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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쩐지 가슴속에 위화감이 쌓였다.
이 마을은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좀처럼 위화감의 정체에 다다를 수
없었다.
어느 집에 들어가니 방 한구석에 책이 놓여 있었다. 소설, 학술서, 도감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줄지었다. 그 모양새에 머릿속 한구석이 움찔 반응했다.
비슷하다. 외할머니 방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근거는 없지만 그런 직감이 찾아왔다. p.163~164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 구리하라는 입사 지원을 한 회사마다 불합격 통지서를 받는 중이다. 건축학과인 구리하라는 성적도 좋고, 자격증도 있었다. 다만 면접에 요령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무뚝뚝하고 솔직한 성격이라
생각을 숨김없이 꺼내 놓는 탓에 번번히 불합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는 건축공학
부교수였다. '알고 싶은 마음은 말릴 수가 없다며' 자신이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를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몰두했던 학문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구리하라도
건축학을 전공하게 된 것이다. 유일하게 1차에 합격한 한
회사의 2차 면접이 열흘 뒤로 남은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의
본가를 처분하는 문제로 그를 부른다. 집을 처분하기 전에 살펴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찾은 그곳에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한 장의 고지도를 손에 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외할머니가 자살한 이유를 찾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기 직전까지 조사를
계속했지만 진상을 알아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고, 구리하라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조사를 시작한다. 대체 외할머니는 뭘 조사했고, 뭘
발견한 걸까. 그것이 무엇이길래 죽음을 선택해야 했을까. 구리하라는
외할머니의 노트와 기묘한 그림이 있는 으스스한 지도 한장을 토대로 조사를 계속했고, 고지도에 표시된
장소에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다. 2차 면접이 있기 전까지만 조사해보기로 기한을 정해두고, 한적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이 지도는 언제, 누가, 뭘 위해 만든 걸까. 외할머니는
왜 이것을 갖고 있었는가. 산에 그려진 요괴는 뭘 의미하는가. 조사는
난항을 예고하고 있었고,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과연
구리하라는 할머니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의 실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삐삐뽀뽀, 삐삐뽀뽀, 하고
엇박자로...... 아무래도 두 개의 사이렌 소리가 서로 겹친 듯했다.
어째선지 가슴속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태는 해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텐데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왜일까.
문득 안주인을 보았다. 그 순간 등골이 얼어붙었다.
겉모습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방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p.369
<이상한 집>, <이상한
그림>, <이상한 집 2>를 잇는 우케쓰의 '이상한 시리즈' 그 네 번째 작품이다. '우케쓰'는 전신에 검은 타이즈를 입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를 연상시키는 흰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유튜버로 주로 호러?오컬트에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다. 나이도 성별도
거주지도 밝혀지지 않은, 그야말로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주택 평면도에 숨겨져 있는 ‘위화감’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찾아내는 내용이었던 ‘부동산 미스터리 일본의 이상한 집'이라는 컨텐츠가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렸는데, 그 영상을 보고 먼저 출판사에서 연락을 했고, <이상한 집>이라는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현재는 시리즈 누계 750만부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호러, 미스터리의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집과 그림에 이어 이번에는 지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상한 시리즈'는 집의 도면과 그림, 지도 등 글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서사를 풀어낸다. 추리 과정을 도식화하여 정리하고, 그림을 보여주며 독자들도 함께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 재미를 더해준다. 다양한 이미지와 도표를 통해 마치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가독성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곱 마리 요괴가 그려진 그림, 스산한 폐촌과 사당, 여자의 뒷모습, 돌아선 석탑 방향… 남겨진 단서라고는, 한 장의 지도뿐... 실제로 이 책에는 특대 사이즈 3단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지도와 표식, 각종 자료들을 따라가다 보면 기묘한 경로 속에서 극중
구리하라와 함께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든다. 마치 눈앞에 영상이 재생되는 것 같은
입체적인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동안 출간되었던 '이상한
시리즈' 세 권을 모두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번 <이상한 지도>가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탄탄하게 잘 쓰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작품 전체가
정교하게 설계된 거대한 지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페이지를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