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 - 추리소설의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로 오싹하고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다. 이처럼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수수께끼를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소설 속 밀실 트릭이 탄생한 계기다. 탐정소설의 묘미는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기묘한 수수께끼를 기지와 논리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데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밀실 사건이다... 밀실은 기하학 도식처럼 구체적이어서 애매한 부분이 전혀 없고, 그 불가능성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p.150~151


에도가와 란포는 현대 일본 미스터리의 기반을 닦고 대중화시킨 일본 추리 문학의 아버지다. 그는 아직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대중들에게 뿌리 내리기 전 영미 추리 소설의 영향이 짙은 탐정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본명은 히라이 다로, 그의 필명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가 창조한 아케치 고고로는 일본 최초의 사립탐정으로, 그의 작품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역사상 최초의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탄생시켰듯, 란포 또한 이 작품들 속에서 아케치 고고로라는 일본 최초의 명탐정을 낳았다.


이 책은 에도가와 란포가 탐정소설 속 트릭에 관해 썼던 평론 및 수필을 편집하여 수록한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가 세계의 수많은 추리소설들을 섭렵하고 연구해서 트릭을 유형별로 해설하고 정리한 책이라 추리소설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귀중한 자료다. 또한 이 책에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와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다. '탐정소설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에도가와 란포는 자료를 축적할 생각으로 영미 탐정소설을 읽으며 작품 속 트릭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읽은 작품들의 목록을 만든 뒤 수록된 트릭의 빈도표를 작성한다. 그렇게 해서 단편소설 속 트릭 4~500여 종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하니, 이런 자료를 이렇게 편하게 읽어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수집한 작례의 수가 총 821건이나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트릭 대백과 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줄거리만 늘어놓아서는 그 진정한 묘미를 전할 수 없다. 직접 읽어보라고 권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이 스릴을 무척 좋아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스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이것이 떠오를 정도다. 그 안에는 비늘처럼 층층이 포개진 수많은 스릴이 겹쳐 있다. 그리고 그 여러 겹의 스릴 한가운데서 뱀의 눈처럼 번뜩이고 있는 스릴이 바로 이것이다. 말 그대로, 스릴 중의 스릴이다.           p.277


본격 추리소설의 진수는 작품 속 트릭의 독창성에 있다. 아무리 기발한 트릭을 떠올렸더라도 선례가 있으면 가치를 잃는다. 그래서 작가가 늘 경계하며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자신이 고안한 트릭이 다른 작품의 그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러니 유형별 트릭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정리해둔 이 책은 전문 추리작가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 같다. 또한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즐기는 독자들에게도 작품 속 정교한 트릭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기에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탐정소설이라는 소설 형식이 탄생한 지 110여 년 만에 세계 각국의 탐정소설 작가들이 앞 다투어 트릭의 창의성을 겨루면서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트릭은 거의 다 나왔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완전히 새로운 트릭을 고안할 여지가 없다는 걸까. 이 책에 수록된 수백 건의 트릭들을 하나씩 읽다 보면 익숙한 방법도 있고,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범인의 인물에 관한 트릭부터 범죄 현장과 흔적, 범행 시간, 흉기와 시간에 관한 트릭 등 종류도 굉장히 많았다. 탐정소설은 수수께끼가 어려울수록 흥미롭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법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그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밝혀졌을 때는 그것이 분명 실현 가능한 것이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트릭에 관련된 내용 이외에도 이상한 범죄 동기, 탐정소설에 나타난 범죄 심리, 마술과 탐정소설, 기이한 독살 등 다양한 기법 들이 담겨 있다. 워낙 추리 소설을 오래 읽어왔고, 미스터리 장르 자체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 매력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탐정소설과 범죄 문학에 대해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스릴을 만들어 내는 장치라던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통해 장르 자체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팬이라면 꼭 놓치지 말고 소장하길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