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일탈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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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모코는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할까. 아니, 이미 신고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 용모를 경찰에 어떻게 전할까. 검은 긴 코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었으니 키가 크고 마른, 마스크를 슨 여자? 

도모코는 웃었다. 그야말로 괴물 아닌가. 웃어서 떨린 배의 진동이 몸으로 전해져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 '스탠드 플레이' 중에서, p.99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도모코는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이 수업을 할 때마다 등 뒤에서 킥킥거리며 비웃거나,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대놓고 욕을 퍼붓고 조롱 섞인 말을 했다. 도모코의 부모 모두 경도 지적장애가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이 그녀를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휴직이나 전근을 고민할 만큼 극도의 스트레스에 달한 어느 날, 도모코는 만원 전철에서 자신을 팔꿈치로 공격하는 여성의 뒤를 쫓게 된다.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런 마음도 전철에서 내리면 안개처럼 흩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그 여성이 자신과 같은 역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상처 입고, 궁지에 몰린 마음으로 그 여성을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도모코의 순간적인 스토킹 행위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이 책에 수록된 세 가지 이야기의 시발점은 매우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팔리지 않는 도마뱀을 구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던 한 청년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고,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교사는 만원 전철에서 마주친 무례한 여성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점술가에게 제자로 받아 달라고 매달리는 여성은 어딘가 기묘한 행동으로 점술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들 세 사람의 행동은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벌이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각자의 상황에서 그 선택에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사소한 선택이 무슨 일까지 벌어지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는 긴장감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단지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될 것은 과연 무엇일까?




대천재 아키쓰 씨, 어째서 그렇게 죽고 싶을까? 매사에 너무 예민해 더는 사는 게 힘들어?"

"선생님은 최악이에요."

아키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책임하다는 비난은 감수할게요."

"비난? 어떻게 감수하지? 어차피 죽을 건데 어떻게 감수하겠다는 거냐고, 응?"               - '점술사 B'중에서, p.256


<니키>라는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나쓰키 시호의 신작이다. 단 두 권의 소설로 나오키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인간 내면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일상의 어두운 면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수록된 세 편의 작품들은 계획적인 범죄나 타인을 향한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소한 마음의 동요 혹은 찰나의 충동으로 선을 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생각이 드는 순간, 발이 저절로 한 걸음 물러서지고,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자각을 하는 순간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할 정도로 이 작품 속 인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마음속에 눌러두었던 욕망, 평소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충동들이 하나의 선택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단지 선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그들의 삶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을까.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되는 순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해도 되는 일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우리는 그 사이에 선을 긋고, 대부분은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그게 도덕적인 기준이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범외 내의 기준이든, 그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에 부합되는 기준이든 말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선을 넘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탈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할 수는 없더라도,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누구나 그들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어쩌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내가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는 선을, 나는 한번도 넘어본 적이 없었을까. 평범한 얼굴 뒤에 감춰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과 욕구와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 보통의 삶을 뒤흔드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세 번의 선택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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