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소설전집 15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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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많은 분들이 박완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즘 알라디너분들이 올리신 박완서 작품의 리뷰를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딱히 읽어본게 없다. 오래전 기억을 끌어내 보면 고등학교때쯤 읽었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에세이 정도. 그리고 언제가 어디선가 봤던 칼럼 내용 중 박완서는 원래 시인이 되고 싶으셨다는 것 정도가 내가 그분에 대해서 아는 전부다. 


2. 빌릴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은 교회도서관에서, 있는건 일단 빌려두는데 마침 이책도 있었다. [그대는 아직 꿈꾸고 있는가]가는 언제 씌여진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이 어릴때 봤었던 주말연속극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고루한 가부장제 사회의 민낯, 남아선호사상의 전형의 가정,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비록 내용은 그럴지라도, 글을 참 찰지게 잘 쓰시는 것 같아서 읽는 즐거움은 있었다.


3. 책의 내용 또는 문장을 통해서 나의 개인적 체험을 재현해내거나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동일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상황 재현과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은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과 작가의 의도와 거의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말씀만 하소서]는 외아들을 잃고 슬픔과 절망에 빠진 박완서의 일기를 담은 내용이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몇년전 아들을 잃고 교회를 방문했던 아는 동생의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살아있는 사람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슬픈 표정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읽는 내내 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기를 반복하면서 박완서의 슬픔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박완서가 막내딸을 보기 위해 간 미국에서의 느낀 감정 구절에서 숨이 멈추어졌다.


"거긴 남의 나라였다. 신경을 곧두세워도 한두 마디 알아들을까말까 한 것도 괴로웠지만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이질적인 리듬이었다. 그 이질감은 네가 놀 물이 아니라는 소외감을 끊임없이 일캐워주고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만약 어떤 피치 못할 운명이 나를 이 땅에 죽을 때까지 묶어두는 일이 생긴다면, 생전 호강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아들을 잃은 고통 다음 가는 고통이 되리라고" (250p)



4. 아들을 잃은 고통 다음으로 힘든 것이라고 고백한 박완서처럼. 낯선 곳. 생소한 언어에 둘러싸인 곳에서의 삶은 나에게도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통의 정도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의 사라짐의 이유는 시간의 축적에 따른 익숙함 때문일거라 생각해왔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몇주전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 Jeronimo를 보고 하기 시작했다. 쿠바로 보내진 한국인, 그 이후 한인-쿠바 3,4세들이 여전히 그들은 본인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칭하고 문화를 고수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과는 다른 한국인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새롭게 하는 그들의 정체성. 터 잡고 살고 있는 문화에 완전히 흡수되지 못함이 단순한 좌절과 고통이 따르는 일이 될 수 있지만, 반면에 그들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새로운 놀 물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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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7 1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학부때 친구들과 쿠바로 여행을 갔었는데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한인 3세들을 만난적이 있어요. 한국어라곤 아리랑 태권도 음식 이름 기타 한국 명절(발음은 정확했음) 쿠바에서도 잊지 않고 지난다고 첨본 한국인 너무 반가워하고 자기 집으로 가서 뭐라도 대접해주려고 싶어했는데 ,,,,이국땅에 완전하게 뿌리내리고 살기 힘든 것 같아여 2-3 세대로 넘어가도

han22598 2021-02-11 01:50   좋아요 2 | URL
스캇님은 이미 다녀오셨구나. 저도 이 다큐보고 쿠바 한번 가보고 싶어졌어요...그러기 위해선, 코로나 먼저 없어져야하는데 ㅠㅠ
 


 













Oliver Sacks가 82세 세상을 떠날때 파트너였던 Bill Hayes는 50대 초반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책[Insomniac city]에서 색스는 말한다. "나는 적극적인 병리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더군" 빌은 그게 뭐냐고 묻는다. 이제 색스는 의학의 통상적 주제인 상실이나 부재가 아니라 생리기능이 과도해지고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 현상이라고 답한다. (나이듦에 관하여, 이북 65% 지점). 그리고 올리브 색스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아니라 하루든 한달이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이듦, 노년기를 묘사하는 빌과 올리버의 방식은 시간이란 양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의 활용,질의 문제라고 언급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모든 시간은 동일한 무게의 값이 아니라고 한다. 시간의 무게가 생리적인 기능 부재로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과도해지고 비대해진다고 이야기한다. 5초면 신을 수 있는 양말신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손과 발을 이용하는 기능들이 과하게 다가오게 된다. 그래서 그 기능들이 비대해져 보인다. 상상을 해본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서 준비한다. 양말은 10분동안 신고, 옷을 고르고 입는데 30분이 걸리고, 신발을 10분동안 신는다. 40분동안 준비하고 이동하는데 1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말을 하고 더 바짝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더 귀기울려 듣는 시간들. 하루를 온통 애인을 위해 시간을 쓴다. 그렇게 시간을 쓰는 사람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워만 하기보단 (이건 사실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와 가치가 새로워지며, 그것들로 인해서 충만한 나날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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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1-02-02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어떻게 보면 ‘삶의 충만함‘ 총량은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젊을 때 바쁘게 많은 일을 해서 얻는 충만함이나 노년기에 천천히 적은 일을 해서 얻는 충만함이나..

han22598 2021-02-04 07:28   좋아요 0 | URL
이분도 그렇고 Bill Hayes..두분 모두 생각과 시선이 따뜻해요. 모든 이의 삶의 여정가운데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서로 인정하고 공감해보자고 이야기하는데, 참 감동적이에요.

scott 2021-02-0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말은 10분동안 신고, 옷을 고르고 입는데 30분이 걸리고, 신발을 10분동안 신는다. 40분동안 준비하고 이동하는데 1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말을 하고 더 바짝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더 귀기울려 듣는 시간들. 하루를 온통 애인을 위해 시간을 쓴다.]
한님에 이야기 인줄 ㅋㅋㅋ
( ◜◡‾)◜◡‾)◜◡‾)◜◡‾)◜◡‾)₎⁾⁾

han22598 2021-02-04 02: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발구락이 답답해서...양말은 거의 신지 않습니다. 옷 고르고 입는건 지금도 30분 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발은 차 트렁크에 있기 때문에 신발고르기는 차 안에서 해요 ㅎ. 그러고 보니 지금도 딱히 다르지 않네요.

얄라알라 2021-02-02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와 죽음을 연결한 글을 고민 중인데, 정작 [임섬니악 시티]를 읽지 않았네요. han님 덕분에 계획이 좀 더 촘촘해 질 듯 합니다!

han22598 2021-02-04 02:37   좋아요 1 | URL
죽음에 관한 얄라님의 글이 기대가 되네요 ^^ 오에!

바람돌이 2021-02-02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신체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나이듦을 표현할 수도 있군요. 근데 애인이든 남편이든 저 정성을 들일만한 존재가 그 때까지 남아있든가 새로 생기든가 해야 저 행동도 멋있어 보일텐데 말입니다. ^^

han22598 2021-02-04 02:3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애인이든 남편이든....사실 친구든...이웃이든...우리 계속 만들어 보아요^^ (남편을 계속 만든다는 건 좀 이상하네요 ㅋㅋ)
 
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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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마을 사람들의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세워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배경장소 설정이나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의 유기성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신비스러운 주제이긴 한데, 이야기의 완성도면에서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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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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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이 악의 씨앗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혀졌다. 악의 불씨는 작은 오해와 타자를 향한 무관심으로 비롯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은 쉽게 인정하기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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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1-27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며 태어날 때부터 저렇게 악을 가질 수 있을까 의아했고 끔찍했어요~~
정유정작가의 글은 일단 흡인력만큼은 대단한 것 같아요^^

han22598 2021-01-28 02:55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이 정유정 작가 작품 중 세번째로 읽은 건데,[7년의 밤]이랑 이책은 정신없이 읽었던 것 같아요. 스토리를 엮어가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아요.
사실 이책 읽은날 비오고 바람부는 저녁이었는데, 날씨도 그렇고 내용도 섬뜩해서.....자기 전에 유투브로 먹방 몇개 보고 잤어요 ㅠㅠ

페크pek0501 2021-01-27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으려다 만 사람이에요. 두 권인가 있는데... <28>과 <7년의 밤>이 있네요.
언젠가는 읽으려고 맘먹고 있었죠. 뜬 작가 중 한 사람이라 관심 가져었지요.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글에 동의합니다.

han22598 2021-01-28 03:19   좋아요 1 | URL
[7년의 밤]도 이 책과 같은 주제인 악에 관한 이야기에요. 시간 되실때 한번 읽어보세요 ^^ 페크님의 감상도 궁금해지네요.

noomy 2021-01-28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집에 있긴한데 아직 못 읽었어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랄까..^^;

han22598 2021-01-29 00:36   좋아요 0 | URL
ㅎㅎ 시간될때 천천히 한번 읽어보세요. 겨울보다는 여름이 좀 나을 수도 있고요.

noomy 2021-01-29 09:51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올 여름까지 미뤄야겠네요 ㅋㅋㅋㅋ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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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쫒는 아이](나는 연아이라고 부른다) 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Khaled Hosseini의 소설. 압둘라와 파리의 남매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외 많은 주변 인물들의 삶의 모습들과 사연들이 나온다. 나는 웃음이 많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다. 웃지 않을때에도, 마음에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느낌이다. 거의 모든 상황들과 모든 사람들에게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점을 조금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에도 웃을 수 있다. 이게...이 미국에서는 언어의 장벽의 한계때문에 웃음 발현이 쉽게 되지 않아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힘들다. 아니 거의 포기했다. 여튼, 웃음은 많은데, 눈물은 적다. 유아기 때가지는 거의 하루종일 울정도의 '울보'였다고 하는데, 내 기억의 나는 크게 울어본 적의 거의 없었다. 눈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든 인생과 삶속의 깃든 슬픔이 보였다, 슬퍼진다. 그리고 운다. 연아이는 후반부에 거의 통곡하며 울어댔다. 그리고 이책은.. 통곡의 눈물과는 다른 보슬비같은 슬픔이 마음속에 계속 내려서..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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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27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왕은철 님이 글을 워낙 잘 쓰시는 분으로 알고 있어요. 동아일보에 칼럼을 연재 중이죠. 당연히 번역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han22598 2021-01-28 02:48   좋아요 2 | URL
유명하신 분이신가봐요 ^^ 소설에 어색한 부분이 전혀 없었던 걸루 기억해서...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에 번역도 한몫한 것 같아요 ^^ 칼럼도 한번 찾아서 봐야겠네요. 감사해요. 알려주셔서.

구름물고기 2021-01-28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었지만..울지않는 그런해가 되길 바랄게요 좋은일만 있으라고 하는거에요 ㅎ

han22598 2021-01-29 01:05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구름물고기님! 올 한해도 많이 웃어봐요.

희선 2021-01-29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제가 이 책 예전에 봤더군요 봤을 때는 슬퍼하기도 했을 텐데, 지금은 아프가니스탄도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사네요 할레드 호세이니 책을 보면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이 살기 어렵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다른 사람 슬픔을 느끼는 건 괜찮지 않나 싶어요 아주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는...


희선

han22598 2021-02-02 00:36   좋아요 2 | URL
희선님도 보셨구나! 저는 아프가니스탄의 삶...그들의 삶이 환경은 다를지라도 우리의 삶에 똑같게 그리고 조금은 다른 모습의 슬픔이 다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라고요. 그냥 이 작가도 좋고, 작품들도 좋고 그래요 ^^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