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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 프랑켄슈타인에서 현대 신경기술까지, 뇌과학으로 만나는 신경윤리의 질문들
김명호.류영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73년 오스트리아 궁정 의사였던 양 잉엔하우스는 전기 실험 중 우발적인 사고로 머리에 큰 전기 충격을 받았다. 사고 직후, 그는 질문에 답하지도 읽거나 쓰기도 하지 못했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가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그는 회복되었을 분만 아니라 머릿속이 더 맑고 또렷해진 기분을 느꼈고, 판단력이 전보다 더 예리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8세기 중반부터 확산된 전기 치료는 정신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생각했고, 신경 질환부터 정신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사람의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을 시작해, 결국 완전히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이 오싹한 생명 창조의 순간이 허무맹랑한 허구가 아니라, 당대의 과학적 실험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은 과학사의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그래픽노블을 통해 보여준다. 프랑켄슈타인부터 현대 신경기술에 이르기까지, 생명과 전기의 관계, 뇌의 작동 원리, 정신 질환의 치료, 인간 향상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을 ‘신경윤리학’이라는 렌즈로 살펴본다. 왜 사람들은 머리에 전기를 가하면 정신과 육체가 향상된다고 믿게 되었을까? 살아 있는 건 어떤 상태이며, 살아 있는 존재와 죽은 존재는 어떻게 다른 걸까? 그렇다면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질병을 고치기 위해 시작된 의학 기술이 어느새 인간의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도구가 된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을까. 전기와 화학적 신호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인체 기능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인간을 바꾸어도 되는 것일까? 질문이 이어지다 보면 결국 치료와 향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정상 상태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점에 이른다. 무엇을 정상 상태로 볼 것인가, 그 정상은 자연적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인가.

사실 메리 셸리는 소설 속에서 괴물이 생명을 얻게 되는 순간을 모호하게 서술했는데, 이후 수없이 각색된 다른 작품에서 존재의 불꽃은 보통 전기(번개)로 표현되었다. 당시만 해도 '살아 있다는 것이 생명력이 덧붙여진 상태라면, 여러 물질에 덧붙여져 그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전기는 생명력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8세기부터 유럽은 새로 발견한 힘이자 생명과 영혼의 근원으로서 보이지 않는 유체인 전기에 매료되었다. 이후 실험과 관찰이 거듭되면서 전기생리학과 신경과학의 기초가 생기고, 전기 연구의 초점이 신체 전체에서 신경계와 뇌로 이동하게 되면서 20세기 초 정신분석학이 부상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뇌의 활동을 관측할 수 있게 되면서, 신경학적, 정신의학적, 심리학적 현상에 대한 탐구가 깊어진다.
재미있는 점은 '뇌를 자극해 인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과 치료를 넘어 향상을 탐색하려는 시도'는 21세기가 된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인공 생명인 괴물을 탄생시켰지만,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사회로 떠넘겼던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전 역시 늘 이와 유사한 패턴을 반복해 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시험 기간에 집중력을 30% 올려주는 약이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해보자. 게다가 친구들 절반이 이미 그 약을 먹고 효과를 본 상태다. 그렇다면 나도 그 약을 먹게 될까? 전체 분위기상 자연스럽게 먹게 되지 않을까? 그 약을 먹지 않을 자유와 선택권은 각자에게 있다고 봐도 되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자칫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해주고, 지루할 수도 있는 지점도 시각적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이 딱딱한 과학 개념을 더할나위없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과학 지식과 어려운 용어들을 나열하는 대신, 실험실 장면과 인물들의 논쟁을 만화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독성도 뛰어나다. 쉽고 재미있게 뇌과학과 신경윤리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