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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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새로운 이해에 감탄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정작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내 삶과 맞닿아 있는 근본적인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물질에서 어떻게 마음이 생겨날까? 정신 질환이란 무엇인가? 왜 어떤 아이들은 잘 성장하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어려움을 겪는가? 이것들은 과학의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질문들이기 때문에, 과학의 기반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p.57~58


뇌는 의심이 여지 없이 인류가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복잡한 물질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창조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 끝에 이루어진 것이니 말이다. 잠시 멈춰 서서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뇌를 이해하려고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 머릿속의 물리적 물질과 전기 신호로부터 생각과 감정이 나타나는가에 대한 수수께끼는 여전히 거의 밝혀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인공신경망과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만들어내는지를 연구해온 과학자다. 그는 부모님이 마약 중독자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고아원에서 자랐다. 청년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그 시스템에 갇혀 살았다. 두 곳의 보호시설, 고모 부부와 삼촌 부부 집에서도 잠깐 살았다. 가족은 가난했고,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똑똑한 아이였지만, 쇠로 만든 로봇도, 다른 행성에서 온 영웅도 아니었기에, 심오한 것과 아름다운 것, 끔찍한 것, 그 모든 것들이 깊이 각인되었다. 정상 경로에서 이탈하며 시작되었던 그는 어떻게 구글 x 메타에서 마음을 연구하는 신경과학계 거물이 될 수 있었을까. 왜 어떤 아이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그러지 못할까? 물질에서 어떻게 마음이 생겨날까? 저자는 그에 대한 답을 인간의 뇌와 자신의 삶에서 찾아낸다. 




우리는 이 모든 것─존재, 언어, 생각 자체─을 당연하게 여긴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배우자에게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가 슈퍼마켓에 들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라서 굳이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라. 원자들로 이루어진 분자들, 분자들을 자르는 화학 반응들, 그리고 세대 간에 유전되는 부호화 능력인 DNA. 네트워크 위에 네트워크가 있고, 또 그 위에 네트워크가 계속 이어지는데, 이 모든 것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 끝에 마침내 우리를 이렇게 평범한 잡일을 계획하고 소통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p.366


이 책이 특별한 것은 고단한 인생사를 역경을 극복한 성공담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처는 성공으로 아물어지지 않는다. 성취가 과거를 지워주지도 않는다.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삶을 구원해주진 못한다. 그럼에도 약물 중독 부모에게서 태어나 폭력과 방임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보호시설을 전전하던 소년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다. 보육원의 낡은 컴퓨터 앞에서 프로그래밍 책을 붙들고 끙끙대던 아이는 어떻게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의 삶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살아 있다는 것일까, 생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신경과학의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창발'은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개별 요소만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특성이나 패턴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며, 뇌의 활동 역시 복잡한 왈츠와 같다. 복잡한 의식과 지능이 단순한 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에서 창발하듯, 한 사람의 삶 역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너무도 복잡한 리듬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진동조차도 예측 불가능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한 가지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국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현실세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읽고 성찰하는 능력을 가진 마음이 있는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 감정적인 것과 분석적인 것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색다른 방식으로 과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니 매우 신선했고, 또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산산조각 난 인생에서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자서전처럼 가볍게 풀어 내고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배경에 과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그래서 과학자의 에세이처럼 읽히지만, 탁월한 신경과학책이기도 하다. '카오스'라는 수학적 현상을 통해 우리 세계의 본질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놀라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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