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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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은 138억 년이라는 빅히스토리를 담은 책이에요.

빅히스토리는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탄생 이후의 역사를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모든 과학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하는 융합 학문이라고 해요. 우주와 지구, 인류와 문명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방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의 첫 장에는 우주, 인류, 과학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연표가 나와 있어요. 138억 년 전, 점에서 시작된 우주가 쭈욱 그어진 선을 따라 2023년을 분기점으로 1조 년 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어둠만 남은 우주로 마무리되고 있어요. 인간의 삶으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머나먼 미래까지 보여주는 연표라서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저자의 말처럼 인류 문명의 역사는 0.1초도 안 걸리는 시간이기에 지금 우리의 시간은 우주의 역사 속에선 너무나도 짧은 찰나인데 정작 우리는 수만 년을 살 것처럼 굴고 있으니 굉장한 코미디 같아요. 어찌됐든 우리에겐 엄연히 인류의 시간이 흐르고 있고, 기후위기와 환경오염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어요. 저자는 우리에게 138억 년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전 지구적 시야에서 인류 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다양한 도표와 흥미로운 그림을 통해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상상력을 더할 수 있게 만드네요. 우주, 지구, 바다, 대륙, 조상, 인류, 무기, 농업, 문자, 컴퓨터, 생명공학, 천문학, 빅뱅이라는 각각의 키워드마다 과학적인 해설과 함께 인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깨닫게 해주네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다음 차례가 인류라는 경고이기도 해요. 육상생태계의 4억 2000만 년 역사 속에서 동족을 위협하고 위협당하는 불행한 삶을 자초한 특이한 동물은 인류뿐이라는 사실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네요.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구 지성의 필연적 결과물로 여기지만 지구 역사에서는 그저 우연한 사건이며, 인류의 진화는 인간이 강자여서가 아니라 약자였기에 생존을 위한 변화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기존의 잘못된 태도를 바꿔야 해요. 과학자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인류를 끌어올려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 인류는 갈림길에 서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우주는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며,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바로 지금 여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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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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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그게 없었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을 둘러싼 세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에요.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주인공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라 소름돋는 상황들이 올가미가 된 것 같아요.

"만약, 집 앞에 당신 이름이 적힌 붉은 상자가 놓여있다면······.

당신은 그 상자를 열어 보겠습니까?"

얼핏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을 테니까요.

이 소설은 이상하고 기묘한 가위바위보를 반복하는 꿈을 꾼 최도익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어요.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스물일곱 살 청년 도익은 뒤숭숭한 꿈을 꾼 다음 날에 문 앞에 놓인 붉은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 상자 안에는 검은색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어요. 하필이면 중요한 시험 날 아침에 송장도 붙어 있지 않은 의문의 붉은 상자가 그곳에 놓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익은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고, 그 쪽지에 적힌 글을 읽고나서야 찝찝한 기분을 느꼈고 불길한 징조라는 걸 예감했어요. 역시나 그 뒤에 이어진 사건들은 모두 붉은 상자와 관련이 있어요. 도익 말고도 붉은 상자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개별적으로 보였던 사건들은 점점 하나를 향하게 되면서 그 비밀이 밝혀지는데······

과연 누가 붉은 상자를 만들었고, 특정한 사람에게 보냈으며, 그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줄줄이 이어지는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고조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도익이 꿨던 꿈, 모두가 계속해서 주먹만 내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지닌 의미를 곱씹게 되었어요.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지만 바위에 지고, 바위는 가위를 이기지만 보자기에 지고, 보자기는 바위를 이기지만 가위에게 지고, 서로 같은 것끼리 만나면 비긴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법칙에서 상상도 못할 변수를 찾아낸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네요. 무엇보다도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스펙타클한 모험을 한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인기 1순위로 단번에 올랐을 것 같은, 그만큼 흥미롭고 위험한 이야기네요. 김정용 작가님의 《붉은 상자》를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받는 순간 당신의 선택은, 무조건 읽게 될 테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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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남몰래 난치병 10년 차,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양유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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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는 양유진님의 에세이예요.

책 띠지에 저자의 사진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채널 구독자일 것 같네요. 저자는 100만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이자 배우 양유진님이에요. 배우를 꿈꾸던 연기과 학생 시절에 코로나19를 만나 자취방 원룸을 무대로 만든 '방구석 극장'이라는 영상이 채널 구독자인 '빵쟁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십대의 밝고 쾌활한 모습 뒤에 숨겨진 어려움들을 고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엄마를 비롯한 가족, 주변 사람들 그리고 갱스터 할머니가 있었네요. 고층 입원실은 항암 병동인데 그 병실의 환자들 중 제일 많은 증상이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져서 속으로 갱스터 할머니라고 불렀대요. 찾아오는 자식들도 없이 혼자 힘겹고 외로운 병실생활을 하던 그 할머니는 기구한 사연을 가졌지만 누구를 탓하거나 불평 한마디 없이 본인의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 견뎌냈는데 그 모습에 저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해요. 중학교 3학년 때 루푸스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서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던 저자가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준비할 때 대학 전공을 연기과로 정한 것은 힘들었을 때 많은 작품을 보며 위로받고 버텼던 것처럼 자신도 배우가 되어 지친 사람들에게 유쾌함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어서였다고 해요. 좋은 연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저자는 현재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었고 채널 구독자인 빵쟁이들과 서로 응원하며 소통하고 있으니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허심탄회하게 말하면 그냥 내 마음에 들게 나대로 살아가고 싶은 것 같아요. 나를 보는 많은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254p)라는 저자의 말처럼 씩씩하게 유쾌한 긍정 에너지로 사는 모습이 진짜 자기답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멋져보였어요. 스물다섯 살의 삶을 진솔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픈 기억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그 마음이 참 예뻐서 좋았어요. 빵먹다살찐떡의 밝은 에너지로 힐링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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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조이풀하게!
박산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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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건 뇌의 재구조화가 일어나면서 감정이 요동치기 때문이래요.

어쩜 설명된 그대로인지, 볼수록 신기해요. 즐거운 하루를 보냈나 싶다가도 친구와의 작은 문제 때문에 세상을 다 잃은 듯 힘들어 하네요. 그러니 당사자는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예민하게 요동치는 십대들의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작 본인이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생의 고비가 될 수도 있어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뭐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그냥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더 낫더라고요. 뭔지 모르는 감정과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게 어른들의 몫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도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연습이 필요한데, 청소년 소설은 좋은 교재인 것 같아요. 물론 재미있기도 하고요.

《오늘도 조이풀하게!》는 박산호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이에요.

주인공 한조이는 열일곱 살, 고등학교 1학년생이에요. 엄마를 따라 무천시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울고 웃고 성장해가는 이야기예요. 평범한 십대에게도 버거운 고민이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조이, 별, 수현은 남다른 상처와 아픔을 가진 친구들이라서 더 안쓰럽고 속상했네요.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바로 약을 바르거나 치료할 수 있지만 내면에 새겨진 상처는 자신이 들여다 보지 않으면 더 깊게 곪을 수밖에 없어요. 너 무 아파서 본인조차 외면해버리면 그 상처는 본인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독이 되는 것 같아요.

"난 정말 궁금했어. 부럽기도 하고. 나에게도 죽은 아빠가 아니라 유리처럼 살아 있는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난 너무 외로웠어. 엄마는 왜 나를 낳은 거야? 나는 엄마의 인생을 말아먹은 암 덩어리라며? 아무리 암 덩어리라고 해도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는 줄 알아? 엄마는 너무 무책임하게 나를 낳은 거 아냐?" (157p)

어른이라고 해서 뭐든 옳은 것도 아니고, 정답을 아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아이들보다 좀 더 나이든 아이일 뿐이죠. 서로 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없고,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을 전하기가 어려워요. 특히 가족 간에는 이심전심이라는 착각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다투게 되는 것 같아요. 조이의 삶이 늘 조이풀하진 않지만 제목처럼 오늘도 조이풀하게 살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달라질 거예요.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지만 주어진 삶을 즐겁게 사는 건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니까요. 바로 오늘이 우리 인생의 골든타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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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게 어려워 - N잡러를 위한 실속 있는 글쓰기 노하우
다케무라 슌스케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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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게 어려워》는 베테랑 편집자인 다케무라 슌스케의 글쓰기 비법서예요.

이 책은 "글을 못 쓰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고민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어요.

천재적인 작가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탓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쓰기가 업이 아닌 사람에게도 반드시 써야 할 때가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직업 특성상 글을 만져왔지만 쓰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었는데, 다른 사람의 글을 수정하다보니 갑자기 처음부터 쓰기는 어려워도 이미 있는 걸 수정하는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시행착오 끝에 글쓰기가 어려운 다섯 가지 원인을 알아내어 하나씩 격파해 '쓰는 게 즐거워'라는 경지가 되었대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면 해결책이 보이는 거죠. 단순하고도 명쾌한 방식으로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어서 신기해요. 책의 구성도 '쓰는 게 어려운' 다섯 가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각 장마다 설명해주고, 마지막 장에서는 글쓰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쓸게 없어서 어렵다면 글감을 발견하는 방법을, 전달되지 않아서 어렵다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쓰는 요령을, 읽어주지 않아서 어렵다면 글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재미없어서 어렵다면 상품이 될 재미있는 글을 만드는 도구를, 계속하지 못해서 어렵다면 쓰기가 습관이 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네요. 기술적인 접근으로 보이지만 그 출발점은 마음가짐이라고 해요. 사실 글을 쓰지 못하는 원인은 스킬이 아니라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쓰려고 하지 말고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네요. 어쩐지 작심하고 써야지 하면 아무것도 쓰지 못해 막막한데 오히려 별생각 없이 일상에서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메신저는 쉽게 썼던 것 같아요. 결국 뭔가 만들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니까 자연스러운 글쓰기가 가능했던 거죠. 그러니 자신이 글을 못 쓴다는 생각은 버리고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쓰면 글쓰기가 한층 편해지고 즐거워지는 거예요.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글쓰기도 짧은 글부터 차근차근 쓰는 훈련을 하다 보면 쓰는 습관이 생기고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쓰기라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진 시대에 쓰는 힘을 갖추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쓰기'는 강력한 무기이자 멋진 선물인 것 같아요. N잡러에게 필요한 글쓰기 비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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