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질 무렵 - 권대웅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길을 걷다 보면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언젠가 만난 것만 같은
어스름 녘
젖은 하늘의 눈망울
물끄러미 등 뒤에 서서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의 꿈과
까마득하게 잊었던 시간들
생각날 듯 달아나버리는 생의 비밀들이
그림자에 어른거리다 사라진다
잡히지 않으며 존재하는 것
만져지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들이
불쑥불쑥 잘못 튀어나왔다가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시간
그 밝음과 어둠이 섞이는 삼투압 때문에
뼈가 쑤시는
땅거미가 질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