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없어져버린 TV프로 중에  "체험 삶의 현장"이 있었다. 요새는 극한 직업이란  비슷한(?)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다룬 교육방송의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유명연예인들의 서툴러서  타박을 받고 울기직전의 모습과  비오듯 쏟아지는 구슬땀을 보는 재미에 매주 방영시간을 기다렸었다.

 

  화려하고 깨끗한 일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하기 싫어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웃음과 함께 일의 소중함과 벌어돈 일당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더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먼 우주에서 보는 것은 당연히 구름과 먼지에  가려 안보일지 모르지만,  상상에 머무는 게 아니라  문학과 철학  역사를 아우르는 알랭 드 보통이 직접 나선  체험으로  보여준 <일의 기쁨과 슬픔>(2012. 2 은행나무)은 가능하게 만든다.

 

  유난히 가까이 할 수 없는 일들에 관심이 많은 탓에 그가 따라간 참치 통조림이 되어 식탁에 오른 그 참치의 생을 거스러 올라가 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물론 쉽지 않다. 사진으로 따라가 본 몰디브의 한 어촌의 사람들, 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사색의 소재로 삼고 있는 시종일관 철학자 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반면,  참치을 포획하는 흔들리는 배에 올라 멀미에 쾡한 눈의 작가를 보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런 무모한 도전에 나선거지" "왜 나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직접 배에 오른것인가"하는 것 같아 측은하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역시 이름이 틀렸네 보통이 아니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상담사의 긴 상담시간을 옆에서 관찰하고 온몸으로 강연장에서 만난 일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하나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떡갈나무만 그리는 화가의 일과부터 위성발사에 필요한 많은 사람들의 힘든 과정도  흔히 쉽게 먹기 바쁜 비스킷공장에서 찾은 다른 모습들의 열거까지 순간순간 작가의 지식의 총망라와 더불어 철학적 사유까지 동시에 공감하기에 숨이 차다. 간간히 한국의 언급까지 친금함마저도..울산공장에서 온 자동차, 내이름의 김삼순, 삼성로고가 선명한 사진까지..

 

  발명가회장에서 찾은 발명가들이자 창업자들과 만남,  천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은 경험을 하게 만든 사고당한 항공기를 모아둔 곳을 찾는 폐허의 현장의 생생한 묘사까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곳에 우리를 데려다 준다.

 

  읽는 내내 내가 의문을 가졌던 제목의 의미에 대한 번역하신 분도 같은 처지였나보다. 왜 일의 기쁨과 슬픔인지 사실 의아했다. 읽고 나니 더 그렇다. 덮으려는 데 유독 일, 기쁨, 슬픔이란 단어에  진한 색을 두드러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일을 통해 기쁨과 슬픔이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남겨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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