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식 문제 한국추리문학선 9
장우석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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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 떡볶이를 먹었어요.

평소에 매운 음식을 못 먹는데 떡볶이만큼은 매콤해야 더 맛있어요.

뱃속까지 얼얼한 느낌이 떡볶이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드네요.


<주관식 문제>는 장우석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한국추리문학선 아홉 번째 책 속에는 모두 아홉 편의 추리소설이 있어요.

표제작 <주관식 문제>는 장우석 작가님의 등단작으로, 2014년 [계간 미스터리] 봄호에 [대결]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게재된 작품이라고 해요.

제목을 바꿔서 더 흥미로워진 것 같아요. 단순히 제목만으로 유추하거나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이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은 좀 시시하니까.

재미있는 건 주인공이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데, 저자 역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거예요.

누구보다도 학교를 잘 아는 장본인.

당연히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 장르가 추리소설이라 일부 내용은 범죄사건이 등장해요. 

한때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어요. 원래 떠돌던 학교 괴담뿐 아니라 실제 여고에서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버무러져서 현실 공포감을 극대화 했던 것 같아요. 귀신은 그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 외면하고 감춰버린 추악한 진실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무섭다는 원초적인 느낌 이외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 불편함, 불쾌감...

<주관식 문제> 소설 말미에 2017년 영화화 되었고,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본선 진출했다는 내용이 보고 살짝 놀랐어요.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을지 궁금하네요.


아홉 편의 소설은 <주관식 문제>, <안경>, <영혼샌드위치>,<가로지르기>, <파트너>, <인상파 소묘>, <늪>, <방해자>, <인멸>이에요. 마치 떡볶이 순한 맛으로 시작해서 점점 매워지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교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점점 그 대상이 확장되면서 인간 그 자체가 보였던 것 같아요. 교사, 학생, 학부모, 직원, 경찰 등등 사회적으로 규정짓는 껍데기 말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하필이면 그 내면이 온통 시커멓게 오염된 걸 발견했으니, 그리 유쾌할 수는 없겠죠.


"저 그림 속의 하늘이 보랏빛이죠? 여러분 보랏빛 하늘을 본 적이 있나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민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랏빛 하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화가는 직접 본 하늘을 그린 거예요. 

자신의 눈에 들어온 순간적인 느낌을 화폭에 담으려고 한 거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 순간의 느낌."

아이들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중에는 뭔가 느낌이 온 표정을 짓는 아이도 한두 명 포함되어 있었다.

고전주의가 선의 예술이라면 인상주의는 색의 예술이다.

그들에게는 무엇을 그릴 것인지보다 어떻게 그릴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어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더라도 자신만의 색깔로 매 순간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삶의 핵이 들어가 있다.

절정의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는 나만의 색깔. 

        (234-235p)


끝까지 읽고나면 '보랏빛 하늘'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작가님이 추리소설을 선택한 것도 우리에게 '보랏빛 하늘'을 보여주려던 게 아닐까...

우리는 늘 하늘을 보면서도, 그 하늘을 다 보지 못했던 거라고. 주관식 문제를 봤지만 제대로 풀지는 못한 것 같아요. 왠지 숙제가 되어버린 듯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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