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 부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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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 현상이나 과정의 진리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을 기초과학이라 한다. 그리고 사회 문제나 기술 과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을 응용과학이라 한다. 이 두 과학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동차의 양쪽 바퀴처럼 어느 한쪽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학과 비과학(예를 들어 유사과학 등)은 연속된 존재다. 사실 이 둘 사이 경계는 애매하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경계가 바뀌기도 한다.               p.38


백신은 나쁜 것이고 코로나는 그리 무서운 병도 아니다,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의 한가운데에 있다, 인간도 품종 개량이 가능하다, 생물 다양성은 선이다... 이 중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틀린 주장일까.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거나 특정 물질이 건강에 특별한 효과를 준다는 이야기 다들 한번쯤 믿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진짜'로 위장한 '가짜'들의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SNS와 영상 미디어를 중심으로 유사과학, 음모론, 회의론 등 과학의 가면을 쓴 거짓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과학적인 전문 용어, 이미지, 데이터를 구사하며 과학적 객관성을 교묘히 가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무엇이 옳은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과학적 옳음에 대한 위협'의 역사적 경위를 살펴보며,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진화학, 유전학, 생태학을 둘러싼 주제를 중심으로 캄브리아기 대폭발, 여섯 번째 대멸종, 생물 다양성 보전처럼 과학자와 시민이 선의로 받아들이는 개념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언뜻 과학적으로 옳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할 수 없는 주장, 잘못된 주장, 유해한 주장, 아예 과학이 아닌 주장” 등 우리가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현재와 과거 역사의 충격적이고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조작되고 왜곡된 주장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 심지어 정치와 국가 기관에까지 침투해 과학을 망치고 세상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20세기 전반에 맹위를 떨친 우생학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반성은 20세기 후반 이후 인문 사회 계열 학문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상당히 이른 단계부터 "옳다"라는 개념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학자들도 있었다. 사실이나 사실 설명의 "과학적 옳음"은 실험 데이터를 통한 검증이나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관찰만으로 또는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였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옳음"을 다루어야 할까?               p.169


2020년 2월 16일, SNS에 올라온 한 코멘트가 인터넷상에서 큰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작성자는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로 '우생학'에 대한 글이었다. 이 글이 공개되자 수많은 누리꾼들은 도킨스를 우생학을 지지하는 차별주의자라고 받아들이고, 분노와 혐오의 목소리가 빗발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확립된 우생학은 우월한 성질을 가진 인간들을 선별하거나 열등한 성질을 가진 인간들을 배제하면서 진화적으로 개량하려는 학문이다. 사실 나치 독일이 선량한 사람들을 대량 학살하는 참극을 초래한 것 또한 우생학이다. '과학적으로 옳다'라는 명목 아래 차별과 박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된 것이다. 그럼에도 도킨스는 어째서 이러한 발언을 했던 것일까. 이 소동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저자는 '애초에 과학적 사실이라고 여기는 설명이 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썼다. 가장 위험한 것이 자신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을 보고 사실만을 분석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학적으로 옳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백신은 애초에 필요 없으며 오히려 위험하다, 온갖 종류의 작물에서 고품질, 고수확을 거둘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왼손잡이는 단명하며 우뇌형이어서 창의적인 대신 논리적 사고가 약하다, 친족선택이나 성선택 같은 적응 원리를 통해 인간의 문화, 도덕, 행동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등 '과학적 옳음에 대한 위협'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논쟁, 이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 사례들이 워낙 많아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현실'에 대해 더욱 직시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과 가치/가치 판단이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알고 둘을 혼동하지 않는 것, 자신이 가치 중립적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다루는 과학책을 꽤 읽어본 편이라, 그것이 얼마나 사실인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대목은 꽤나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과학과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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