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er Sacks가 82세 세상을 떠날때 파트너였던 Bill Hayes는 50대 초반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책[Insomniac city]에서 색스는 말한다. "나는 적극적인 병리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더군" 빌은 그게 뭐냐고 묻는다. 이제 색스는 의학의 통상적 주제인 상실이나 부재가 아니라 생리기능이 과도해지고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 현상이라고 답한다. (나이듦에 관하여, 이북 65% 지점). 그리고 올리브 색스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아니라 하루든 한달이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이듦, 노년기를 묘사하는 빌과 올리버의 방식은 시간이란 양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의 활용,질의 문제라고 언급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모든 시간은 동일한 무게의 값이 아니라고 한다. 시간의 무게가 생리적인 기능 부재로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과도해지고 비대해진다고 이야기한다. 5초면 신을 수 있는 양말신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손과 발을 이용하는 기능들이 과하게 다가오게 된다. 그래서 그 기능들이 비대해져 보인다. 상상을 해본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서 준비한다. 양말은 10분동안 신고, 옷을 고르고 입는데 30분이 걸리고, 신발을 10분동안 신는다. 40분동안 준비하고 이동하는데 1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말을 하고 더 바짝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더 귀기울려 듣는 시간들. 하루를 온통 애인을 위해 시간을 쓴다. 그렇게 시간을 쓰는 사람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워만 하기보단 (이건 사실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와 가치가 새로워지며, 그것들로 인해서 충만한 나날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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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1-02-02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어떻게 보면 ‘삶의 충만함‘ 총량은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젊을 때 바쁘게 많은 일을 해서 얻는 충만함이나 노년기에 천천히 적은 일을 해서 얻는 충만함이나..

han22598 2021-02-04 07:28   좋아요 0 | URL
이분도 그렇고 Bill Hayes..두분 모두 생각과 시선이 따뜻해요. 모든 이의 삶의 여정가운데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서로 인정하고 공감해보자고 이야기하는데, 참 감동적이에요.

scott 2021-02-0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말은 10분동안 신고, 옷을 고르고 입는데 30분이 걸리고, 신발을 10분동안 신는다. 40분동안 준비하고 이동하는데 1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말을 하고 더 바짝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더 귀기울려 듣는 시간들. 하루를 온통 애인을 위해 시간을 쓴다.]
한님에 이야기 인줄 ㅋㅋㅋ
( ◜◡‾)◜◡‾)◜◡‾)◜◡‾)◜◡‾)₎⁾⁾

han22598 2021-02-04 02: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발구락이 답답해서...양말은 거의 신지 않습니다. 옷 고르고 입는건 지금도 30분 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발은 차 트렁크에 있기 때문에 신발고르기는 차 안에서 해요 ㅎ. 그러고 보니 지금도 딱히 다르지 않네요.

얄라알라 2021-02-02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와 죽음을 연결한 글을 고민 중인데, 정작 [임섬니악 시티]를 읽지 않았네요. han님 덕분에 계획이 좀 더 촘촘해 질 듯 합니다!

han22598 2021-02-04 02:37   좋아요 1 | URL
죽음에 관한 얄라님의 글이 기대가 되네요 ^^ 오에!

바람돌이 2021-02-02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신체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나이듦을 표현할 수도 있군요. 근데 애인이든 남편이든 저 정성을 들일만한 존재가 그 때까지 남아있든가 새로 생기든가 해야 저 행동도 멋있어 보일텐데 말입니다. ^^

han22598 2021-02-04 02:3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애인이든 남편이든....사실 친구든...이웃이든...우리 계속 만들어 보아요^^ (남편을 계속 만든다는 건 좀 이상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