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가이스트의 죄수 ㅣ 아시야 초자연현상 2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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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폴터가이스트...라는 게 정말로 있나요?"

"있다고 하면 있고, 없다고 하면 없지."

나의 의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폴터가이스트라는 말 자체는 들어봤다. 분명 독일어로 '소란스러운 유령'이라는 뜻으로, 물체가 공중에 뜨거나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걸 가리키는 용어다.                 p.89


도조 쇼고는 20대에 배우로 잠깐 유명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마흔을 앞둔 지금은 별볼일 없는 단역을 하며 살고 있다. 낡은 연립주택의 월세조차 내기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어린 시절 아버지와 살던 집으로 돌아온 참이다. 21년 만에 돌아온 2층짜리 목조 가옥은 기억 속 모습보다 훨씬 허름해져서 폐가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게다가 분명 혼자 있는 집에서 누군가 있는 것 같은 '기척'이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위층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거나, 사진이 떨어지고, 전등이 꺼지더니 인형이 혼자 계단을 굴러 내려오기까지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 갔더니 거울 속 여자가 식칼을 들고 있다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하는데, 점점 두려워지는 참에 초자연현상 관련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마케팅 담당자를 소개받게 된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고시노 소타와 마케팅 프로듀서 아시야 하루코는 시리즈 첫 번째 작품에서도 등장했었다. 일명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 콤비인 두 사람 외에도 역시나 전작에서 나왔던 구라모토와 이누이 등이 등장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물론 이들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언급되기 때문에,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번 작품을 즐기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두 사람은 도조가 겪은 초자연현상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직접 그의 집에 가서 현상을 기록하고 분석하며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과 도조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초자연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장비를 설치한 결과,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상한 일들이 모두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 낸다. 대부분의 폴터가이스트의 피해는 물건에 집중이 되어, 사람이 직접적으로 해를 입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물건들을 치우고 나서 현상에 변화가 있는지 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렇게 괴현상이 잠잠해진 다음 날, 도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데, 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즈코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려요, 도조 씨."

왠지 그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서 시선을 피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별생각 없이 백미러를 본다. 거기 비친 걸 본 순간 심장이 얼어붙었다.

거울에 비친 뒷좌석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식칼을 치켜 들고 있었다.                p.276


<심연의 텔레패스>에 이은 가미조 가즈키의 아시야 초자연현상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초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검증하려는 학문인 초심리학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괴담과 초자연능력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추리 과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가미조 가즈키는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로 호러문학에 빠진 후 호러 기사와 단편소설을 써오다, 오직 그가 심사위원이라는 이유로, 난생처음 장편소설을 집필하여 소겐 호러 장편상에 응모해 수상을 하게 된다. 일본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도쿄소겐샤’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21세기 일본에 걸맞은 걸작’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개최한 '소겐 호러 장편상'에 수상한 것이 바로 시리즈 첫 작품은 <심연의 텔레패스>이다. '호러로서도 오락소설로서도 아주 수준 높은 작품'이라는 심사위원 전원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전작에서는 대학교 오컬트 연구회를 배경으로 괴담을 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중심으로 오싹한 일들이 벌어진다. 유령이 정말 존재하는지, 저주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그걸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사건을 대하는 시각은 크게 달라진다. 유령이나 저주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그것을 실험으로 검증하거나 과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초자연현상이 실제로 벌어졌으니,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증명해내려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이 시리즈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굉장히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매우 논리적이기 때문에 설득력있게 느껴지고, 그 과정이 재미도 있거니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오싹함도 빼놓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시리즈는 3부작으로 구상되었고, 일본에서 곧 완결편인 <고스트의 계승>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텔레파시와 사이코키네시스에 이어 완결편의 주제는 '심령 연구'라고 하는데,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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