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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 진심, 긍정, 노력이 내 삶을 배신한다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충고 한 가지!
"나는 나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하물며 글을 쓸 때도 '나'라는 표현보다 '우리'라는 말이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보다는 '우리'의 관점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삶은 늘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착해서 양보하는 게 아니라, 이기적으로 보일까봐 참아왔던 것 같습니다. 호구처럼...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긍정심리센터 연구원을 지냈으며, 미국 동료들과 공동 연구를 해온 심리학과 교수입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들을 보면 기존의 유명한 심리학 연구들이 종종 소개될 때가 있습니다.
예쁜 여자가 더 따뜻하고 친절하다? 과연 그럴까요?
1972년 심리학자 카렌 디온의 실험, 1977년 심리학자 마크 스나이더의 실험에서 공통된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좋은 성격적 특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은 좋고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우리의 작은 믿음 때문에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의 현실을 바꾸어놓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외모의 후광효과'로 많이 알려진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의 작은 믿음이 어떻게 당신을 배신하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타인에 대한 생각과 믿음은 결국 우리와 타인 모두를 배신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그 믿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오해와 편견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한국적인 특수성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똑같은 심리학 실험을 한국인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
이 연구 결과가 보여준 것은 우리나라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개인보다 '우리' 혹은 '공동체'를 강조하기 때문에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가정, 사회, 국가가 운영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실수와 실패를 피하려는 회피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있어서 누구나 노력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믿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노력을 강조하는 걸까요?
그건 노력을 강조하면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쉽게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와 집단을 쉽게 통제하려는 정치적 속셈입니다. 낮은계층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위와 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대신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높은 계층의 사람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에 불만을 가져서도 안 됩니다. 성공과 높은 지위가 노력이 아닌 다른 요인들, 즉 부모와 인맥, 경제적 지위, 사회적 상황, 지인의 도움 등으로 설명된다면 난감한 일이 벌어집니다. 기득권층이 누리고 있는 수많은 혜택의 명분을 잃게 될테니까. 그들이 원하는 운영 체계를 위해서, 무엇이든 노력이라는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면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개인은 패배감이라는 불필요한 아픔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노력의 배신!!!
따라서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모든 일에 노력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학력, 재산, 명성, 사회적 지위, 건강, 외모 등 우리가 갖춘 조건을 우리의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책임지기에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먼저 유전적 영향력과 가정적·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나의 인생이 전적으로 내 선택이 아니듯이, 타인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뿐 아니라 타인의 성공과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항상 나만 힘들고 억울할까?
이 질문은,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는가?'라는 문제로 전환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다툼은 대부분 본인이 더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만큼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느끼는 데에 비롯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풀리지 않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과 상황이 가장 힘들고 아플 뿐입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기대를 품기 때문에 배신의 쓴맛을 보는 것입니다.
다행히 배신과 오해의 아픔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타인이 이해해줄거라는 기대와 믿음을 갖지 않을 것, 남들의 이해가 꼭 필요하다면 평소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제공할 것,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랑과 감사를 자주 표현할 것, 누군가와 협업할 때는 시작 전에 반드시 각자의 역할과 이익 분배를 정확히 정해놓을 것. 관계 개선을 위한 건전한 소통, 즉 대화를 나눌 것.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할 만한 사례와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 덕분에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집단의 배신'은 묵직한 한 방이라서 아직도 얼얼합니다. 내 삶을 배신한 것들을 깨닫는 순간 더 나은 삶의 길이 보일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