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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2 - 심장 갉아 먹는 아이 ㅣ 특서 청소년문학 36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4월
평점 :
손현주 작가님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가짜 모범생》,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어요.
1권에서 성적,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현실을 그려냈다면 2권에서는 고통받는 아이들이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판타지 세계로 안내하고 있어요. 열일곱 살 효주는 마지막 학기말 시험을 치르고 교문을 빠져나와 담벼락을 따라 걷던 중 갑자기 담벼락 안으로 휙 하고 빨려들어 갔어요. 정신을 차리자 가이드 안나라는 여자가 이곳은 피움학교라고 설명해줬어요. "어느 곳에 있든 각자의 벽을 통해 오지만 결국 한곳으로 모이게 하는 건 저 벽이야. 저 벽이 신기한 건 사람의 심장이나 뇌의 주파수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한다는 사실이지. 한 가지 다행인 건 저 벽이 너를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했어. 그러니까 저 벽이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너 같은 애들을 이곳을 빨아들인 거야. 여기로 온 이상 당장 현실 세계로 갈 수는 없어." (15p)
가로막고 있는 벽이 피움학교로 들어오는 통로라는 것이 매우 상징적인 것 같아요. 피움학교에는 효주 말고도 시윤, 은찬, 세현, 서아, 수진, 유진 등등 여러 아이들이 머물고 있어요. 각자의 이름이 적힌 모래시계가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저마다 심장에서 보낸 위험 신호에 반응하여 피움학교에 왔다는 건 이곳이 아이들의 피난처라는 의미인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돌아가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 마음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피움학교에 온 아이들, 효주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의 목소리를 통해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고통과 좌절을 들려주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피움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변화한다는 거예요. 데면데면하게 굴고 서로 경계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고 공감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요.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로 심장이 조여들고 숨을 못 쉴 만큼 괴로운 아이들에게는 편안하게 쉬면서 마음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소설에서는 피움학교가 아픈 아이들을 돌봐주었지만 현실에서는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줘야 해요. 아이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이제는 귀기울여 들어줄 때인 것 같아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벽을 허물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아빠······. 제가 왜 쓰러졌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일시적으로 쓰러졌다고 생각하시죠.
아니에요. 아빠의 그 기대가······ 제 심장을 갉아 먹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의대에 가는 건 제가 원한 길도 아니고 그 길을 가기 위한 열정도 없어요.
전 이제 아빠의 꿈을 채워주기 위해 공부하기 싫어요.
그냥 날······ 날 위한 공부를 하고 싶어요." (1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