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질 무렵 - 권대웅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길을 걷다 보면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언젠가 만난 것만 같은

어스름 녘

젖은 하늘의 눈망울

물끄러미 등 뒤에 서서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의 꿈과

까마득하게 잊었던 시간들

생각날 듯 달아나버리는 생의 비밀들이

그림자에 어른거리다 사라진다

잡히지 않으며 존재하는 것

만져지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들이

불쑥불쑥 잘못 튀어나왔다가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시간

그 밝음과 어둠이 섞이는 삼투압 때문에

뼈가 쑤시는

땅거미가 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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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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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꽃나무

 

인생에는 사전고지가 없다.

    C. J. 튜더의 애니가 돌아왔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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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같은 인생 - 김종제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지금까지 나를 끌고 다닌

평발이여

, 게 같은 집게발이여

바퀴에 박힌 굵은 못으로

바람이 달아났으니

이제 그만 나를 놓아다오

옆으로 마냥 걷지 않게

혹하여 샛길로 빠져들지 않게

뿌리치지 못하고

여태까지 나를 움켜 잡고 있는

주먹손이여

, 게 같은 가위손이여

칼날에 스며든 티끌 녹으로

감각이 무디어졌으니

이제 그만 나를 거두어다오

잘못 휘두르다 부러지지 않게

세게 흔들다 떨어져 나가지 않게

험난한 산길

옆만 보고 걸어온 발이여

거치른 바다

노도 없이 헤쳐온 손이여

발보다 못한 어제여

손보다 못할 내일이여

그래서 손도 발도 다 떼어주고

힘겹게 모래언덕 기어오르다가

두꺼운 껍질 벗어

고운 살 마저 보시(布施)하는

저 게 같은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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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자가 바라보는 예술은 어떤 모습인가

 공동작가중 한 명인  심보선은 시인이니까

 관점이 좀 다를 것 같다.

 소개된 책 중 읽은 책은 극소수다.

 예술,  대화,  천재,  애호,  교육,  이미지,  사라짐,

 정치, 벗어남,  놀이,  다시,예술로 구성되어 있다.

 모짜르트의 조기교육과 시대와 불화, 그리고

 프리랜서의 삶

 고흐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과거 우리의 몰이해가

이제 집단적 과오로 인식되어 현재의 우리는 그 잘못을

만회하기 위한 기나긴  대속의 여정이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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