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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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아사히는 이제야 사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쓸모없다며 버려지고,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쓰레기들이 어쩐지 가엾고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사히는 처음부터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며,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활해 왔다. 아사히는 생각했다. 사노와 자신은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처럼 겉으로만 반대일 뿐, 결국 뿌리는 같은 존재가 아닐까.                p.121~122


아사히는 학교를 졸업하고 교육계 출판사에 지원했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부모님께는 붙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해야 마음이 편한 아사히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버지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거의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얼룩 한 점, 먼지 한 톨까지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고, 덕분에 어머니는 늘 어딘가를 청소하며 집을 무균실처럼 유지했다. 그게 싫어 독립한 뒤로는 자신을 바꾸고자 아버지가 절대 거들떠보지도 않을 일을 시작하게 된 거다. 하지만 집은 쾌적하며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취미도, 수집벽도 없었기에 불필요한 물건은 아예 사지 않았고,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옆집에 사는 사노라는 여자를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잡담을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라 인사만 하고 지나쳐 가려는데, 쓰레기를 잔뜩 들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런데 쓰레기라면 집 안에 들여놓을 게 아니라 분리수거장에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무거운 카트를 들이는 데 애를 먹는 것 같아 무심코 문을 잡아 주다, 그녀의 집 안 상태를 목격하게 된다. 하얀 비닐봉지가 산처럼 쌓여 있고,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쓰레기집에서 살고 있었던 거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 어떻게 폐기물 처리장처럼 되어 버린 걸까. 아사히는 더러운 옆집의 위생 상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놓고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강박적으로 깔끔한 환경을 유지하려는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부정하고 싶어도 아사히 역시 아버지의 성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지독한 결벽증을 가진 청소회사 직원 남자와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집안을 가득 채운 여자, 정반대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난 그런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는 걸 좋아해."

"왜? 난 금방 채널 돌리는데."

"등장인물의 사정도 모르고 배경도 모르니까 나랑 전혀 상관없는, 지나가는 사람의 인생을 조금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런 사람들이 울고, 웃고, 화내는 걸 보고 있으면 다들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 싶고,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도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p.324


남자는 지나치게 깨끗한 일상 속에 자신을 가둔 채 살고 있다. 처음부터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며,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활한다. 문제는 결벽증을 혐오하지만 좀처럼 바꾸지 못한다는 거다. 자신을 싫어했고, 자신감이 없었다.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지만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도 거의 없었고, 취직 문제는 허울 좋은 거짓말로 얼버무리고 아버지와 마주치는 것도 계속 피하고 있었다. 지저분한 환경에 불안과 분노를 느꼈고, 자신의 공간 만은 철두철미하게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사는 게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는 거다. 


여자는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해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다. 옷이나 신발 같은 걸 인터넷으로 잔뜩 사들이다가 돈이 점점 부족해지면서 어느 날부턴가 쓰레기를 모으게 된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남들한테 민폐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어릴 때 엄마가 쌓아 올린 쓰레기산에서 발견돼 구조되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는 유부남과 사귀다 쓰레기처럼 버려졌고, 자신들처럼 버려진 쓸모없는 쓰레기를 모아 그걸 성벽 삼아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라면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구출되어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여자도 어쩌다 보니 자신의 엄마처럼 살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도 사회의 쓰레기구나'라는 생각이 그녀를 쓰레기 왕국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완전히 정반대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조금씩 변하게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만든 규칙 속에서 살아오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낸 채 살아온 남자와 자신의 인생이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 같다고, 삶을 티브이 속 이야기 보듯 멀리서 바라보며 살아온 여자는 서로가 친구가 되어 주며 스스로의 삶을 다시 되돌아 본다. 오랜 시간 외면해 온 자신의 상처가 마주하며, 쌓아둔 벽을 허물고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간다. 이 작품을 읽으며 '누군가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모습 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쓸모없다며 버려진 곳에서 피어난 따뜻하고, 다정한 세계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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