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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 어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취미 수집 생활
김은경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살면서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무엇 때문에 즐거웠나 생각해보면 그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
좋은 건 그냥 좋은 거니까...
<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는 어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다양한 취미를 소개한 책입니다.
우선 첫 장에 "그냥, 좋아서"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대답이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대답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쓸데없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너무도 겸손하게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다고 표현했지만, 그럴 리가요.
평소에 취미 관련 책들을 골라보는데, 이 책만큼 다양한 취미 활동이 소개된 건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패브릭으로 덧신 · 어메니티 주머니 · 빵가방 만들기, 털실로 워머 · 티매트 · 마실 가방 뜨개질하기, 펠트로 트리와 산타 · 몽구스브로치 · 애플 펜슬 케이스 만들기, 가죽으로 카드지갑 · 여권커버, 아이패드 거치대케이스 만들기, 레터프레스기로 달력 만들기, 스토리지북 만들기, 지우개로 스탬프 만들기, 폴리머크레이로 피규어 만들어 미니 오븐에 구워서 완성, 두꺼운 종이로 집 모형 만들기, 레고 커스텀, 커피 찌꺼기 볶아서 방향제 만들기, 커피 필터로 노트 만들기, 양가죽 치마로 주머니와 태슬 만들기, 타이벡 현수막으로 크로스백 만들기, 꿈 일기 쓰기, 이모티콘 만들기, 3D펜으로 그리기, 합판으로 '차고 앞'이라는 글씨가 적힌 표지판 만들기.
각각의 취미마다 나름의 사연이 있습니다. 어쩌다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방법을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해줍니다.
이 책에 나오는 만들기 방법은 저자가 터득한 노하우라는 점에서 전문가의 방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치수와 재료를 명시하지 않은 만들기 방법은 각자 자유롭게 응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솔직히 적당한 설명이 마음에 듭니다. 책에 소개된 취미 활동을 정말 해보고 싶다면 이 책으로 미리 만들어본 후에 결정해도 충분합니다. 취미를 꼭 잘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해보다가 재미 없거나 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까.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 '이걸로 먹고 살 때가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가죽공예에서 뜨개질, 제과제빵까지 다양한 일들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일이 밥 벌이로 이어지지 않은 채 취미로만 즐기고 있으며, 여전히 디자이너로 일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취미가 있어서 하루하루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면 굉장히 잘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 배우자, 집, 돈... 그 모든 것을 갖고도 즐겁지 않은 것보다 다소 불안한 프리랜서라도 하고 싶은 대로 취미를 즐기는 삶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즐겁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요.
어느 특별한 취미 수집가 덕분에 아무 목적 없이, 쓸데없이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습니다.
"뭔가를 만들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항상 망쳐도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심조심, 살살, 걱정하면서, 주저하기보다는 마구, 되는대로,
중간에 되돌아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잘 안 되면 잠깐 쉬기도 하면서,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번 혹은 다다음번에는
첫 번째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172p)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책입니다. 글이 책이 되기까지 팔 년이 걸렸다는데, 끊임없이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흰 세월을 보낸 탓이라고 합니다. 그 역시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방구석 취미를 응원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620/pimg_770266113222250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