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서 봄
수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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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장을 펼친 듯...

<유럽에 서 봄>은 유럽 여행을 했던 기록과 사진을 담아낸 에세이입니다.

다들 한 번쯤 꿈꾸는 유럽여행이라서 책 속의 수많은 사진들은 동경과 부러움의 시선을 자아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름다운 유럽 풍경보다 그 풍경 속 여행자의 모습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저자는 왜 여행을 떠났을까요?

"... 우연히 따라나선 길에서 작아지는 자신의 존재가 자유롭고 고마웠다.

모래알만큼 작아지고 공기처럼 가벼워지고 싶었다."  (5p)

여행은 익숙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입니다.

여행자는 스스로 이방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어디든지 훌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를 보면 뭔가 설레고 들뜬 기분이 느껴지는데, 왠지 이 책 속 여행은 차분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여행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적어내려간 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슬픔이 지난 자리는 문득 문득 아프다. 그래서 스치지 않으려는 세월을 모른 척 보낸다.

어느덧 그 자리에는 딱지가 앉아 단단해진 듯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은 시간과 시간 사이에, 사건과 사건 사이에.

책을 읽는 것과 여행을 다녀오는 것.

그것이 장화고 진통제이고 갑옷이다.

피할 수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아프지 않게. 견디는 일로만 삶을 태우지 않게.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호사를 택한다."  (19p)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에서 바라보는 아드리아해의 풍경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는 황홀함은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것 같습니다.

사진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큰 감동일지 기대가 됩니다.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 서유럽의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그리고 남유럽의 그리스, 몰타,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여행자의 시선은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사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행자의 기록과 사진은 곧 여행을 떠날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이 책은 유럽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 안내서라기 보다는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은 <여행에 서 봄>이 저한테 던지는 질문 같았습니다.  당신의 여행은 어떤가요...


"바뀌어 가는 과정 속에서 화학적 변화를 겪는다. 완전연소를 향하는 것이다.

단단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벼워지는 것이고,

고뇌 속에 밤을 새우지만

결론은 생각을 비워 내는 것이다."  (170p)


"어느 곳이건 길이 있는 곳엔 감동이 있다.

열려 있는 세상이 나를 위한 시간을 허락할 때 삶은 여전이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다."  (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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