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생각하다 보면, 지구가 참 신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간들은 어떤 일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면서도 또 다른 많은 일에 대해서는 별생각 없이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생의 거의 모든 순간을 땅에 붙어서 살면서도 그 땅덩어리가 정확히 어떤 형태이고 어떻게 해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없다. 그러한 내용에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과학하는 마음이다.               p.78


현대 문명은 과학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과학지식과 그것을 응용한 기술을 통해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과학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과학이 가져다주는 지식의 내용뿐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을 몸에 익혀야 하는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적'이라 하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은 과학사와 과학철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케임브리지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과 석좌교수인 저자가 과학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온도계의 철학>을 비롯해 과학철학을 다루는 책들을 다수 출간해 왔다. '과학철학'이란 과학이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학문으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설명해주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한 과학서에 비해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 분야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제목이기도 한 '과학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학하는 마음에 담긴 것은 예외 없는 규칙들이 아니라 어떤 태도와 정신이라고 말이다. 경험 이외의 다른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항상 끝없이 배우려는 태도이며, 내가 다 안다는 오만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이 무한히 있음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이 바로 '과학하는 마음'이다. 




또 상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계산기를 쓰더라도 어린이들에게는 산수를 가르쳐서 직접 계산하는 법을 우선 깨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숫자를 곱하고 나누고 해본 경험 없이 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방정식을 풀어보고 미적분을 해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다. AI가 번역을 해주니 내가 애써 번역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국어를 직접 힘겹게 배우면서 이국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또 그러한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는 일은 AI가 대신 해줄 수 없다.                    p.287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중앙일보>에서 2021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매달 발표했던 칼럼들을 다듬고 보충한 것이다. 그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크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인공지능의 무서운 발달 등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하는 일들이 많았기에,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통찰도 만날 수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엮인 글이 아니라 단편적으로 하나하나 쓰였던 글들이라 독자 입장에서 읽기에는 가독성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원하는 주제의 글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여러 영역을 다루면서 과학사의 중요한 장면들도 짚어주고 있어 과학 교양서로 만나기에도 좋다. 또한 과학과 과학적 태도가 현실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각종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들부터 전세계적인 팬데믹과 테러, 재해, 기후 문제, 그리고 일상에서 겪는 가족 문제, 회사에서의 고민, 연인 관계,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걱정까지 우리의 삶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로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실 불확실성은 과학지식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는데 왜 과학을 신봉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확실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학자와 그들이 얻어낸 지식에 기반해 정책을 세우는 정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이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서도 따라주는 것이 성숙한 시민이 보여주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이 절대적 진리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과 그 '겸허함에서 나오는 과학의 권위'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과학을 신뢰할 수 있고 진정한 권위가 생기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과학의 정신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면, 인생 자체도 과학적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과학하는 마음'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