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일상의 모든 순간, 수학은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돕는가
키트 예이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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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란 말이야! 너 만나고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절규하는 남자. 우리를 2% 부족하게 만들었던...

뜬금 없지만 추억의 CF가 떠올랐어요.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생들부터 수학이라고 하면 과민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수학 없이도 잘 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알고보면 우리는 이미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결국 수학을 모른 채 산다는 건 뭔가 2%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수리생물학자 키트 예이츠가 쓴 책이에요.

혹시나 제목에 '수학'이 들어가서 꺼려진다면 부담감을 내려놔도 돼요.

그냥 술술 읽을 수 있어요. 수학 공식이나 복잡한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저자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학 모형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수학 모형은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그래서 수학 모형을 알려주기 위해서 가장 간단하면서 중요한 모형을 활용하고 있어요.

바로 이야기와 비유.

네, 이 책은 세상에 벌어진 사건이나 현상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수학으로 풀어낸 이야기책이에요.


우선 수리생물학이란 응용 수학의 기법과 도구를 사용하여 생물학적 과정의 수학적 표현과 모델링을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라고 해요.

생물학적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수학 도구를 사용하는 거예요. 수학자의 입장에서는 응용수학 분야인 거죠. 한마디로 수학과 생물학의 융합.

저자의 연구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아요.

새알에 아름다운 색깔의 패턴이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하는 모형을 만들고, 자유롭게 헤엄치는 세균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어요.

우리의 면역계에 침범하는 기생충을 시뮬레이션하고, 치명적인 질병이 집단 내에서 확산하는 방식을 모형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누어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기하급수적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 다단계 사기, 우유가 빨리 상하는 이유, 태아의 성장, 체르노빌 사건, 연대 측정 과학, 인구 폭발과 지구의 수용 능력 등이 있어요.

암 진단을 비롯한 의학적 검사들은 민감도와 특이도, 이차 의견을 통해 정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요. 암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한 번의 검사 결과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그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살펴보고, 결과가 부정확할 가능성을 계산해볼 수 있어요. 확실성의 착각을 의심하고, 해석의 힘을 자신의 손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막연한 불안을 떨쳐낼 수 있어요. 

특히 법정에서 수학의 법칙을 이용하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바람에 무고한 사람이 교도소로 간 사례가 있어요. 수학이 만들어낸 유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책에 나온 법정 사례들을 보면 수학이 뒷받침하는 논증의 위력이 얼마나 쉽게 남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수학적 논증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정확하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아는 척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수학적 형태로 나타나는 확실성의 착각, 즉 앞서 언급했던 의학적 검사 결과를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이게 만든 현상과 동일해요. 이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거예요. 확률을 함부로 법정에 세우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법정에서 배운 교훈을 우리 일상에 확대 적용해보면, 신문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수치나 광고들은 일단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좋아요. 수치 조작에 누군가의 기득권이 달려 있는 분야라면 일방적인 주장에 맞서 일단 의심을 품고 더 상세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수학과 통계학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더 중요한 건 누가 우리 앞에서 수학적 연막을 피우기 전에 그 상황에서 과연 수학이 적절한 도구인지 의문을 제기해야 해요.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수학은 도리어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상 무기가 되는 거예요.

진화에서 SNS까지 현대 알고리듬은 굉장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알고리듬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요. 이 놀라운 도구는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대상이에요. 다만 인간의 감시에는 검열과 편향이라는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해요.

집을 언제 팔아야 하는지, 극장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걷는 거리를 최소화하는지 알려주는 최적 정지 알고리듬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상황이 현실과 가까워질수록 수학은 훨씬 더 어려워지고, 쉬운 백분율 규칙을 도출하기가 어려워져요. 최적화 알고리듬이 일상생활에 더 많이 적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일부 책임을 떠맡을 필요가 있어요. 그건 알고리듬이 제공하는 정보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것이지, 그 결과에 책임을 질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마지막으로 팬데믹 시대에 수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수학에 대한 편견이 싹 사라지는 계기가 될 거예요.

그동안 묵묵히 일하면서 감염병의 수수께끼를 풀어 온 주인공은 수리역학이에요. 대규모 감염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바로 수학이 해왔던 거예요. 전염병 확산 패턴을 읽어내는 수학 모형을 통해 과학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이 분석하여 질병을 관리, 통제, 예방할 수 있어요. 접촉자 추적은 복잡한 질병 확산 패턴을 알려줌으로써 질병 확산을 억제하는 조처를 실시간으로 취할 수 있게 하며, 초기 단계에서 질병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을 알려주고 있어요. 잠복기에 감염된 사람과 직접 접촉한 사람은 모두 완전히 나았거나 감염되었다는 것이 드러날 때까지 격리 상태에 들어가야 해요. 또한 감염자의 격리 기간을 얼마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낸 것도 수학 모형을 적용한 결과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역 조치들도 이러한 수학 모형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정부의 방역 활동을 저해하는 가짜 뉴스는 단순히 수학을 몰라 벌어진 무지라고 보기엔 악의적인 측면이 강한 범죄라고 볼 수 있어요. 2% 부족한 수학이 우리 사회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 너무 심한가요.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학의 존재와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세상에 대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그건 바로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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