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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평점 :
18년에 구입하고
19년에 반절만 읽고 그대로 두고,
이번에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질병, 질환, 아픈 몸, 아픈 경험, 치료의 과정, 치료의 경험, 의료기관 및 의료인과의 소통과 좌절의 이야기를
저자는 심장병과 암이라는 두가지의 질환(disease) 을 진단받고 질병illness)로 즉, 질환을 경험하는 삶을 나누는 책이다.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잘게잘게 잘라서 수치화 또는 가시화시켜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하는 현대 의학의 환원론적 기본적인 접근에 대한 반기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의료진은 한 사람의 아픈 자를 향해서 개별적인 접근보다는 기계적이고 평균적인 치료법, 즉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한다. 아무리 희귀질환을 앓은 환자일지라도 의료진에게는 다수중의 한명의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 줄곧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의료진과 환자의 주위의 사람은 질병이라는 경험을 개인적인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반절은 동의하고 반절은 동의하지 않는다.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합의된 프로토콜이 존재해야 한다.
의료진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허용가능한 (즉, 과학적인 근거가 명확한) 범위 안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외의 정보에 관심을 보이기기 매우 어렵다. 필요한 정보는 전문적이고 학문적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도 큰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개인이 호소하는 증상하나 불만에 관심을 기울여야 도덕적으로는 마땅하다. 하지만 병원의 셋팅에서 제한된 숫자의 의료진으로 한 개인의 질병을 개별적으로 다루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픈 이를 한 개인을 개별적 경험으로 취급하고 다루는 예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응급실을 갈정도의수준이 아닌 미열과 작은 찰과상의 상처는 주변인에게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빨간 약이나 상처연고를 바르는 등 상식선에서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받게 되는 1:1 서비스가 환자 중심의 케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가 관계가 이미 열려있어 정서적, 감정적으로 밀착이 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가 겪는 충격, 당황스럼의 감정이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또는 비슷할 여지가 높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우선은 감정적인 교류를 하기 전에 의무적인 일로만 환자로 대하게 되고 환자가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는 이미 무수히 많은 환자들을 대한 의료진들에게는 그들의 감정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료진간의 큰 감정적인 격차는 의료진이 환자 한명 한명의 질환/질병을 한 개인의 특별한 경험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낮다.
나는 병원의 시스템 안에서 아픈 사람과 그들의 경험이 고유하게 다루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희망적이지 않다. 축적된 의학 지식을 보유한 의료진과 기하급수적으로 무궁히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완벽하게 거부하기란 어렵다. 비전문가는 어디까지 병원의 서비스에 의존할지 한계선을 결정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건 자명한 일이지만, 의료적 혜택에 맹신적으로 복종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명의, 좋은 시설, 큰 병원을 이용하는 기회가 곧 생명을 연장할 수 있거나 완치를 보장할 것이라는 태도/믿음부터 바꿔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