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양자컴퓨터 - 수식 없이 단숨에 이해하는
후지이 게이스케 지음, 전종훈 옮김 / 부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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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상의 정보를 얻기 위해 관측하면 반드시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중첩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위해 관측하면 그 중첩은 풀리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중첩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그 결과 발생하는 간섭을 관측함으로써 중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직관적인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점이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는 당신이 관측을 하든 안 하든 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고 사과를 떨어뜨리면 낙하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관측함으로써 관심 있는 대상에 영향을 주고 만다. 우리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이다.              p.50


양자란 아주 작은 세계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다루는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이고, 현대 과학과 기술의 상당수가 이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란 그러한 양자역학의 원리로 계산하는 기계이다. 양자컴퓨터는 식량, 에너지, 신약 개발을 비롯해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 개선,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을 위한 재료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AI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양자컴퓨터'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양자컴퓨터가 궁금한 이들에게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춰 쓰였다. 수식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비유, 100장이 넘는 시각 자료 등을 활용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다. 양자역학의 역사부터 시작해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1980년대에 그 개념이 형성되었고 1990년대에는 후술할 암호 해독과도 관계 있는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발견되는 등 많은 연구자가 참여해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양자비트의 성능을 높이거나 개수를 늘리는 일이 어려워졌고, 이론 측면에서도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에 버금가는 커다란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아 정체기를 맞이했다. 그 후 현재로 이어지는 양자컴퓨터 개발의 열기가 다시 시작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리고 2014년 이후 양자컴퓨터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런 세계관은 만화 《진격의 거인》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거인(양자)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벽에 둘러싸인 세계에 사는 인류가 벽 밖으로 나감으로써 보다 고도의 지식과 물리 법칙과 기술을 접하며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다. 벽 안의 세계는 '고전역학'이며 인류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결정론적인 세계'를 믿고 있다. 거인(직관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 현상)이라는 위협은 있지만 벽 안에 있는 한 닫힌 단순한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벽 밖에는 '양자역학'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p.262~263


저자는 양자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고전적인 세계와는 다른, 우리의 직관을 넘어 상상력이 필요한 개념적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양자의 신기한 매력과 기술적 가능성의 근원이기도 하며 동시에 난해함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양자론 강의를 듣고는 마치 게임 같은 세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세계의 이면에서 돌아가고 있는 톱니바퀴를 엿보고 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양자역학의 원리로 움직이는 기계인 양자컴퓨터는 양자 얽힘, 양자 순간이동, 마법 증류 등 SF를 방불케 하는 온갖 키워드가 난무하는 분야라 푹 빠져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양자의 불가사의를 받아들이고 이를 제어해 응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단순히 빠른 계산기가 아니라 자연을 깊이 이해하고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망원경이자 현미경이다. 지구가 46억 년이라는 진화의 역사를 거쳐 도달한 생명, 물질, 에너지의 정교한 구조와 그 '최적해'를 풀어 낼 열쇠를 양자컴퓨터가 쥐여 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양자의 세계와 개념에 대해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 어려움을 뛰어넘을 만한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니 말이다. 또한 <매트릭스>, <진격의 거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 양자컴퓨터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 양자컴퓨터 연표를 통해 100년의 역사를 정리했고, 양자 핵심 용어집과 관련 책들을 소개해주는 양자도서실, 그리고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번외편인 양자여담까지 풍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수학을 몰라도, 양자역학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도, 양자컴퓨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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