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책장 - 열한 살 소년 이산, 스물다섯 정조를 만나다
김주현 지음, 전명진 그림 / 만만한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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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에는 스물일곱 명의 왕이 있었어요.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 보고 싶나요?


<시간의 책장>은 열한 살 소년 이산과 스물다섯 정조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에요.

어찌보면 가장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이산의 사연은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뒤주에 갇혀 살려 달라고 절규하던 아버지, 그걸 지켜봐야 했던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아버지를 뒤주에 가둔 사람이 할아버지 영조였으니.

밤마다 무서운 꿈을 꾸고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이산은 일기를 썼어요.


바늘방석에 앉는 것처럼 두렵고

달걀을 포개어 놓은 듯 위태롭다.

   (9p)


어느 날, 산은 차가운 밤공기를 맡으며 걷다가 혼자 활터에 갔어요. 새로 배운 활을 잡고 쏘아 보려 했지만 활시위를 당기는 것조차 힘에 겨웠어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잘 봐. 활은 이렇게 쏘는 거지.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뒤, 휙--."

활시위를 엿가락 잡아당기듯 쏜 활은 정확히 과녁을 맞쳤어요. 산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경계하는 눈으로 활 쏜 자를 쳐다보았어요.

"마음을 곧게 하지 않으면 과녁을 맞히지 못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과녁을 맞힐 때는 바른 마음이 되는 거지.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활을 어떻게 제대로 쏘겠어?"

활을 쏜 자는 왕의 의복을 입고 산 앞에 서 있었어요.  (16p)


놀랍게도 열한 살 소년 이산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물다섯 살의 자신이었어요. 조선 제22대 왕 정조였어요.

정조는 존현각에서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우연히 책장에서 자신의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갑자기 책장이 밀리듯 열리면서 과거의 시간으로 미끄러져 왔던 거예요.

바로 시간의 책장.

정조는 어린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아마도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이 궁금할 거예요. 

미래의 나는 마법처럼 뿅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진다는 걸,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네요.

불안에 떨던 소년은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고, 결국 조선의 훌륭한 왕이 되었어요. 참으로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에는 늠름하고 멋진 정조의 모습만 나오지만 실제로 왕이 된 정조의 마음속은 그 누구도 모를 일이에요. 다만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장소가 활터였다는 점.

활을 잘 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요. 정조의 말처럼 두려움에 떨면 활시위를 제대로 당기기 어렵지만 마음을 곧게 하면 과녁을 맞힐 수 있어요. 두려움, 불안과 같은 온갖 근심 걱정들을 떨쳐내지 않으면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무엇이 우리 마음을 곧게 만들 수 있을까요.

상상 속 시간여행을 통해 각자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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