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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쓸모있는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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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신비로움을 느꼈던 순간이 있어요.

갓난아이가 울음소리로 표현하다가 옹알이를 거쳐, 어느 순간 말하기 시작할 때.

와우, 놀라워라~

어떻게 아기는 언어를 배우는 걸까요. 


<언어의 뇌과학>은 이중언어 분야의 권위자 알베르트 코스타가 알려주는 이중언어 습득의 비밀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의 핵심은  '이중언어 사용 (bilingualism)'에 관한 뇌과학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알아보는 여행'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두 언어에 노출된 아기는 어떻게 학습할까요.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의 제니퍼 사프란 교수와 동료들은 8개월 된 아기들이 소리(음절) 사슬의 규칙성을 추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독창적인 연구를 했어요.

아기들의 언어 지식(이 경우는 영어)이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영어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을 지어냈어요. 2분간 소리 사슬을 들려준 후에 단어가 될 때와 비단어일 때 주는 자극에 아기들이 주목하는 모습을 관찰한 거예요. 아기들은 언어 친숙화 단계에서 단어가 될 때보다 안 될 때(비단어일 때)의 자극에 더 반응했어요. 이 실험 덕분에 아기들도 말의 신호 안의 규칙성을 매우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는 걸 확인하게 됐어요. 따라서 요람에서부터 두 언어에 함께 노출된 아기는 이미 두 언어가 경합 중이며, 놀랍게도 별문제 없이 노련한 이중언어자가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중언어자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이중언어자의 뇌 활동과 관련된 연구는 아주 많다고 해요. 자기공명영상 실험, 양전자 단층촬영, 자기뇌파검사[MEG] 등 다양한 기술과 실험이 동원되며 다양한 언어 쌍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어요. 그 연구에서 발견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이중언어자의 두 언어 처리 과정과 표상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같다고 해요. 이것은 제2언어의 습득 나이와 지식 수준, 두 언어 사이의 유사성 등의 변수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이중언어자는 저글링하는 곡예사와 같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어요. 매우 정교하게 두 언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관심사이며, 바로 이중언어 처리 과정 중 언어 통제와 관련된 신경과 인지 과정 연구라고 해요.

최근 어떤 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사용이 특정 인지 능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나 이중언어자들이 더 똑똑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요. 저자의 연구는 이중언어 사용 경험이 언어 처리와 다른 인지 및 개인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분명한 것은 일부 인지 능력 면에서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자의 특별한 차이점이 보인다는 거예요. 비교한 결론은 차이점이지, 무엇이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단일언어 사용 경험과 비교해서 이중언어 사용 경험이 미칠 수 있는 영향 중 하나는 어휘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변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보다 각 언어에 덜 노출되므로, 잘 사용하지 않은 단어는 배우지 않거나 잊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이것은 이중언어 사용이 어휘량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변수일뿐이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는 거예요. 

시카고대학교의 캐서린 킨즐러와 보아즈 케이자 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워요. 실험은 간단하지만 독창적이에요. 이 실험에는 두 사람이 참여하여 한 명은 감독이 되어 무슨 실험인지 알고 있고, 몇 가지 지시를 따르며 참가자와 동행해요. 감독은 상대편인 '순진한 참가자'(실험의 목적을 알지 못한다)에게 방향을 제시해요. 두 사람은 다양한 물건이 놓인 작은 방안에 따로 들어가요. 어떤 물건은 순진한 참가자에게 보이지만 감독에게는 보이지 않아요. 이 정보는 두 참가자가 모두 알고 있어요. 감독과 순진한 참가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목표물의 위치가 그림으로 나와 있어요. 만일 참가자가 자기중심적 경향을 보여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기 관점에서 생각한 물건을 주게 될 거예요.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4~6세 사이의 아동의 약 절반은 잘못된 대상을 선택한 반면, 이중언어 사용 환경에서 성장한 아동은 20% 정도만 잘못된 대상을 선택했어요. 이 결과는 이중언어 환경 속에서 자란 아동에게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일찍 발달하고, 자기 관점을 상대방의 관점에 따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요. 이처럼 두 언어에 노출된 아동이 단일언어만 사용하는 아동보다 더 일찍 마음 이론을 발달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있어요. 


여기서 단일언어자와 이중언어자의 뇌 구조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놓고 인과적 해석의 문제가 생겨요. 즉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거죠.

이중언어 경험이 뇌 모양을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뇌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언어를 배우는 데 더 수월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두 변수는 서로 관계가 있으나 인과 관계는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농구 선수와 축구 선수의 키를 비교해보면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이 농구를 하면 키가 더 커지고 축구를 하면 키가 작아진다는 뜻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런 식으로 보면 특정 뇌 영역에서 회색질 밀도가 높은 사람이 더 쉽게 제2언어를 배우고, 이중언어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해요.

다른 연구에서는 제2언어 습득 연령이 뇌 구조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더니 흥미로운 특징이 나타났어요. 유년기 이후 제2언어를 배운 이중언어자는 단일언어자보다 좌측 전두회의 회색질이 더 많고, 우측 전두회의 회색질은 더 적었어요. 놀랍게도 동시적 이중언어자(출생부터 둘 이상의 언어에 동일하게 노출되어 둘 이상의 언어가 동일하게 발달한 사람)와 단일언어자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중언어 사용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들을 보면 같은 실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때도 있고, 부정적인 효과가 나올 때도 있어요. 이 결과는 뇌가 얼마나 유연한지, 그리고 두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활동이 어떻게 뇌의 조직과 발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중언어 사용은 언어 처리와 관련된 뇌의 부분에만 국한하지 않고 주의 통제와 관련된 뇌의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나 그 외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어요. 또한 의사 결정 분야 연구에서 외국어가 유발하는 감정성 감소 가설은 놀라워요. 성인이 되어 배웠거나 사회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학문적으로만 배운 외국어는 언어 사용에 따르는 감정 반응을 감소시킨다는 것. 그것은 기술적인 용어로 똑같이 들리지 않는 언어라고 해요. 저자의 연구 결과는 모국어로 말할 때보다 외국어로 말할 때 실용주의적 반응이 두 배나 많이 나타났다고 해요.

언어의 사용은 인류 역사에서 진화론적으로 중요한 특징이에요. 특히 사회적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사회적 범주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이해한다면 개인과 사회 집단의 편견과 부당한 차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 책으로 언어의 비밀을 다 풀어낼 수는 없지만, 하나의 뇌 속에 공존하는 두 언어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흥미로운 언어의 세계로 이끌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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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책장 - 열한 살 소년 이산, 스물다섯 정조를 만나다
김주현 지음, 전명진 그림 / 만만한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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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에는 스물일곱 명의 왕이 있었어요.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 보고 싶나요?


<시간의 책장>은 열한 살 소년 이산과 스물다섯 정조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에요.

어찌보면 가장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이산의 사연은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뒤주에 갇혀 살려 달라고 절규하던 아버지, 그걸 지켜봐야 했던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아버지를 뒤주에 가둔 사람이 할아버지 영조였으니.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꾸고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이산은 일기를 썼어요.


바늘방석에 앉는 것처럼 두렵고

달걀을 포개어 놓은 듯 위태롭다.

   (9p)


어느 날, 산은 차가운 밤공기를 맡으며 걷다가 혼자 활터에 갔어요. 새로 배운 활을 잡고 쏘아 보려 했지만 활시위를 당기는 것조차 힘에 겨웠어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잘 봐. 활은 이렇게 쏘는 거지.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뒤, 휙--."

활시위를 엿가락 잡아당기듯 쏜 활은 정확히 과녁을 맞쳤어요. 산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경계하는 눈으로 활 쏜 자를 쳐다보았어요.

"마음을 곧게 하지 않으면 과녁을 맞히지 못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과녁을 맞힐 때는 바른 마음이 되는 거지.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활을 어떻게 제대로 쏘겠어?"

활을 쏜 자는 왕의 의복을 입고 산 앞에 서 있었어요.  (16p)


놀랍게도 열한 살 소년 이산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물다섯 살의 자신이었어요. 조선 제22대 왕 정조였어요.

정조는 존현각에서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우연히 책장에서 자신의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갑자기 책장이 밀리듯 열리면서 과거의 시간으로 미끄러져 왔던 거예요.

바로 시간의 책장.

정조는 어린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아마도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이 궁금할 거예요. 

미래의 나는 마법처럼 뿅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진다는 걸,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네요.

불안에 떨던 소년은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고, 결국 조선의 훌륭한 왕이 되었어요. 참으로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에는 늠름하고 멋진 정조의 모습만 나오지만 실제로 왕이 된 정조의 마음속은 그 누구도 모를 일이에요. 다만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장소가 활터였다는 점.

활을 잘 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요. 정조의 말처럼 두려움에 떨면 활시위를 제대로 당기기 어렵지만 마음을 곧게 하면 과녁을 맞힐 수 있어요. 두려움, 불안과 같은 온갖 근심 걱정들을 떨쳐내지 않으면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무엇이 우리 마음을 곧게 만들 수 있을까요.

상상 속 시간여행을 통해 각자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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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공포 체험 스쿨버스 1 오싹오싹 공포 체험 스쿨버스 1
파울 반 룬 지음, 김덕영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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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 아이들은 무섭지도 않나봐요.

귀신,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가 엄청 재미있대요.

<오싹오싹 공포 체험 스쿨버스>를 보자마자 정말 좋아하네요.

보라색 박스 안에 책과 함께 몬스터 보드게임이 들어 있어요. 초판 한정으로 깜짝 선물이네요.

일단 책을 펼치면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초.대.장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초대장을 받은 거예요.

바로 스쿨버스 X 를 탈 수 있는 초대장이지요. 초대장이 있어야 스쿨버스 X 를 탈 수 있어요. 이 스쿨버스는 아이들을 태우고 한 시간 동안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대요.

도대체 누가 초대장을 보냈을까요?

이미 한 번 봤을 걸요. 으아악, 저 얼굴!  비밀이 많은 동화 작가 '온노발'이래요. 

앗, 우리나라 동화가 아니었네요. 그제서야 저자를 확인했더니, 파울 반 룬 작가였어요.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작가라고 해요. 원작은 글로만 표현된 공포 이야기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김덕영 작가님의 멋진 그림으로 한국버전 공포 동화가 탄생한 것 같아요. 실제로 원작 동화가 유럽 전역과 아시아에 소개되어 전 세계 2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이 책은, 아니 스쿨버스를 탄 어린이들은 한 시간 동안 세 가지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들게 될 거예요.

책으로 만나는 오싹오싹 공포 체험, 준비되었나요?

첫 번째 이야기는 고양이 풀의 비밀이에요. 

두 번째 이야기는 해골 조립 모형이고요.

세 번째 이야기는 인어상의 전설이에요.

각 이야기마다 깜짝 퀴즈가 하나씩 나와 있어서 퀴즈 푸는 즐거움까지 주네요. 


색다른 공포 이야기였어요. 

상상도 못했던 존재들이 등장하여 심장이 철렁~  물론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라서 무섭다고 책을 덮는 일은 없었네요.

재미있는 공포 이야기를 즐긴 후, 몬스터 보드 게임까지 이어지니 여름 무더위를 확 날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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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일상의 모든 순간, 수학은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돕는가
키트 예이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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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란 말이야! 너 만나고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절규하는 남자. 우리를 2% 부족하게 만들었던...

뜬금 없지만 추억의 CF가 떠올랐어요.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생들부터 수학이라고 하면 과민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수학 없이도 잘 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알고보면 우리는 이미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결국 수학을 모른 채 산다는 건 뭔가 2%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수리생물학자 키트 예이츠가 쓴 책이에요.

혹시나 제목에 '수학'이 들어가서 꺼려진다면 부담감을 내려놔도 돼요.

그냥 술술 읽을 수 있어요. 수학 공식이나 복잡한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저자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학 모형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수학 모형은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그래서 수학 모형을 알려주기 위해서 가장 간단하면서 중요한 모형을 활용하고 있어요.

바로 이야기와 비유.

네, 이 책은 세상에 벌어진 사건이나 현상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수학으로 풀어낸 이야기책이에요.


우선 수리생물학이란 응용 수학의 기법과 도구를 사용하여 생물학적 과정의 수학적 표현과 모델링을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라고 해요.

생물학적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수학 도구를 사용하는 거예요. 수학자의 입장에서는 응용수학 분야인 거죠. 한마디로 수학과 생물학의 융합.

저자의 연구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아요.

새알에 아름다운 색깔의 패턴이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하는 모형을 만들고, 자유롭게 헤엄치는 세균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어요.

우리의 면역계에 침범하는 기생충을 시뮬레이션하고, 치명적인 질병이 집단 내에서 확산하는 방식을 모형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누어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기하급수적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 다단계 사기, 우유가 빨리 상하는 이유, 태아의 성장, 체르노빌 사건, 연대 측정 과학, 인구 폭발과 지구의 수용 능력 등이 있어요.

암 진단을 비롯한 의학적 검사들은 민감도와 특이도, 이차 의견을 통해 정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요. 암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한 번의 검사 결과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그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살펴보고, 결과가 부정확할 가능성을 계산해볼 수 있어요. 확실성의 착각을 의심하고, 해석의 힘을 자신의 손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막연한 불안을 떨쳐낼 수 있어요. 

특히 법정에서 수학의 법칙을 이용하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바람에 무고한 사람이 교도소로 간 사례가 있어요. 수학이 만들어낸 유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책에 나온 법정 사례들을 보면 수학이 뒷받침하는 논증의 위력이 얼마나 쉽게 남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수학적 논증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정확하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아는 척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수학적 형태로 나타나는 확실성의 착각, 즉 앞서 언급했던 의학적 검사 결과를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이게 만든 현상과 동일해요. 이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거예요. 확률을 함부로 법정에 세우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법정에서 배운 교훈을 우리 일상에 확대 적용해보면, 신문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수치나 광고들은 일단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좋아요. 수치 조작에 누군가의 기득권이 달려 있는 분야라면 일방적인 주장에 맞서 일단 의심을 품고 더 상세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수학과 통계학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더 중요한 건 누가 우리 앞에서 수학적 연막을 피우기 전에 그 상황에서 과연 수학이 적절한 도구인지 의문을 제기해야 해요.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수학은 도리어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상 무기가 되는 거예요.

진화에서 SNS까지 현대 알고리듬은 굉장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알고리듬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요. 이 놀라운 도구는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대상이에요. 다만 인간의 감시에는 검열과 편향이라는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해요.

집을 언제 팔아야 하는지, 극장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걷는 거리를 최소화하는지 알려주는 최적 정지 알고리듬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상황이 현실과 가까워질수록 수학은 훨씬 더 어려워지고, 쉬운 백분율 규칙을 도출하기가 어려워져요. 최적화 알고리듬이 일상생활에 더 많이 적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일부 책임을 떠맡을 필요가 있어요. 그건 알고리듬이 제공하는 정보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것이지, 그 결과에 책임을 질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마지막으로 팬데믹 시대에 수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수학에 대한 편견이 싹 사라지는 계기가 될 거예요.

그동안 묵묵히 일하면서 감염병의 수수께끼를 풀어 온 주인공은 수리역학이에요. 대규모 감염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바로 수학이 해왔던 거예요. 전염병 확산 패턴을 읽어내는 수학 모형을 통해 과학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이 분석하여 질병을 관리, 통제, 예방할 수 있어요. 접촉자 추적은 복잡한 질병 확산 패턴을 알려줌으로써 질병 확산을 억제하는 조처를 실시간으로 취할 수 있게 하며, 초기 단계에서 질병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을 알려주고 있어요. 잠복기에 감염된 사람과 직접 접촉한 사람은 모두 완전히 나았거나 감염되었다는 것이 드러날 때까지 격리 상태에 들어가야 해요. 또한 감염자의 격리 기간을 얼마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낸 것도 수학 모형을 적용한 결과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역 조치들도 이러한 수학 모형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정부의 방역 활동을 저해하는 가짜 뉴스는 단순히 수학을 몰라 벌어진 무지라고 보기엔 악의적인 측면이 강한 범죄라고 볼 수 있어요. 2% 부족한 수학이 우리 사회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 너무 심한가요.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학의 존재와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세상에 대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그건 바로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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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rush 피규어 제작 입문
우치야마 류타 지음, 김재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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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에 대한 관심 혹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을 위한 책이에요.

피규어와 3D 모델링.

우선 ZBrush 는 3DCG 소프트웨어 도구예요. 다른 소프트웨어에는 없는 기능들을 갖추고 있어서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3D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멋진 도구라고 해요.

이 책은 초보자들을 위한 ZBrush 피규어 제작 입문서예요. 목표는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완성하는 법을 익히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책에서 쓰인 데이터는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요. 모두 ZBrush 4R8 P2 기준으로 만들어졌어요. 기본적으로 마우스가 아니라 타블렛을 사용해요. 이 책은 WACOM 의 타블렛을 사용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책의 구성은 ZBrush 조작화면부터 순서대로 사용법이 나와 있어요.

표지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예제용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타일의 데포르메 캐릭터로, 저자의 개인 창작품인 꼬마 세시나를 베이스로 적용했다고 해요. 

조작 화면을 User Interface (UI)라고 하는데, ZBrush의  UI 는 다른 CG 소프트웨어의 레이아웃과 조작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 중요해요.

단번에 팔레트의 기능이나 단축키를 외워서 사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조작법을 보면서 따라가면서 익히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오류나 오작동 등의 문제를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좀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각 챕터마다 습득할 내용과 기능, 조작법이 실제 화면 그림으로 나와 있어서 익히기가 편하네요. 화면을 보면 실제 점토조형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ZBrush 에서도 다양한 방향에서 관찰하며 모델링을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책에 나온 예제가 어려운 경우는 심플한 구체부터 조형을 시작할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피규어처럼 깔끔한 라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기본 조작법을 익힌 뒤에는 얼굴부터 몸과 부품 제작 그리고 포즈 작업을 익힐 수 있어요. 캐릭터 모형뿐 아니라 부품 제작 과정이 세밀하게 형태를 잡아가며 조절하고 수정하는 것이라서 집중력을 요하네요. 책에 나온 예제를 연습하면 AModeler 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습득할 수 있어요. 브러시를 사용한 모델링과 ZModeler 를 사용한 모델링은 감각이 꽤 다르네요. ZModeler 를 사용한 모델링은 최종적인 형태를 상상해보고 ,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물론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겠지만, 저자의 노하우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출력 데이터를 작성하면 출력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실제로 출력을 해보면 모니터로 본 크기와 오차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크기 확인을 위한 임시출력을 미리 해보는 것이 좋아요. 최종적으로 출력할 크기를 항상 염두에 두고 세밀함보다는 강도를 우선해서 작성하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책에 나온 주요 포인트와 주의점을 참고하면 더욱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3D 프린터 자체가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직접 출력해볼 수는 없었지만 ZBrush 의 다양한 기능을 배우는 과정이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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