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헤이세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굿바이, 헤이세이>는...

도쿄에 사는 밀레니얼스*의 연애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밀레니얼스(Millennials)는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해요.

주인공 아이(愛)는 올해(2018년)로 29살, 동갑의 히토나리(平成)와 함께 살고 있어요.

벌써 2년 가까이 같이 살고 있지만, 히토나리는 아이(愛)를 연인으로 부르고 싶어하지 않아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한다는 히토나리의 룰 속에는 어느 누구도 더 특별하게 취급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요.

매일 어떤 일이든 마치 공식을 이용하여 연립방정식을 풀어가듯이 하나씩 처리해 가는 남자 히토나리와 자유분방한 여자 아이는 전혀 다른 부류지만 신기하게도 서로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아니 2018년 1월 21일까지는 그랬어요.

그런데 바로 그날, 히토나리는 아이(愛)에게 안락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했어요.


주인공의 동거남 히토나리(平成)가 1989년 1월에 태어났을 때,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를 쓰기 시작해서 똑같은 이름을 얻게 되었대요.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음으로도 읽고 뜻으로 읽어서, '히토나리'는 뜻으로 읽은 사람 이름이고, '헤이세이'는 같은 '평성(平成)'을 음으로 읽은 일왕의 연호인 거예요.

일본 연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잠깐 상식!

연호는 군주 시대에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해의 차례를 나타내기 위해 붙이는 칭호라고 해요.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연호가 바뀌는데, 이번에는 아키히토 일왕이 살아있으면서 2019년 아들 나루히토에게 양위했어요.

휴우~~ 몰랐던 사실이라서, 이 책 제목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지나칠 뻔 했어요.

마침 2018년 일본은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를 내리고 새로운 연호를 시작한다고 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때였고, 실제로 히토나리는 자신의 이름 덕을 톡톡히 본 경우라서 히토나리의 '안락사 선언'은 뭔가 헤이세이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도 농담인 줄 알고, "응, 좋아"라고 대답했어요.


흔히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은 고령이나 불치병에 걸린 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히토나리는 젊고 잘생긴 데다가 작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고, 미디어에서 잘나가는 문화인으로 자리 잡았어요.

무엇보다도 지금 곁에는 아이(愛)가 있는데, 아무리 연인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서로에겐 둘도 없는 친밀한 동거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런 아이를 두고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건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일이에요.

아이는 침착하게 히토나리의 안락사를 막기 위해서 그와 함께 안락사 취재도 가고, 히토나리의 어릴 적 친구도 만나면서 온갖 노력을 해요.

그와중에 아이의 오랜 반려묘 미라이가 세상을 떠나게 돼요. 슬픔에 빠진 아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히토나리를 보면서 둘 사이에 가로놓인 단절의 골이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는 걸 다시금 뼈저리게 느껴요.


요즘 연애와 동거를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연애소설인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은 '안락사'라는 죽음의 방식을 이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과거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아니지만 분명 가족 못지 않은 친밀감과 믿음이 존재해요.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서로 간섭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요. 각자의 삶을 존중해줘요. 그래서 아이는 히토나리의 안락사를 막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 점이 매우 성숙한 관계로 보였어요.


"있지 히토나리, 정말 죽을 거야?"

"못됐어. 아이(愛)가 그렇게 물어보면, 난 미안해할 수밖에 없으니까."

...

"히토나리가 없어지면 지금이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수 없게 돼서 불편한데."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해봤다. 그의 나이에 1을 더하면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수 있고, 헤이세이 연도에서 1을 빼면 그의 나이가 된다.

"우린 나이가 같잖아. 나 없어도 알 수 있어."

나는 그를 껴안은 채로 있었다. 그는 시선을 어두운 스모만으로 향한 채 내 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49-150p)


죽어가는 고양이, 죽으려는 남자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가 히토나리의 '안락사 선언'으로 인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냈어요. 늘 함께 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과 이별한다는 건, 그것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죽음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

과연 히토나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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