화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책에서 만나는 작가와 실제로 마주한 작가님들과 떨리는 만남도 잊을 수가 없다.
< 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기를 > ( 2013. 1 이담북스 )는 인문학자가 보내주는 16통의 편지를 담은 책으로 마치 친절한 책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들게 한다.
책을 펼치자마자 뜬금없는 일러스트가 조금 뜬금없기는 했지만, 같은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 느끼는 동질감을 자아내는 대중가요 가사가 흥얼거리게 한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되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은 추억여행같다.
다시 읽은 알퐁스 도데의 <별>과 교과서의 실려서 기억이 남은 <마지막 수업>은 아름다운 프로방스지방의 시골정경과 함께 아름답고 순순한 사랑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한스를 통해 헤르만헤세의 어린시절을 알 수 있었던 <수레바퀴 아래서>와 미처 읽어 보지 못했던 책들의 등장과 새로운 해석까지 꼼꼼함이 느껴진다.
<위대한 개츠비>의 심리학적 해설은 같은 책을 두번이상 읽었음에도 왜 개츠비가 억울한 죽음 당하고 뒤늦게 밝혀지는 진실 - 개츠비가 오직 데이지와의 사랑을 의해 돈을 벌었다는 -을 지나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사랑은 자신을 사랑이라는 감옥에 감금시키고 지키려했다는 것을..
그림을 읽어주는 일곱번째 편지에 등장하는 뭉크의 <그 다음날>에 얽힌 저자의 대학시절의 에피소드는 거의 그림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어서 재밌었다. 젊은날의 순수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요즘 유난히 힘들어 하는 40대 남편을 둔 아내로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카프카의 <변신>은 다르게 다가왔다. 모든 게 허망하게 느껴지는 어깨가 무거운 가장을 매일 보면서도 다독여주지 못하고 늘 잔소리나 하는 마누라의 입장만 고집했던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편지인 피할 수 없는 외길, 죽음이라는 데 마무리하는 데 그리스신화의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산자는 죽은자의 세계를 넘봐서도 안된다는 금기와 살아있는 사람은 언제든 꼭 죽게 된다는 단순하지만 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자 끝없는 도전이라는 데 이의가 없지만 마흔이란 나이가 예전과 달라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다만 부러지지 않기만을 바랄뿐..
마흔이 되기에 나는 아직 1년이 조금 더 남은 시간이 내게 주어졌지만 어떻게 30대를 마무리해야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20대와 헤어질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올 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